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동물 이야기] 땀샘 없는 닭, 1분에 240번 할딱거리며 열기 식혀요
닭
- ▲ /제주축산진흥원
전 세계에는 닭<사진>이 수백억 마리 살아요. 지난해 국내에서 도축한 닭은 약 9억3600만 마리였어요. 우리나라 인구가 약 5000만명임을 고려하면 한 사람당 연간 20마리씩 먹은 셈이에요. 닭을 가둬 키워 사육 두수를 늘리고 출하하는 방식으로 닭고기를 생산합니다.
올해 폭염으로 전국에서 폐사한 닭이 300만 마리가 넘는다고 해요. 폐사한 전체 가축 중 93%를 차지하죠. 닭만큼 무더기로 추위나 더위에 쓰러지고 병으로 죽는 동물도 없어요. 조류인플루엔자가 덮친 해에는 수천만 마리를 땅에 묻기도 했습니다.
닭은 원래 체온이 높은 데다가 깃털로 몸이 덮여 있어 체온 조절이 어렵습니다. 게다가 사람이 피부에서 땀을 배출해 증발시켜 열을 내리는 것과 달리 닭은 땀샘이 없어 열과 수분을 배출할 수 없어요. 아예 땀을 흘리지 못하는 거죠. 강렬한 햇볕을 받으면 체온이 부쩍 올라갑니다. 닭 머리 쪽 붉은 피부에는 가는 핏줄이 거미줄처럼 얽혀 열이 바깥으로 조금씩 빠져나가요. 다리에도 가는 혈관이 있어 열이 빠져나가긴 해요.
더운 날 개가 그렇듯, 닭은 입을 벌리고 헐떡거리면서 몸속 수분을 증발시켜 몸을 식힙니다. 분당 20번 쉬던 숨을 240회까지 늘려 더 심하게 헐떡거리죠. 공기가 건조한 사막에서는 온도가 50도가 돼도 이렇게 몸속 수분을 증발시켜 열을 잘 빠지게 합니다. 하지만 공기 중 습도가 50% 이상만 돼도 수분 증발이 어려워 헐떡거림으로는 더위를 이기지 못하게 됩니다.
가뜩이나 열에 취약한데 양계장에 한데 모여 있으니 닭들은 폭염에 쓰러지기 일쑤입니다. 축사에서는 계속 환풍기를 돌리는 등 더위와 전쟁을 치르고 있지만 죽어가는 닭들을 막기에는 역부족인 듯합니다.
닭은 거의 가축으로 길러져 고기와 달걀을 만드는 데 쓰이지요. 닭의 수명은 원래 7년 정도예요. 육계는 태어난 지 한 달이 지나면 도축합니다.
닭을 알 낳는 닭으로 개량하고 가두어 혹사하면 수명이 2년 정도로 뚝 떨어집니다. 1년간 매일같이 알을 낳은 닭은 점점 알 낳는 속도가 느려지고 빨갛던 볏도 칙칙한 분홍색으로 바래고 말아요. 이때쯤 쓸모가 없어진 알닭을 잡아 고기로 팔기도 하지요. 또는 정상적 산란이 어려워질 때 1~2주를 굶기면서 물도 주지 않거나 체중이 25~35% 빠지게 하면 한 달 가까이 평소처럼 알을 낳는데, 그러다가 죽으면 폐기 처분하기도 해요.
치킨 값이 2000원만 올라도 소비자들이 거세게 반발하는 세상에서 닭의 복지를 생각하는 게 사치일지도 몰라요. 그래도 폭염과 혹한, 조류인플루엔자를 견디며 양계장에서 우글우글 몰려 사는 닭을 한 번쯤 생각해 봅시다. 개나 고양이와는 생김새가 다르지만, 삐악삐악 종종거리며 내달리는 노란 병아리가 더 귀여워 보일 때도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