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미있는 과학] 15년 만에 바짝 다가온 화성… 7배 크게, 16배 밝아 보여요

입력 : 2018.08.09 03:00

[화성 대접근과 월식·일식]
인류 진출 꿈꾸는 '지구형 행성' 화성… 15년 만에 지구 가장 가까이 왔어요

요즘 밤하늘을 올려다보면 유난히 붉고 큰 별을 볼 수 있어요. 높이 뜬 달 아래에서 반짝이는 이 별의 정체는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행성, 화성이랍니다. 화성은 태양 같은 항성의 빛을 반사해 빛나는 행성이기 때문에 엄밀히 말해서는 별이라고 할 수 없지요. 하지만 그 어떤 별보다 크고 아름답게 빛나고 있기 때문에 많은 사람의 눈을 사로잡고 있답니다. 지난달 31일은 화성이 약 15년 주기로 지구에 가장 가깝게 다가오는 '화성 대접근' 현상이 있어 이를 보러 천문대를 찾은 사람들도 많았어요.

◇인간 거주 가능성 가장 높은 행성

화성은 지구의 절반만 한 크기를 가진 행성이에요. 태양계에서 지구 바로 다음에 위치해 있으며, 지구처럼 지각과 토양, 옅은 대기층을 가진 '지구형 행성'이랍니다. 이런 특성 때문에 태양계 행성 중 유일하게 사람이 진출해 살 수 있는 곳으로 꼽히고 있어요. 다른 행성은 지각이 있어도 대기가 없거나, 대기층이 너무 두꺼워 온실효과 때문에 안이 펄펄 끓고 있거나, 전체가 가스로 이루어져서 생물이 살아가기 어렵거든요.

화성 대접근과 월식·일식
/그래픽=안병현
화성의 토양은 특이하게도 붉은색을 띠고 있어요. 그래서 밤하늘의 화성도 붉게 보이지요. 중력은 지구의 3분의 1 정도로, 화성에서는 지구보다 3배 높이 뛸 수 있답니다. 옅은 대기는 대부분 이산화탄소로 이루어져 있어요. 그래서 화성에서 인간이 거주한다면 산소가 충분한 거주 지역을 따로 만들어야 해요. 토양도 오랜 시간 동안 노출돼 버석버석 메마른 상태이기 때문에 미생물과 물을 충분히 공급해야 농사를 지을 수 있지요. 그래서 화성으로 인류가 진출하는 것을 고민하는 과학자는 토양과 대기 등 화성의 환경을 함께 연구하고 있답니다.

◇7배 커 보이고 16배 밝아 보이는 화성

원래 화성은 지구에서 1억~4억㎞ 거리에 있어요. 두 행성이 태양 주위를 도는 공전궤도가 서로 어긋나게 기울어진 탓에 화성과 지구 사이 거리가 일정하지는 않아요. 그런데 15~17년마다 한 번씩 화성이 지구에 매우 가까워지는 시기가 있어요. 거의 5500만~6000만㎞까지 화성이 바싹 다가오는 이 시기를 '화성 대접근'이라 부르지요.

올해 7월은 지난 2003년 이후 15년 만에 일어난 화성 대접근 시기였어요. 지구와 화성 사이의 거리가 5759만㎞까지 가까워져 가장 멀리 있을 때보다 7배 크고 16배 밝은 화성을 볼 수 있었답니다. 특히 지구와 화성이 가장 가까웠던 지난달 31일에는 화성의 붉은 표면과 양극에 있는 하얀색 '극관'을 지상 망원경만으로 선명히 볼 수 있었어요. 이날 달-지구-태양의 연장선에 화성까지 자리 잡는 화성의 '충' 현상도 함께 일어나 개기월식 사진에 붉은 화성이 함께 찍힌 것이 많았답니다.

가장 가까운 날은 지나갔지만 아직까지 화성은 지구와 가까운 거리를 유지하고 있어요. 지금도 해가 지면 남쪽 하늘에서 크고 둥근 화성을 볼 수 있을 거예요. 다음 대접근은 17년 후인 2035년으로 예정돼 있어요. 화성을 만끽하려면 바로 지금이 적기랍니다.

◇월식부터 일식까지, 화려한 여름 하늘

이번 여름에는 화성 대접근과 함께 또 다른 천체 현상들이 일어났거나 일어날 예정이에요. 지난달 28일 새벽엔 개기월식이 있었어요. 개기월식은 달이 지구의 그림자에 완전히 가려 보이지 않게 되는 현상으로 달-지구-태양 순으로 세 천체가 일직선으로 있을 때 일어나요. 이번 월식은 약 2시간 40분간 일어나 21세기에 있었던 개기월식 중 가장 길었어요.

개기월식은 드문 현상은 아니지만 완전한 개기월식을 볼 기회는 많지 않아요. 태양이 지구를 비춰 생긴 지구의 그림자 중에서도 달과 똑같은 크기인 진한 본그림자 속에 달이 위치해야 일어나는 현상이거든요. 올해는 지난 1월 31일에 이어 개기월식이 두 번 있었지만 다음 개기월식은 2021년이 되어야 볼 수 있답니다. 달이 지구 그림자에 일부만 가려지는 부분월식은 1년 후인 2019년에 볼 수 있어요.

혹시 월식을 못 봤다고 해도 너무 아쉬워하지 마세요. 8월에는 또 다른 태양계 그림자 놀이인 부분일식이 기다리고 있으니까요. 일식은 지구-달-태양이 나란히 늘어섰을 때 일어나요. 달이 태양 앞을 가려 마치 태양이 사라지는 것처럼 보이는 현상이지요. 달은 지구의 4분의 1만 하고, 태양은 지구보다 109배 크지만 하늘에서 보이는 두 천체의 크기는 엇비슷해요. 지구와 달 사이의 거리보다 지구와 태양 사이의 거리가 훨씬 멀기 때문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달이 태양과 지구를 잇는 선에 정확히 위치할 경우, 달이 태양의 일부 또는 전체를 가릴 수가 있는 거랍니다.

개기월식은 월식이 일어날 당시 밤인 곳이라면 지구 어디서든 볼 수 있는 반면 개기일식을 볼 수 있는 장소는 매우 한정돼 있어요. 태양이 달을 비춰 생긴 달의 본그림자가 있는 지역에서만 보이는 현상이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지구 표면은 대부분 바다로 덮여 있기 때문에 우리가 살고 있는 육지보다 바다에서 보이는 경우가 훨씬 많아요. 지난해 8월 21일, 미국 대륙 서부부터 동부까지 길이 4200㎞, 폭 110㎞의 띠 모양 지역을 따라 이동한 개기일식이 '99년 만의 개기일식'이라고 불리며 큰 관심을 끈 이유예요.

오는 11일 일어나는 부분일식은 올해 일어나는 일식 중 유일하게 우리나라에서 관측할 수 있는 일식이에요. 다만 주변에 산이나 고층 건물이 있으면 보기 어려울 수도 있어요. 혹시 그날 바다에 가는 친구들은 지는 태양을 관찰해 보세요. 눈을 보호하는 검은 필름을 대고 보거나 선글라스를 쓰는 걸 잊지 말고요!


김은영 과학칼럼니스트 기획·구성=유소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