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아하! 이 음식] 생산성 높은 세계 3대 작물…남미엔 옥수수 神도 있어요

입력 : 2018.08.22 03:00

옥수수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영화 '인터스텔라'에는 광활하게 펼쳐진 옥수수밭이 등장해요. 멀지 않은 미래 기상 재해와 병충해가 휩쓸고 간 지구에는 인간이 먹을 식량은 단 하나, 옥수수뿐이지요. 놀런 감독은 과학적으로 검증된 영화를 만드는 것으로 유명한데, 열악한 환경에서도 잘 자라는 옥수수의 강한 생명력을 잘 알고 인류를 구원할 미래 식량으로 등장시킨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와 일본, 중국에선 찐 찰옥수수를 많이 먹고, 서양에서는 단맛 나는 스위트콘을 간식으로 많이 먹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멕시코인들의 주식인 토티야와 케사디야, 나초, 팝콘, 콘플레이크 모두 옥수수로 만든 음식이죠.

옥수수
/김지호 기자
우리나라 올챙이 국수도 옥수수로 만들어요. 옥수수를 갈아 가라앉히면 앙금이 남는데, 이를 가열하면 죽이 돼요. 이 죽을 구멍이 송송 난 바가지에 부으면 방울방울 떨어져요. 그 모양이 꼭 올챙이 같아서 올챙이 국수라고 합니다.

이렇게 전 세계에서 다양한 음식으로 만들어지는 옥수수는 멕시코와 남아메리카가 원산지로, 볏과에 속하는 한해살이 식물이에요. 벼, 밀과 함께 세계 3대 식량 작물이에요. 전 세계 재배 면적이 약 1억6000만 헥타르, 생산량은 8억2000만t에 이릅니다. 우리나라는 세계 제2위 옥수수 수입국이에요.

옥수수는 7000여 년 전 처음 재배된 것으로 추정되지만, 세계적으로 재배된 것은 500여 년 전입니다. 옥수수는 어떤 환경에서도 잘 자라고 생산성이 높을 뿐 아니라 보관과 조리도 쉬워요. 이런 장점들로 인류 역사를 바꾸기도 했죠. 생산성이 워낙 높아 남미에선 "옥수수가 없었다면 마야나 아즈텍의 거대한 피라미드도, 페루 쿠스코 성벽과 마추픽추도 불가능했을 것"(역사학자 페르낭 브로델)이라는 말도 있어요. 중남미 지역에선 옥수수 신(神) '훈 후나푸'가 있고, 마야의 농사력에는 한 해의 시작과 끝이 옥수수 재배 시기와 일치하기도 한답니다.

옥수수는 남미에서 아메리카 대륙 전체로 전파됐고, 이후 유럽을 거쳐 16세기 아프리카, 아시아로 전파됐죠. 유럽 인구가 2배로 증가했고, 청나라 초기 중국 인구가 급증한 것도 옥수수 전래와 연관된 것으로 추측됩니다.

우리나라엔 옥수수가 1700년도에 전래된 것으로 추정돼요. 1766년에 유중림이 쓴 '증보산림경제'란 책에 옥촉서(玉蜀黍)라는 이름으로 등장하죠.

옥수수는 식품, 에너지, 바이오 소재, 제약 등 다양한 분야 원료로 이용됩니다. 대부분의 가공 식품의 단맛은 옥수수 이삭 부위의 전분으로 만든 전분당이에요. 또 이삭과 줄기, 잎은 동물 사료로 사용되고, 수염은 신약으로 연구·개발되고 있어요. 미국에선 옥수수 전분으로 알코올을 만들어요. 미국 대부분 주유소는 휘발유에 옥수수로 만든 알코올을 10% 정도 첨가해 판매합니다. 미국 월마트에선 옥수수 전분으로 만든 플라스틱 봉지를 사용하죠.


박현진 고려대 식품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