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IT·AI·로봇] 컴퓨터에 만든 '가상의 쌍둥이'… 더 안전한 도시 만들죠
입력 : 2018.08.28 03:04
디지털 트윈(Digital Twin)
얼마 전 전주시와 한국국토정보공사가 '디지털 트윈(Digital Twin)' 기술을 도입한 국내 최초 도시를 만들기로 손잡았다고 해요. 전주시의 행정 정보와 한국국토정보공사의 IT를 더해서 도시를 더 안전하고 더 편리하게 만들기로 한 것입니다. 도시 구석구석을 IT 통신으로 연결해 똑똑하게 만드는 '스마트 시티' 기술은 이미 세계적으로 여러 도시에서 시행하고 있지요. 그렇다면 디지털 트윈 기술은 무엇일까요?
◇현실 세계와 똑같은 쌍둥이
디지털 트윈은 미국의 가전 회사인 제너럴 일렉트릭(GE)이 만든 개념입니다. 이름 그대로 디지털 세계에 현실 세계와 똑같은 '쌍둥이', 즉 복사본을 하나 만드는 것이지요. 전주시와 국토정보공사가 추진하는 디지털 트윈 도시도 디지털 공간에 전주시와 똑같은 가상 도시를 세우겠다는 겁니다. 마치 SF영화에 종종 나오는 '평행 우주'나 '다중 우주'처럼 세상을 또 하나 만들자는 것과 비슷해요.
디지털 트윈 기술은 여러 산업 환경에서 쓰입니다. 도시뿐 아니라 비행기, 자동차, 건축물 등 다양한 사물이 컴퓨터 속에 복사본으로 존재하고 있지요. 올해 KT경제경영연구소가 5G(5세대 이동통신), 스마트시티·스마트그리드, 스마트카, 블록체인, 양자 기술, 인공지능(AI) 어시스턴트 등과 함께 '2018 한국을 이끄는 10대 ICT(정보통신기술) 트렌드' 중 하나로 꼽기도 했어요. 그렇다면 왜 전문가들은 진짜 세상을 가상으로 복사하려 하는 걸까요?
- ▲ 그림=정서용
이런 사고 위험을 막으려면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사실 컴퓨터가 태어난 이유 중 하나는 현실에서 일어날 수 있는 문제점을 미리 가상공간에서 실험해보자는 것이었습니다. 컴퓨터 속에서 일어나는 사고로 누군가 다치는 일은 없는 데다 실패해도 다시 해보면 되니까요. 그러기 위해서는 현실 세계를 더 정밀하게 디지털로 복제해야 합니다. 일란성 쌍둥이처럼 말이죠.
도시를 개발할 때도 현재 상황과 똑같은 '디지털 트윈 공간'에서 먼저 실험해볼 수 있습니다. 도로를 내면 교통량에 어떤 변화를 주는지, 건물을 짓는 동안 주변 도로는 얼마나 혼잡해질지, 땅의 안전도는 어떠할지 등을 미리 파악할 수 있습니다. 디지털 트윈이 정밀하게 만들어질수록 실제 세상과 더 똑같은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 거지요. 마치 기술로 미래를 내다보는 것 같지 않은가요?
특히 항공기나 우주선처럼 복잡한 기기는 아주 예민하지만 이 기계가 실제 작동하는 환경은 아주 거칠고 험합니다. 극저온·저기압인 하늘을 열 몇 시간씩 날아가는 비행기 엔진을 떠올려볼까요. 때로는 얼음 조각이 튀기도 하고, 엄청난 비나 눈이 오기도 합니다.
비행기가 겪는 이런 예민한 환경 정보를 실시간으로 모아서 디지털 트윈에 반영하면 지금 엔진이 얼마나 힘든 상황이고 어느 부분에 영향을 받고 있는지 곧바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인공지능 기술까지 적용되면 실제 기계 고장이 일어나기 전 미리 어느 부분을 점검하라는 경고도 받을 수 있어요. 항공기 터빈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활용해서 에너지 발전용 터빈의 고장을 예측할 수도 있습니다. 인공지능이 가상으로 사고 위험을 시뮬레이션해 판단을 내리는 것입니다.
◇더 정밀하게, 더 정확하게
디지털 트윈을 빠르게 적용할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대부분 설계가 디지털로 이뤄진다는 점입니다. 특히 종이 위에 연필로 그리는 2차원 도면을 넘어 솔리드웍스나 카티아 같은 3차원 설계 프로그램으로 만들어내면서 설계에 대한 생각 자체가 달라지고 있습니다. 아예 가상공간에서 완제품을 만들어보는 수준이 된 거지요.
디자인뿐 아니라 소재의 특성이나 무게, 심지어 내구성까지도 실제와 똑같이 반영합니다. 그 정밀도가 실제 세상과 점점 더 닮아가면서 이제는 디지털 세상 안에서 완성된 제품을 실제 제품으로 생산해 팔기도 합니다.
이미 설계자들은 가상공간에서 실제처럼 부품을 조립해 비행기를 만들고 하늘로 날려보고 있습니다. 요즘 설계 프로그램은 사물 인터넷을 통해 더 많은 자료를 수집하면서 정확도가 급격히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아예 생산하는 나라에 따라 소재와 가격, 물류비용까지 설계 결과에 반영해 보여줍니다. 심지어 설계자가 놓친 새 소재와 공급처를 제안해주기도 하고요. 3D 설계 프로그램이 그 자체로 한 세상인 셈입니다.
특히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데이터 분석이 중요하기 때문에 디지털 트윈이 더욱 주목받고 있습니다. 산업 현장에서 나오는 갖가지 데이터가 사물 인터넷으로 실시간으로 모이고, 인공지능 기술이 더해지면서 더욱 정밀한 분석이 가능해진 것이지요. 이를 통해 사람이 전혀 생각지 못했던 문제까지 해결되곤 합니다.
데이터가 정확하고 세밀할수록 쌍둥이는 더 정확한 답을 내놓고 다시 그 데이터를 바탕으로 실제 세상에 더 나은 완성품을 내놓게 되는 선순환이 이뤄지는 것이지요.
컴퓨터 관점에서 보면 이제 '쌍둥이'는 디지털 가상공간에 존재하는 게 아니라 마치 인간 세계에 존재하는 것 같지 않나요? 데이터는 점점 진짜 세상을 닮아가고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