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아하! 이 장소] 동서 해상 요충지… 급속한 도시화로 지반 가라앉아 '비상'

입력 : 2018.08.15 03:00

자카르타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은 대회 역사상 처음으로 두 도시에서 공동 개최합니다. 이 중 자카르타〈사진〉는 1962년 아시안게임을 개최한 후 56년 만에 다시 아시안게임이 열리는 곳이에요.

'위대한 승리'라는 뜻의 자카르타는 1만 7000여 개 섬들로 구성된 인도네시아 수도예요. 동서 해상 교통의 요충지에 있어 긴 역사 동안 늘 시끌벅적했죠. 네덜란드 식민 시대부터 자카르타는 인도네시아의 명실상부한 정치·경제 중심지가 됩니다. 당시 해상 무역 강국이었던 네덜란드는 자카르타를 동인도 무역의 중심지로 만들고자 했어요. 이어 중국 상인들의 거주를 허락하면서 화교 자본이 이 지역으로 유입됐고, 화교의 경제·사회적 중심지로도 크게 성장했어요.

자카르타
/게티이미지코리아
자카르타 주민의 다수(87%)는 무슬림이에요. 이슬람 상인들이 해상 중개무역으로 막대한 부를 축적했고, 그 부를 바탕으로 인도네시아 전역에 이슬람 문화를 전파했기 때문이에요. 동남아시아 최대 이슬람 사원인 '이스티크랄 모스크'도 자카르타에 있어요. 그러나 자카르타에서는 다문화를 존중합니다. 이마에 붉은 점 빈디를 찍은 힌두교 여성, 주황색 터번을 둘러쓴 시크교 남성, 짧은 옷을 입은 중국계 주민 등을 거리에서 쉽게 만날 수 있어요. 자카르타 곳곳에서 '비네카 퉁갈 이카(Bhinneka Tunggal Ika)'라는 문구를 볼 수 있는데, 이는 '다양성 속의 통일'을 의미해요.

자카르타는 매우 급속한 도시화를 거치며 인구 1000만명이 넘는 동남아시아 최대 도시가 됐습니다. 인프라 부족, 난개발, 빈곤, 교통 체증 같은 도시 문제도 생겼죠. 자카르타는 지반 침하로 인해 수몰 위기에 처해있는데 이 역시 도시 개발에 따른 것입니다. 빌딩이 밀집하면서 지반에 엄청난 하중이 가해졌고, 지하수를 무분별하게 퍼올리면서 지하 암반이 가라앉고 있어요. 여기에 지구온난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 현상까지 겹쳤죠. 그래서 11월부터 3월까지 이어지는 우기엔 도심 곳곳이 큰 홍수 피해를 입기도 해요.

현재 자카르타 전체 면적의 절반 가까이가 해수면보다 낮은 곳에 있어요. 30여 년 뒤엔 자카르타 면적의 4분의 1이 바다에 잠길 거라는 예측도 나옵니다. 그래서 인도네시아 정부는 국조(國鳥)이자 상상 속의 새인 '가루다'의 이름을 붙인 대규모 프로젝트를 시작했어요. '가루다 프로젝트'는 자카르타가 위치한 자바섬 북서쪽 해안가에 거대한 방조제를 건설하는 일이에요. 높이 75m, 너비 13m에 이르는 철근 콘크리트 구조물을 무려 32㎞ 길이로 병풍처럼 두른다고 해요.


박의현 창덕여중 지리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