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미있는 과학] 매년 0.54℃ 올라가는 서해… 열 품으며 폭염 부추겨요

입력 : 2018.08.16 03:00

[한반도 기후변화]
한반도, 2050년 아열대 기후 예상… 수온 오르면서 명태·꽁치 생존 위협
온실가스로 인해 극지방 얼음 녹으며 지구 열순환 흔드는 연쇄 작용 일어나

올여름엔 '최고기온 40도'라는 날씨 뉴스가 심심찮게 보였는데요. 그렇다 보니 좀처럼 끝나지 않는 폭염이 무섭게 다가옵니다. 이런 가운데 국내 기후변화 전문가들이 '2050년 한반도의 모습'을 예상했는데 결과가 충격적이에요. 뜨거운 여름이 5월부터 시작해 9월까지 이어지는 데다가 아열대기후로 변해서 농작물 재배도 달라지고, 각종 전염병까지 창궐할 수 있다는 거예요. 한반도 기후는 앞으로 어떻게 달라질지, 또 변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알아보도록 해요.

◇한반도가 아열대기후로 변한다?

올해처럼 폭염이 생기는 가장 큰 원인은 지구온난화예요. 지구 온도가 높아지면서 대기가 머금은 수증기가 많아졌고, 이 뜨겁고 습한 공기가 대기 위로 올라가면서 고기압이 강해진 거예요. 낮에는 태양이 강하게 내리쬐어서 뜨겁고, 밤에는 더운 수증기와 열섬 현상 때문에 열기가 식지 않죠. 이런 상황은 전 세계적으로 비슷하게 나타나고 있어요.

[재미있는 과학] 매년 0.54℃ 올라가는 서해… 열 품으며 폭염 부추겨요
/그래픽=안병현
지구온난화가 이 상태로 이어진다면 2050년에는 폭염 일수(낮 최고기온이 33℃를 넘는 날)가 최대 50일로 늘어난다고 해요. 최근 30년간 평균 폭염 일수는 10일인데 이보다 5배 많아져서 매일같이 폭염이 이어지는 세상에 살게 되는 거예요. 폭염 기간도 7, 8월만이 아니라 5월부터 9월까지로 늘어날 전망이에요. 밤 기온이 25℃ 이상인 열대야 일수도 30일 이상 길어지고요.

노약자나 어린이처럼 폭염에 취약한 사람들이 걱정인데요, 2050년이 되면 65세 이상 인구가 많아져 폭염으로 인한 연간 사망자 수가 250명으로 급증할 수 있어요. 연평균 기온이 계속 올라 17℃에 이르면 한반도는 아열대기후로 접어들어요. 사과나 복숭아를 재배하기 어려워지고, 감귤이나 단감 생산지는 늘어날 수 있어요. 명태나 꽁치처럼 차가운 바닷물에 사는 물고기도 구경하기 어려워지고요.

◇한반도 바다 수온 0.34℃씩 올라

2050년까지 내다보지 않아도 당장 한반도 바다는 빠르게 뜨거워지고 있어요. 기상청이 한반도 바다의 표층 수온을 측정했더니 2010년 이후 7월 평균 수온이 한 해 0.34℃씩 높아졌다고 해요. 수온 관측을 시작한 1997년부터 지금까지 연평균 0.14℃ 수온이 높아졌는데, 2배 이상 빨리 바다가 뜨거워지고 있는 거예요. 특히 서해는 매년 0.54℃씩 수온이 높아지고 있다고 해요.

이렇게 뜨거워진 영역은 최근 3년 사이 급격하게 넓어졌어요. 우리나라 바다 온도는 평균 24~25℃ 정도예요. 2016년 7월 평균 25℃를 기준으로 같은 온도를 띠는 곳을 이었더니 충남 태안과 울산 인근 해역이었어요. 그런데 2017년 7월 이 선이 인천 백령도와 강원도 속초까지로 올라갔고요. 올해는 이 선이 북한의 평안북도와 함경남도까지 올라갔어요. 뜨거워진 바다가 점점 넓게 한반도를 에워싸는 모양새가 된 거예요.

문제는 바다 온도가 높아지면 폭염도 더 심해진다는 데 있어요. 올해처럼 폭염이 길게 이어지면 대기 온도가 높아지고 일사량도 늘어서 바다 온도를 높이게 돼요. 이렇게 뜨거워진 바다는 다시 폭염을 부추겨요. 물은 공기보다 천천히 데워지고 식기 때문에, 바다가 열을 계속 품으면서 폭염을 오래 지속시킬 수 있다는 거예요.

실제로 지구의 70%를 차지하는 바다 온도는 지구 기후에 결정적 영향을 끼칩니다. 지구온난화로 생성된 열에너지의 93%를 바닷물이 흡수하기 때문이에요. 바다가 품을 수 있는 열용량은 매우 커서 똑같은 온도가 상승했을 때 바다가 대기보다 100배 이상의 열을 담아낼 수 있어요.

◇이산화탄소 안 줄이면 더 독한 폭염 온다

지구를 뜨겁게 만드는 주범인 이산화탄소를 줄이지 않는다면 폭염이 더 독해질 거라는 경고도 나왔어요. 겨울철 한파나 폭우, 폭설 등 극한 기후들도 심해진다고 해요.

스웨덴·호주·덴마크·영국·미국·벨기에·독일·네덜란드 등 8개국 국제 공동 연구팀은 지난 6일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지구온난화가 진행되는 데 15가지 이상의 원인이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얽혀있다고 발표했어요. 기존에 지구온난화를 설명할 때는 이산화탄소를 흡수할 수 있는 숲이 줄어들면 기온이 0.25℃ 높아진다거나, 영구동토층(일 년 내내 얼어있는 토양층)이 녹으면 0.9℃ 오른다는 등 한두 요인만 분석해왔어요. 그런데 이번 연구에서는 여러 요인의 연쇄반응에 주목했어요.

예를 들어 지구온난화로 남극과 북극에서 떠다니는 해빙이 녹으면서 차가운 얼음물이 생겨요. 이 얼음물은 정상적인 해류 흐름을 방해하는 데다 바닷물의 양도 늘려서 기존보다 더 많은 열을 품게 돼요. 이런 연쇄반응은 멕시코 만류의 온도를 높이게 되고, 지구 바다의 전체 열 순환 시스템을 뒤흔들어요. 결과적으로 지구의 열기를 분산해 주는 제트기류에도 영향을 미치고, 이것이 극한 기후의 원인이 되는 거예요.

또 영구동토층이 녹으면서 얼음 밑에 저장돼 있던 메탄과 이산화탄소가 공기 중으로 배출되면 지구온난화가 더욱 가속화된다는 게 연구진의 예상이에요. 최악의 경우 2100년이 되면 지구 평균 온도가 5℃ 이상 오를 수도 있다고 해요. 그러면 바다 속 산호초가 죽고, 열대우림이 파괴돼 온실가스를 저장할 수 있는 여지는 더욱 줄어들고요.

연구진들은 온실가스 배출로 인한 지구온난화는 단순히 극지 빙하를 녹이는 문제를 넘어서 지구 전체 시스템의 회복 능력을 악화시키고 있다고 봤어요. 당장은 파리기후협약에서 세계 정상들이 약속한 '지구 온도 2℃ 상승 억제'부터라도 지켜야 한다고했죠. 어쩌면 그 2℃가 우리가 지구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지켜줄지도 몰라요.


박태진 과학 칼럼니스트 기획·구성=유소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