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스포츠 이야기] 반시계 방향으로 뛰는 이유?… 신체 구조 때문이에요

입력 : 2018.08.08 03:00

육상 트랙 방향의 비밀

육상 경기(단거리, 중·장거리, 허들, 장애물)를 보면 선수들이 항상 왼쪽, 즉 반시계 방향으로 돌고 있을 거예요. 오른쪽으로 도는 건 뭔가 어색하고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육상 트랙은 언제부터 왼쪽으로 돌게 된 걸까요?

1864년 열린 영국 옥스퍼드대학과 케임브리지대학의 대항전은 근대 육상에서 최초로 체계를 갖춘 경기로 여겨집니다. 놀랍게도 이땐 트랙을 오른쪽으로 돌았답니다. 이 방식은 이후에도 계속돼 1896년 아테네에서 열린 제1회 올림픽에서도 그대로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대회가 끝난 후 선수들이 '어색하다', '기록이 나쁘다'며 불만을 터뜨려 국제 육상 관계자들이 회의 끝에 1900년 제2회 파리올림픽에서는 왼쪽으로 돌게 했어요.

육상 트랙을 왼쪽으로 도는 이유엔 여러 설이 있지만 결국 우리 몸에 편한 방향이기 때문이에요.
육상 트랙을 왼쪽으로 도는 이유엔 여러 설이 있지만 결국 우리 몸에 편한 방향이기 때문이에요. /남강호 기자
그 후 1912년 국제육상경기연맹이 생기면서 '모든 육상 트랙 경기의 달리는 방향은 왼쪽(반시계 방향)으로 한다'는 규정이 만들어졌습니다. 그러나 당시 한국 육상은 한동안 여전히 오른쪽으로 도는 트랙 경기를 치렀어요. 오른쪽을 숭상하고 왼쪽을 천대했던 양반 문화 때문이었다고 해요.

오른쪽으로 돌던 트랙을 왼쪽으로 돌게 한 이유에는 여러 가지 설이 있답니다. 우선 지구 자전에 따른 본능이란 설이 있어요. 야생마나 경마장의 경주마, 혹은 경주견조차 본능적으로 지구가 도는 방향과 같은 방향인 반시계 방향으로 돈다는 거예요. 그러나 남반구에서는 지구 자전이 시계 방향으로 보이게 되니 말이 안 맞지요. 달팽이관이 반시계 방향으로 꼬여 있어 왼쪽으로 도는 게 편하다는 얘기도 있지만, 달팽이관의 주된 기능은 평형감각이기 때문에 달팽이관 때문은 아닐 거예요.

뇌과학 이론에 따르는 설은 우뇌가 좌뇌보다 공간 지각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왼쪽 눈을 통해 공간을 더 잘 인지할 수 있다고 주장해요. 우뇌는 신체의 왼쪽을 지배하기 때문에 트랙을 왼쪽으로 돌 때 더 편하고 빠르게 돌 수 있다는 설명이죠.

또 다른 설은 오른발잡이와 심장의 위치를 이유로 들죠. 세계 인구의 대다수인 오른발잡이의 경우, 왼발이 지지 작용을 하고 오른발은 운동 작용을 해요. 왼쪽으로 트랙을 달리면 왼발이 체중을 지탱하고 오른발이 지면을 차고 나가는 역할을 해 오른쪽으로 돌 때보다 좋은 기록을 낼 수 있다는 거예요.

또 트랙을 왼쪽으로 달릴 때 트랙 바깥쪽으로 벗어나려는 원심력이 작용하는데 이를 극복하려면 몸의 중심을 왼쪽으로 기울이며 달려야 해요. 우리 몸에서 심장이 왼쪽에 있어 원심력을 극복하고 왼쪽으로 달리기에 유리하다는 겁니다. 지금은 육상뿐 아니라 거의 모든 스포츠 경기에서 왼쪽 방향으로 이동하죠. 당연하게 보던 경기에도 여러 가설이 있고 과학적 원리가 숨어 있다는 사실이 흥미롭지 않나요?



조보성 무학중 체육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