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동물 이야기] 쥐박멸 사업으로 남쪽선 멸종위기… 백두산엔 많아요

입력 : 2018.08.24 03:03

여우

최근 남북 협력 사업 논의가 탄력을 받으면서, 비무장지대(DMZ) 일대를 세계적인 생태 보고로 지키자는 목소리가 높아요. 멸종 위기 동물 중에서도 산양이나 사향노루, 두루미를 대상으로 여기는 사람도 많지만, 우리 문화나 서식지 특성을 생각하면 여우가 제격이 아닐까 해요.

우리나라에 예전부터 살던 토종 여우는 등 털에 붉은빛이 도는 붉은 여우예요. 과거엔 산속뿐 아니라 마을에 자주 나타날 정도로 여우가 많았는데, 70년대 갑자기 사라져 멸종 위기종이 됐어요.

다른 나라에서도 사냥 등으로 여우가 줄긴 줄었지만, 우리나라처럼 사라지진 않았죠. 당시 정부 차원에서 대대적으로 쥐 박멸 사업을 진행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학계 정설이에요. 여우 먹이인 쥐가 줄기도 했고, 쥐약 먹은 쥐를 여우가 먹어 개체 수가 급격히 줄었다는 것이죠.

여우 사진
/남강호 기자

최근 10년간 멸종 위기종인 여우 30마리를 복원해 소백산에 풀어놓기도 했어요. 하지만 여우는 산보다는 넓은 풀밭을 서식지로 삼아요. 지금처럼 시설에서 키우고 훈련해 산에 풀어놓는 것보다, 북한 백두산에 많은 여우를 넓은 DMZ에 데려다 놓으면 자연스럽게 수가 크게 늘 거예요.

여우는 직접 굴을 파거나 토끼가 파놓은 굴에 살아요. 굴이 길고 입구가 여러 개라서 적을 잘 따돌릴 수 있죠. 사람이 쫓다가도 곧잘 놓치는데, 개처럼 영리한 여우가 굴로 빠르게 숨어들거나 재빨리 길을 돌아가 버리기 때문이에요. 우리나라에서도 산에서 여우를 뒤쫓다가 여우는 놓치고 길을 헤매다 죽어버린 이들도 있었어요. 이런 경험들이 산골 외딴집에서 아름다운 여인으로 변신한 구미호가 사람을 홀리는 이야기 등으로 전해져 내려온 게 아닐까 합니다.

갯과 동물 중 늑대나 들개는 큰 무리를 지어 몰려다니며 커다란 동물을 사냥해요. 하지만 여우는 대개 아빠·엄마 여우와 새끼들로 이뤄진 가족 단위로 살아요. 새끼는 봄 늦게 태어나 가을이면 가족을 떠나고요. 개처럼 10~15년을 살지만, 자연에선 일찍 죽는 경우가 많아요. 갯과 동물인 만큼 광견병같이 개가 걸리는 질병에 여우도 많이 걸리죠.

여우는 쥐나 다람쥐, 토끼, 담비 등 작은 동물을 먹어요. 사람들이 사는 마을로도 잘 내려와 쥐를 잡고 닭도 물어가요. 특히 먹이가 부족한 겨울엔 부쩍 마을로 자주 내려왔어요.



김종민 박사·전 국립생태원 생태조사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