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이 주의 책] 초콜릿·유령·목졸라… 재밌는 별명 가진 나무 이야기

입력 : 2018.09.14 03:05

'수상한 나무들이 보낸 편지'

책 속 일러스트
/바다는기다란섬

나무가 쓴 편지를 받아본 적 있나요? '다이너마이트나무' '소시지나무' '거꾸로나무' '껌나무'…. 동화에나 나올 법한 나무들 같지만, 모두 지구상에 뿌리 내리고 사는 나무예요. '수상한 나무들이 보낸 편지'(바다는기다란섬)는 이처럼 개성 만점 나무 열여섯 가지가 쓴 편지를 읽으며 나무에 대한 새로운 지식을 자연스럽게 익히게 되는 과학 그림책이지요.

사실 이상한 이름들은 저자가 맘대로 붙인 별명이에요. 중앙아메리카와 남아메리카 밀림에 사는 카카오나무를 볼까요? 막대기로 노란 열매 세 개를 부순 다음 여기서 나온 씨앗 100개만 있으면 초콜릿 100g을 만들 수 있답니다. 먼저 씨앗을 일주일 동안 발효시킨 뒤 씨앗에서 하얀 과육이 나오면 나뭇잎 위에 씨앗들을 늘어놓고 자주 섞으면서 말리세요. 콩 모양 씨앗이 갈색으로 바짝 마를 거예요. 씨앗 껍데기를 깨뜨려 벗기고, 물로 씻고, 섭씨 100~140도 불에 20~30분 동안 볶은 뒤 불 위에서 돌멩이로 빻고 짓이기면 곧 걸쭉한 코코아 반죽이 되지요. 이 반죽으로 짜잔! 초콜릿을 만드는 거예요. 그래서 별명도 '초콜릿나무'랍니다.

'유령나무'라는 별명을 가진 손수건나무의 고향은 중국이에요. 바스락대는 나뭇잎 아래 잿빛 나뭇가지 사이로 수많은 하얀 덩어리가 떠다녀 칠흑같이 검은 밤, 달빛 아래에서 보면 마치 유령이 떠다니는 것 같지요. 환한 대낮에도 나타나니까 겁 많은 친구들도 볼 수 있어요. 이 나무 이름이 손수건인 까닭은, 꽃잎이 없고 그 대신 포엽이 꽃을 감싸고 보호해주는 점이에요. 가운데에 있는 암술을 수술들이 둘러싼 빨간 공 모양 꽃인데, 새하얀 포엽은 마치 얇은 손수건처럼 바람에 살랑거리지요. 포엽은 원래 잎이었는데 꽃을 보호하는 기관으로 변했어요.

잡았다! 인도에서 자라는 벵골보리수의 별명은 '목졸라나무'예요. 다른 나무의 나뭇가지 위에서 싹을 틔운 다음 허공에서 뿌리가 자라고, 덩굴은 아래로 뻗어 내려가 이런 별명이 붙었어요. 덩굴에서 새순이 돋아 무럭무럭 자라면 어느새 문어 다리처럼 커져서 자신을 지탱해 준 나무를 칭칭 휘감아요. 시간이 흐르면 튼튼한 가지와 긴 뿌리가 본래의 나무를 단단히 졸라서 죽여버리지요. 괴물 같다고요? 사실 이 나무는 지식과 생명의 상징. 사원 주위에 심는 성스러운 나무예요. 이 나무의 뿌리나 가지를 자르기 전에는 반드시 제물을 바쳐야 한답니다.

어때요? 세상에는 참 신비한 나무가 많지요? 본래 이름 밑에 학명(學名)도 달아서 궁금한 점이 있으면 더 찾아볼 수 있게 도와줘요. 학명이란? 과학자들이 편의를 위해 세계 공통으로 동물과 식물에 붙인 이름이지요. 언제나 이탤릭체로 오른쪽으로 기울여 쓰고, 학명을 이루는 두 단어 중 첫째인 속 이름은 대문자로, 둘째인 종 이름은 소문자로 시작한답니다.


김경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