신문은 선생님

[경제 이야기] 문화나 생활수준에서 다른 사람들과 비교해 느끼는 심리적 빈곤

입력 : 2018.09.18 03:00

상대적 빈곤

서울 집값이 하늘 무서운 줄 모르고 날로 치솟고 있어요. 지난해 8월 정부가 집값을 잡겠다며 대책을 내놓았지만 소용이 없었지요. 결국 정부는 지난 13일 집을 여러 채 가진 사람들에게 세금을 더 물리는 등의 방안을 내놓았어요. 상황을 지켜봐야 하겠지만 집값을 안정화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짧지 않을 거예요.

집값이 오른다는 뉴스에선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다'고 인터뷰한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어요. 당장 먹고 생활하는 데 지장은 없지만 일부 사람이 집을 여러 채 가지고 있는 모습을 보며 내가 가난한 사람 같은 감정을 느낀다는 것이지요. '가난하다'고 할 수 있는 기준이 있을까요? 있다면 돈을 얼마나 갖고 있어야 가난하지 않은 걸까요?

집값이 날로 뛰면서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어요.
집값이 날로 뛰면서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어요. /오종찬 기자
가난을 경제학에서는 '빈곤'이라는 말로 표현해요. 선진국들은 '상대적 빈곤'이라는 개념에 관심을 갖고 있어요. 상대적 빈곤은 의식주뿐 아니라 문화나 생활수준에서 다른 사람들과 비교했을 때 주관적으로 느끼는 심리적 빈곤이에요. 같은 나라나 집단에 있는 다른 사람들과 비교해 소득이 작은 상황이기 때문에 한 사회의 생활수준, 빈부 격차, 불평등 정도와 밀접한 관련이 있답니다. 만약 주변 모든 사람이 고기를 먹는데 나만 빵을 먹는 상황이라면 빵 한 조각에 만족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거예요. 그래서 상대적 빈곤은 개인의 행복감과도 연결돼요.

우리나라 통계청에서는 상대적 빈곤을 좀 더 객관적으로 살펴보기 위해 '상대적 빈곤율'이라는 개념을 쓰고 있어요. 전체 인구 중 빈곤 위험에 처한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 알아보기 위함이죠. 보통 가구 총소득이 중위 소득의 50% 이하에 속하는 계층을 '상대적 빈곤층'이라고 해요. 중위 소득이란 전체 가구를 소득순으로 죽 줄 세웠을 때 정확히 가운데 위치한 소득 구간이에요. 즉 상대적 빈곤층이 전체 인구에서 몇 %를 차지하느냐가 상대적 빈곤율이라고 할 수 있죠. 올해 4인 가구 중위 소득은 약 452만원이에요. 이를 기준으로 절반인 약 226만원을 버는 가구는 '상대적으로 빈곤하다'고 할 수 있어요.

상대적 빈곤은 한 사회 내 다른 사람과 비교해 내 소득이 적은 상황이기 때문에 소득 불평등이 계속되는 한 해결하기가 어려워요. 우리나라는 지난 몇 십 년간 경제성장 속도가 매우 빨랐어요. 못 먹어서 영양이 부족하고 학교 갈 형편이 못 돼 글을 못 읽는 사람들이 확연히 줄었죠.

이 같은 '절대적 빈곤'은 경제가 성장해 사회 전반적 생활수준이 높아지면 어느 정도 해소가 되는 편이에요. 하지만 상대적 빈곤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는 말이 나와요. 상대적 빈곤을 일으키는 사회구조가 무엇인지 알아내고 이를 해결할 정책을 내는 것이 정부 역할이겠지요.


조운학 세명컴퓨터고 사회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