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미있는 과학] 1370℃ 열 견디며 태양 표면 600만㎞까지 접근해요

입력 : 2018.08.30 03:00

[태양 탐사선 '파커' 발사]
높은 온도 견디기 위해 열방패로 무장… 중력 견디기 위해 초속 190㎞로 비행
7년간 20여회 태양에 접근한 뒤 소멸… 코로나·태양풍·플레어 집중 관찰해요

우리나라 시각으로 지난 11일 오후 4시 48분, 전 세계 과학자들 눈이 미국 플로리다 케이프 커내버럴 공군기지로 쏠렸어요.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파커 태양 탐사선'(이하 파커)이 우주로 발사되는 순간이었거든요. 태양을 연구한 천체물리학자 유진 파커의 이름을 딴 '파커'는 '인류 최초 태양 탐사선'이에요. 태양에 가기까지는 왜 이렇게 오래 걸린 걸까요? 태양에 도착한 파커는 어떤 일들을 할까요?

◇코로나 아래까지 들어가는 파커

태양은 지구와 가장 가까운 별이자 지구를 포함한 8개의 행성과 왜소행성, 소행성, 혜성 등 수많은 천체를 거느린 태양계의 중심이에요. 태양과 지구 사이는 약 1억4810만~1억5210만㎞예요. 이렇게 차이가 나는 이유는 지구가 태양을 도는 '공전궤도'가 비스듬한 타원형을 그리고 있기 때문이지요. 태양에서 출발한 빛은 약 8분 19초 후에 지구에 도달하는데, 바꿔 말하면 세상에서 가장 빠른 물질인 빛도 바로 도착하지 못할 정도로 태양과 지구 사이가 멀다는 이야기지요.

[재미있는 과학] 1370℃ 열 견디며 태양 표면 600만㎞까지 접근해요
/그래픽=안병현
태양은 지구보다 약 130만배 크고 약 33만배 무거워요. 태양의 대부분은 수소와 헬륨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그 밖에도 탄소와 나트륨 등 더 무거운 원소들이 아주 적은 양이나마 포함돼 있지요. 수소는 서로 부딪쳐서 헬륨으로 바뀌는 '핵융합 반응'을 일으키는데 이 과정에서 태양의 빛과 열이 만들어져요. 태양의 표면에 있는 '광구'는 평균 섭씨 5500도지만 가장 중심에 있는 핵은 무려 1360만도랍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빛과 열 덕분에 지구의 생명체가 살 수 있어요.

태양 표면의 물질은 끊임없이 움직이면서 자기장을 만들어요. 그리고 이 자기장은 엄청난 폭발을 일으키곤 하지요. 태양의 물질들이 솟구치는 '플레어'나 '홍염'은 바로 이런 자기장의 폭발 때문에 일어난답니다. 또 태양이 내뿜는 '태양풍'은 지구까지 도달해 아름다운 오로라를 만들거나 지자기 폭풍(지구 자기권의 일시적인 혼란)을 일으켜요. 지자기 폭풍이 큰 규모로 일어나면 지구를 도는 통신위성들이 영향을 받아 전화, 데이터 이동 등 전자 통신이 불가능해지고 전기선이 간섭받아서 전기를 사용할 수 없게 될 수도 있답니다. 다행히 이 정도의 엄청난 지자기 폭풍은 지구에서 약 1000년에 한 번꼴로 일어나요. 또 지구도 커다란 자석이기 때문에, 자체적으로 자기장을 갖고 있어서 태양에서 날아오는 지자기 폭풍의 위험을 줄여주기도 하지요.

그런데 우주에서는 이런 방패가 없어요. 그래서 우주여행을 계획할 때 태양풍의 영향을 고려해야 해요. 우주에서 태양풍을 바로 맞으면 사람이 죽을 수도 있거든요. 또 태양을 탐사하려는 탐사선들도 태양풍의 영향을 피할 수 없지요. 태양의 높은 온도도 문제고요. 이 때문에 지금까지 태양을 탐사했던 탐사선들은 수천만㎞ 떨어진 거리에서 태양을 조심스럽게 촬영하거나 물질 분포만 확인했지요. 반면 파커는 태양 표면의 광구에서 겨우 616만㎞ 떨어진 '코로나'의 아랫부분까지 들어갈 예정이에요.

◇올 11월에 도착해 7년간 태양 탐사

파커의 개발에는 시간도 오래 걸렸지만, 우리 돈으로 1조7000억원이라는 엄청난 비용이 들어갔어요. 파커가 뚫고 갈 '장벽'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에요. 그중 하나는 태양의 엄청난 중력이지요. 태양계 전체 질량의 99.86%를 차지할 정도로 크고 무거운 태양은, 그만큼 물체를 잡아당기는 힘인 중력이 아주 강해요. 크기가 겨우 2.3m에 불과한 파커는 여차하는 순간 태양에 끌려가 활활 타오르고 생을 마칠 위험이 높답니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파커가 태양의 중력을 이겨낼 정도의 아주 빠른 속도인 초속 190㎞ 이상으로 달릴 수 있도록 했어요. 하지만 지구에서 출발할 때의 속도나 연료만으로는 이 속도를 내기가 어렵답니다. 그래서 파커는 태양에 가는 길에 금성 부근을 지나도록 설계됐어요. 금성의 중력을 얻어 속도를 높이는 '플라이바이(Flyby) '를 하기 위해서지요. 플라이바이를 9번 해서 충분한 속도를 얻은 뒤에 태양으로 향할 예정이기 때문에 태양에 도착하는 건 약 3개월 후인 11월이 될 거예요.

파커가 접근할 코로나의 온도도 문제예요. 지구에서는 개기일식 때나 볼 수 있는 진주 빛의 아름다운 코로나는 사실 물질이 원자 구조를 유지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온도가 높아요. 태양 표면 온도의 수백 배에 달하지요. 과학자들은 파커가 코로나를 통과할 때 파커 표면의 온도가 1370도까지 올라갈 거라고 예상하고 있어요. 이 온도를 견디기 위해 파커는 두께 11.4㎝인 튼튼한 열방패를 달고 있어요. 파커는 11월 이후 7년간 태양 주위를 빙글빙글 돌면서 탐사를 진행할 예정이에요. 이 기간 중 20번 이상 태양에 가까이 접근해 코로나와 태양풍, 그리고 플레어를 집중적으로 관찰할 거랍니다. 이 과정에서 파커는 지구와 통신하지 않고 최대한 많은 정보를 끌어모은 다음 이를 한꺼번에 지구로 보낼 거예요. 파커가 모은 정보를 분석하면 태양풍이나 플레어의 영향을 받지 않는 안전한 우주여행을 계획할 수 있고, 태양풍이 심할 때 지구가 받는 피해도 최소로 줄일 수 있을 거예요.


☞코로나(corona)

태양 대기의 가장 바깥층으로, 개기일식 때 하얗게 빛나는 고리 모양의 부분.

☞태양풍(太陽風)

태양에서 지구를 향해 평균 초속 400~500㎞로 불어오는 강력한 바람.

☞플레어(flare)

태양 표면에서 일어나는 거대한 폭발로, 방사능을 포함한 태양의 고에너지 입자들이 퍼져 나가는 현상.


김은영 과학칼럼니스트 기획·구성=유소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