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미있는 과학] 기압차 클수록 바람 세져… 태풍 '제비' 초속 60m 달했죠

입력 : 2018.09.13 03:00

[바람의 세기]
좁은 지역·바다 주변에서 바람 세져… 진행방향 오른쪽 지역 피해 훨씬 커요
초속 50m 땐 콘크리트 집도 무너지죠

지난주 초, 제21호 태풍 '제비'가 일본 중부 오사카 일대를 덮쳤어요. 집이 무너지고 차가 날아가고 공항이 마비되는 무서운 풍경에 일본뿐 아니라 우리나라 국민도 깜짝 놀랐지요. 태풍은 보통 폭우와 강풍을 몰고 와요. 제비의 경우엔 폭우보다 강풍 때문에 더 피해가 컸어요. 지난달 말 우리나라에 상륙한 제19호 태풍 '솔릭'도 강한 바람을 몰고 와 제주와 남부 지방 일대를 쑥대밭으로 만들고 사라졌고요. 태풍이 몰고 온 바람이 얼마나 세길래 이런 일들이 일어날까요?

◇기압 차이로 생기는 바람

공기는 우리 눈에 안 보이는 아주 작은 기체 알갱이들로 이루어져 있어요. 기체 알갱이가 땅 위에 쌓여서 땅을 누르는 힘이 '기압'이에요. 기체 알갱이가 주변보다 많이 쌓인 곳은 고기압, 주변보다 적게 쌓인 곳은 저기압이 되지요. 물이 높은 데서 낮은 곳으로 흐르는 것처럼, 공기도 입자가 많이 쌓인 곳(고기압)에서 적게 쌓인 곳(저기압)으로 흘러요. 그 흐름을 바람이라고 한답니다.

[재미있는 과학] 기압차 클수록 바람 세져… 태풍 '제비' 초속 60m 달했죠
/그래픽=안병현
날씨 뉴스를 보면 고기압과 저기압은 아주 넓은 지역을 덮고 있어요. 기상캐스터들은 "남부 지역 일대가 고기압의 영향을 받고 있어…" 같은 말을 자주 하지요. 하지만 그렇게 덩치 큰 고기압, 저기압만 있는 게 아니에요. 우리 주변에도 조그마한 고기압과 저기압이 얼마든지 있답니다. 그 덕분에 하루에도 몇 번씩 우리 주변에 실바람도 불고 센 바람도 불지요.

폭포에 가보면, 물이 높은 데서 떨어질수록 물살이 세차죠? 바람도 마찬가지예요. 고기압과 저기압 사이에 기압 차이가 클수록 바람이 강해져요. 바람이 지나는 길목이 주변보다 좁아도 같은 현상이 생겨요. 많은 양의 공기가 좁은 공간에 몰려 이동 속도가 빨라지는 거예요. 고층 빌딩이 빼곡히 들어선 거리일수록 유독 바람이 세게 부는 게 그때문이에요. 바다나 강과 가까운 땅도 바람이 강해요. 물은 흙보다 더 천천히 더워졌다 천천히 식어요. 물 위에 있는 공기, 땅 위에 있는 공기도 그 영향을 받으니까 기압 차이가 벌어져 바람이 부는 거예요.

◇편서풍 때문에 태풍이 더 무서워져요

태풍은 보통 열대 해양에서 시작돼요. 뜨거운 햇볕이 공기를 달구고, 달아오른 공기가 하늘 높이 떠올라요. 그 일대에 차츰 '열대성 저기압'이 형성되지요. 이 열대성 저기압이 바다 위를 달려 북쪽으로 이동하며 습한 공기를 모아요. 그러다가 저기압 중심 부근 최대 풍속이 초속 17m를 넘어서면 그때부터 '태풍'이라고 불러요. 태풍의 눈에서 40~100㎞ 떨어진 지역에 가장 세찬 바람이 불죠. 태풍은 보통 대만, 일본, 우리나라 부근까지 올라왔다가 많은 비를 뿌리고 힘이 약해져 '온대성 저기압'으로 변한 뒤 사라져요.

태풍의 중심을 '태풍의 눈'이라고 해요. 태풍의 눈은 저기압인데, 태풍 바깥쪽은 고기압이에요. 그러니까 태풍 바깥쪽에서 태풍 중심 쪽으로 세찬 바람이 팽이처럼 불게 되지요. 벽시계는 1시, 2시, 3시 방향으로 돌아가지요? 태풍이 몰고 오는 바람은 그 반대예요. 바람이 바깥쪽에서 안쪽으로 빙빙 돌며 휘몰아치죠. 어느 날 벽시계가 12시, 11시, 10시 순으로 거꾸로 핑핑 돌아간다고 상상해보시면 돼요.

태풍이 이동하는 방향을 기준으로, 태풍 왼쪽보다 태풍 오른쪽 지역이 더 바람 피해가 커요. 태풍이 가는 방향 오른쪽을 '위험 반경'이라고 부를 정도예요. 왜 그럴까요? 태풍이 있을 때나 없을 때나 우리나라와 일본 위쪽에는 '편서풍'이라는 바람이 늘 불고 있어요. 남서쪽에서 북동쪽으로 불어가는 바람이죠.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돌아가는 태풍에, 편서풍이 한층 힘을 보태줘요. 태풍과 편서풍이 합쳐지는 곳에서 가장 피해가 많이 나는 거지요. 일본 오사카 지역도 태풍 제비의 위험 반경에 들어간 곳이었어요.

◇최대 순간풍속 초속 60m에 달한 '제비'

잔잔한 바람이 불어올 때면 몸도 시원하고 마음도 상쾌하지만, 강풍이 불면 얘기가 달라요. 바람의 속도를 나타내는 '풍속'이 강할수록 바람이 일으키는 피해가 급격하게 커지죠. 바람의 세기는 '보퍼트 풍력 계급'으로 재요. 바람의 속도와 그로 인한 피해 정도를 13단계로 나눈 척도예요. 우리나라 기상청은 초속 10m가 넘으면 그때부터 '강풍'이라고 불러요. 이 정도 바람이면 비가 내려도 우산을 제대로 쓸 수 없어요. 나아가 바람 속도가 초속 15~20m이 되면, 사람이 제대로 걷기 힘드는 건 물론이고, 간판이 떨어지거나 물체가 날아다니지요.

보퍼트 풍력 계급 중에 가장 센 바람이 '풍력 계급 12'예요. 한두 집만 부서지는 게 아니라, 넓은 지역에 걸쳐 수많은 집이 부서지고 나무가 뿌리째 뽑히죠. 태풍 제비의 최대 순간풍속은 초속 60m에 달했어요. 그 때문에 제비가 쓸고 간 지역은 건물에 멀쩡히 달려 있던 베란다가 떨어져 나가 전선에 걸리거나, 빌딩 위의 크레인이 부러져 떨어지는 등 여러 사고가 발생했어요. 도로 위를 달리던 큰 트럭이 순식간에 옆으로 쓰러지고, 주차장에 있던 차들이 붕 떠서 날아다니는 영상이 소셜 미디어에서 공유되기도 했죠. 바다 위에 지어진 간사이 국제공항은 순식간에 바닷물로 가득 차 육지와 공항을 잇는 도로가 사라져 버렸고 이 때문에 8000명 가까운 사람들이 하루 동안 공항 안에 갇혔지요.

2003년 우리나라에 상륙해 큰 피해를 낸 태풍 '매미'도 최대 풍속이 엇비슷했죠. 이 정도로 센 바람이 불면, 콘크리트 건물도 무너질 수 있어요.


김은영 과학칼럼니스트 기획·구성=유소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