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IT·AI·로봇] 실시간 도로 상황 분석, 승객과 연결… 최적경로 찾아요

입력 : 2018.09.11 03:07

승차 공유 서비스

세계 최대 차량 공유 업체 '우버'가 하늘을 나는 드론에 사람을 실어나르는 '우버 에어'를 5년 안에 선보이겠다고 최근 발표했어요. 일본, 인도, 호주, 브라질, 프랑스 등 다섯 나라가 이를 처음 서비스하는 도시로 뽑혔지요. 곧 택시 타듯, 하늘을 날아 목적지까지 갈 수 있는 시대가 열릴 거예요. 버스, 지하철, 택시 같은 지금까지의 대중교통 수단과는 전혀 다른 '이동의 혁신'이 일어날지도 몰라요. 기술이 발전하면서 사람들이 움직이는 방식도 변하고 있는 것이지요.

◇자율 주행 시대 바라보는 승차 공유 서비스

우버는 처음엔 '콜택시'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였죠. 하지만 세상이 우버나 그랩, 리프트, 디디추싱 등 승차 공유 서비스들에 관심 갖는 이유는 단순히 콜택시처럼 차를 불러 타는 데 있지 않아요.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사람을 효과적으로 실어나를 수 있는가'란 고민을 기술로 해결하는 것이 관건이에요. 일본 '소프트뱅크'는 우버와 그랩에 각각 100억달러, 30억달러를 투자했고, 현대자동차와 SK도 그랩에 직접 투자했습니다.

승차 공유 서비스에는 도로 정보와 경로를 파악하고 이용자를 이어주는 등 다양한 기술이 쓰입니다. 이용자에겐 더 싼 요금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하고, 운전자에겐 더 많은 수익을 만들어 주는 것이 기본적 방향이에요. 말이 안 되는 것 같지만 일정 시간 안에 더 많은 사람을 실어나를 수 있다면, 요금은 줄어도 수익은 늘게 되는 원리죠. 대표적 예가 '합승'입니다. 합승은 그동안 택시 업계의 악습 중 하나로 꼽혔지요. 모르는 사람과 함께 차를 타는 것은 그 자체로 두려운 일이에요. 하지만 승차 공유 서비스는 이용자의 정보를 갖고 있기 때문에 이런 불안을 없애고 승객마다 정확한 요금을 매깁니다. 목적지를 기반으로, 합승하려는 이용자를 이어주기 때문에 길을 많이 돌아가지도 않아요. 가는 길에 태워주는 식의 서비스가 이뤄지는 셈이죠.
승차 공유 시스템 일러스트
그림=정서용
올해 초 우버는 미국 실리콘밸리 지역에서 '우버 익스프레스 풀'이라는 합승 서비스를 시작했는데, 이는 요즘 실리콘밸리의 가장 큰 이야깃거리예요. 이 서비스는 승객이 타고 내리는 위치를 큰 길가로 옮겼습니다. 이용자들은 2~3분 정도 더 걸어야 하지만 운전자 입장에선 승객을 태우려고 골목길에 들어가는 시간을 아낄 수 있습니다. 그만큼 목적지까지 더 빨리 갈 수 있는데 이는 결국 요금을 낮추는 효과가 있지요. 버스 같은 저렴한 교통수단이 없는 실리콘밸리에서 웬만한 곳은 2~3달러면 갈 수 있습니다. 차량이 배치된 후 걸어나가면 거의 정확한 시간에 차량이 도착해요. 차도 사람도 오래 기다릴 필요가 없습니다. 단순히 차량을 불러주는 게 아니라, 실시간으로 차량 경로를 파악하고 이 데이터를 반영해 목적지까지 최적 경로를 만들어내는, 지리 정보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어요.

사업은 차량과 승객을 이어주는 데서 시작했지만 이제 승차 공유는 경로와 요금 등을 두루 따져서 실시간으로 정리하는 교통 플랫폼이 됐습니다. 이 때문에 이동 수단을 자동차에서 오토바이, 자전거, 그리고 드론으로까지 바꿀 수 있어요. 또 음식 배달, 퀵 서비스 등 다양한 산업으로도 영역을 넓힐 수 있습니다.

장기적으로 승차 공유 서비스들은 자율 주행 차량 시장을 바라보고 있어요. 최적 경로를 찾는 기술이 있고, 이를 반영해 그대로 안전하게 따라갈 수 있는 차량이 있다면 이보다 더 완벽하게 이동할 수는 없겠지요. 현재 이용자를 매칭해주는 서비스는 자율 주행 서비스와의 접점일 뿐입니다.

◇업계 반발·안전·요금 폭탄 문제도

우버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일본, 서유럽 등 택시 제도가 잘 자리 잡힌 나라에선 찬밥 신세예요. 돈을 받고 사람을 태워주는 서비스는 각국의 운송법과 정면으로 맞닥뜨리기 때문이에요. 승차 공유 서비스는 소비자 처지에선 편리하지만 택시 산업에는 위협이 될 수 있어요. 우리나라에서도 얼마 전 승차 공유 서비스와 택시 업계의 갈등을 풀기 위해 4차산업혁명위원회가 나서서 자리를 만들었지만 택시 업계 반발은 여전히 심해요. 택시 업계는 승차 공유나 카풀 서비스가 합법화하면 하루 손실이 178억원에 이른다는 자료를 내놓았어요.

안전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와요. 우리나라에서 개인택시를 운전하려면 택시운전 자격시험에 합격해야 하는 등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어요. 또 택시기사가 지켜야 하는 의무 조항도 많지요. 반면 승차 공유 서비스는 기본적 요건만 충족하면 누구나 기사가 될 수 있고 규제도 약하죠. 일부 승객은 민간 업체가 검증하는 기사가 운전하는 차보다 정부에서 인정받은 택시를 타는 게 안전하다고 느낄 수 있어요.

우버를 둘러싼 논란은 우리만의 고민이 아니에요. 뉴욕타임스는 지난 5월 "(우버 같은) 공유 경제가 저소득자를 양산하고 있다"고 비판했어요. 우버 운전자들이 기존 뉴욕 택시 운전자보다 더 오래 일하고, 손에 쥐는 돈은 더 적어졌다는 거예요. 미국 법원이 우버 기사를 '독립 사업자'라고 판결하면서 우버로 갈아탄 택시 기사들은 건강보험 같은 복지 혜택을 누릴 수 없게 됐죠.

승차 공유 서비스를 택시 업계에 적용했던 싱가포르 사례를 볼까요? 싱가포르에선 한때 이용자가 차량을 부르면 택시와 우버 차량 모두에게 승객 정보를 똑같이 보내주는 서비스를 시작했어요. 이 서비스는 가변 요금제를 택해 택시 업계 호응을 얻었습니다. 승차 공유 서비스는 수요와 공급을 바탕으로 세밀하게 요금을 조정해요. 출퇴근 시간이나 막차가 끊긴 늦은 밤처럼 이용자가 많은 때는 수요를 반영해 요금이 올라갑니다. 하지만 택시는 보통 요금이 법으로 정해져 있죠. 싱가포르 정부는 택시에도 우버와 똑같은 가변 요금제를 적용하게끔 규제를 풀었습니다. 물론 이런 요금 체계에 대해 "요금 폭탄을 맞았다"는 소비자들의 불만도 있긴 합니다. 지난 2016년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폭발 테러가 일어나자, 우버를 이용해 집에 가려는 사람이 몰렸고 평소보다 요금이 세 배 이상 뛰었어요. "테러 사건을 틈타 우버가 폭리를 취한다"는 비난이 나왔죠. 승차 공유 서비스가 반드시 소비자의 이익을 보장하지는 않는 예라고 할 수 있어요.



최호섭·IT 칼럼니스트 기획·구성=유소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