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IT·AI·로봇] 키보드 대신 펜으로 입력… 화면 센서가 움직임 알아채요

입력 : 2018.09.04 03:00

[스타일러스 펜(Stylus Pen)]
PDA·닌텐도DS에 쓰인 감압식 펜… 아이폰 나오며 손으로 직접 눌렀죠
2011년 삼성 '갤럭시노트'로 펜 부활… PC와 태블릿PC도 펜으로 입력해요

최근 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9을 내놓았어요. 아이폰9도 9월 출시를 앞두고 있어 '가을 스마트폰 전쟁'이 예상된다는 소식이 들려요. 이 중 갤럭시노트9이 'S펜'을 선보이면서 '스타일러스 펜'이 다시 주목받고 있어요. 글씨를 쓰듯 디지털 기기에 펜으로 입력하는 방식은 언제부터 썼으며 어떤 원리를 이용하는 걸까요?

◇화면 정확히 누르기 위해 쓰기 시작

디지털 기기에 내용을 입력하는 도구로 펜이 쓰이게 된 것은 PDA로 불리는 개인용 디지털 단말기가 나오면서부터였습니다. PDA는 '스마트폰의 할아버지'라고 할 수 있어요. 주머니 속에 넣고 다니던 수첩을 대신해 전화번호부나 일정을 입력하고 간단한 메모를 할 수 있었지요. 하지만 지금처럼 컬러 화면도 아니었고 통신 기능도 없었습니다. 그저 작은 화면에 간단한 글자를 입력하고 확인하는 용도에 가까웠습니다. PDA도 엄연한 컴퓨터 중 하나였지만 키보드와 마우스를 들고 다니면서 쓸 수 없었기 때문에 펜을 입력 장치로 이용한 것이지요.

[IT·AI·로봇] 키보드 대신 펜으로 입력… 화면 센서가 움직임 알아채요
/그림=정서용
화면을 만져서 사용자가 직관적으로 기기를 쓰게 하는 요즘 전자 펜의 취지와 달리, 작은 버튼을 정확하게 누르기 위한 도구에 가까웠어요. 급할 때는 손톱으로 눌러서 쓸 수 있긴 했지만 작은 버튼을 정확히 누르려면 펜이 필요했죠. 이때부터 컴퓨터와 펜의 만남이 시작됐어요. 바늘처럼 뾰족한 펜 끝을 일컫는 '스타일러스 펜(Stylus Pen)'이라는 이름도 이때부터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PDA가 썼던 펜 입력 방식은 '감압식'이에요. '누르는 힘을 알아챈다'는 의미입니다. 펜은 그저 뾰족한 침일 뿐이고 어느 부분이 눌리는지 알아채는 것은 화면의 몫이었습니다. 이 화면에는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아주 얇은 센서들이 바둑판처럼 가로 세로로 덮여 있습니다. 그 위를 펜으로 꾹 누르면 각 센서들이 얼마나 강한 자극을 받는지 읽어서 지금 펜이 어디를 누르고 있는지 맞히는 식이었습니다. 그래서 이 펜을 처음 쓸 때는 약간의 보정이 필요했고 오래 쓸수록 점점 센서의 정확도가 떨어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구조가 간단했고, 가격이 싼 데다가, 펜도 아주 간단히 만들 수 있다는 강점이 있었습니다. 이 방식은 아이폰이 세상에 나오기 전까지 가장 대중적으로 터치 스크린을 쓰는 방식이었어요. 그때까지 쓰던 휴대폰에도 이 감압식 화면이 쓰였고 휴대용 게임기 닌텐도DS도 이 방식으로 화면을 만질 수 있었습니다.

◇수첩처럼 메모할 수 있게 하면서 부활

아이폰이 등장하면서 이 감압식 펜은 사라졌어요. 아이폰은 화면의 버튼들을 크게 만들어 굳이 작은 버튼을 누르기 위해 펜을 쓸 필요가 없었습니다. 이전 기기들이 소프트웨어를 짤 때 윈도 PC를 기준으로 했기 때문인데 애플은 완전히 새로운 화면을 만들었죠. 스타일러스 펜의 수명도 이대로 끝나는 듯했습니다.

그러나 2011년 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를 내놓으면서 스타일러스 펜을 다시 무덤에서 꺼내왔어요. 스마트폰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당시 삼성전자는 큰 화면을 내세웠는데, 그 과정에서 화면을 극단적으로 키운 기기를 내놓았어요. 그리고 화면이 커져야 하는 이유 중 하나로 '펜 입력'을 내세웠어요. 사람들이 아직 아날로그 수첩을 많이 쓰던 시기였기 때문에 수첩처럼 메모할 수 있는 스마트폰의 등장은 반가운 일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이 펜은 기존 스타일러스 펜과 달리 더 정교한 입력이 가능했어요. 스마트폰이 펜촉의 끝을 정확히 알아챘지요. 기존 펜들과 입력 방식이 달랐기 때문이에요. 갤럭시노트에 쓰이는 펜은 '전자기공명(EMR·Electro Magnetic Resonance)' 방식을 이용합니다. 디스플레이 위에 자기장을 만들고, 펜에는 코일을 감아 이 자기장을 빨아들이는 원리예요. 디스플레이의 센서는 자기장이 어느 곳으로 이동하는지 읽을 수 있어 그 지점이 바로 펜촉이 있는 자리라고 알아챕니다.

이 방식은 감압식보다 더 정확하고 자연스럽습니다. 무엇보다 펜 끝이 화면에 닿지 않아도 가까이 다가오면 어디쯤에 입력하려고 하는지도 미리 알아챌 수 있습니다. 갤럭시노트 펜을 화면에 닿을 듯 말 듯 대면 화면 위에 작은 점이 뜨는 것이 이런 이유입니다. 펜이 가까이 오는 것을 알아챌 수 있기 때문에 펜으로 글씨를 쓸 때 손목이 화면에 닿아도 스마트폰은 모른 척해줍니다. 웹툰 작가나 그래픽 디자이너들이 PC에 연결해서 쓰는 그래픽 태블릿도 대부분 이 방식을 씁니다. 이 기술의 주도권은 일본의 '와콤'이 쥐고 있고 갤럭시노트도 이 회사의 기술을 가져다 쓰고 있어요.

◇충전해 전기 신호 만드는 펜도 등장

화면 위에서 더 정교하게 펜을 쓰고자 하는 욕구는 PC와 태블릿PC에서도 나타났어요. 이 기기들은 널찍한 화면에 글씨를 입력할 수 있기 때문에 스마트폰보다는 펜과 더 잘 어울릴 수 있습니다. 애플의 '아이패드'와 '애플펜슬', 마이크로소프트의 '서피스'와 '서피스 펜'이 대표적입니다. 이제까지 펜들은 충전해야 하거나 건전지를 넣을 필요가 없었지만 이 펜에는 배터리가 들어갑니다. 펜에서 전기 신호를 만들어서 내보내는 이 방식을 '능동 정전식(AES·Active Electrostatic)'이라고 부릅니다.

기본적인 원리는 전자기공명 방식과 비슷하지만 이 방식은 펜이 지나간 자리에 선이 그어지는 속도가 빠르고, 펜이 기울어진 것도 잘 알아챕니다. 연필을 뉘어서 스케치하는 느낌을 살리기도 좋아요. 무엇보다 전자기를 펜에서 일으키기 때문에 큰 디스플레이에 적용하기도 쉽습니다.

터치스크린과 펜은 키보드, 마우스에 이어 또 하나의 입력 장치로 빠르게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인류가 오래전부터 써온 커뮤니케이션 도구 중 하나인 만큼 펜과 디지털 기기의 결합은, 디지털 기기를 우리 일상 깊숙이 들여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거예요.



최호섭 IT 칼럼니스트 기획·구성=유소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