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아하! 이 음식] 삼복에 먹는 대표 보양식… 백숙에 인삼 가루 넣은게 시초

입력 : 2018.08.01 03:00

삼계탕

말복이 다가오니 삼계탕 집에 손님들의 줄이 길어집니다. 요즘은 한국 음식을 찾는 외국인들도 삼계탕을 즐겨 먹습니다. 특히 중국인들 입맛에 잘 맞아 중국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좋아요. 음식 한류를 불러온 드라마 '대장금'의 영향도 있고요.

삼계탕〈사진〉은 30일 정도 키운 800g짜리 어린 닭의 배를 가른 후 배 속에 인삼, 황기, 대추, 찹쌀 등을 넣고 푹 고아서 만든 보양식이에요. 어린 닭을 일컫는 '영계'는 삼계탕에 쓰이는 연계(軟鷄·성숙하지 않아 살이 무른 닭)에서 온 것으로 추측돼요.

삼계탕
/조선일보 DB
삼계탕은 오랜 우리 전통 음식 같지만 그 기록을 조선시대 문헌에서조차 찾기가 힘들어요. 조선시대 닭 요리는 닭백숙이 일반적이었지요. 인삼이 귀한 약재로 쓰여 닭백숙에 인삼을 잘 넣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인삼은 조선 중기 문신인 주세붕 선생이 인공 재배를 시작하기 전까지는 모두 산에서 채취한 산삼이었어요.

삼계탕이 등장한 시기는 일제강점기예요. 어느 부잣집에서 닭백숙에 인삼 가루를 넣어 내놓은 것이 그 시작이지요. 지금 우리가 아는 삼계탕은 1960년대가 돼서야 나와 1970년대부터 사람들이 널리 먹기 시작했어요. 처음엔 계삼탕(鷄參湯)으로 부르기도 했습니다. 인삼이 대중화하고 외국인에게도 인삼의 효능이 알려지면서 삼(參)을 앞에 둔 삼계탕으로 부르기 시작한 거예요.

왜 복날에는 삼계탕을 먹을까요? 삼복은 1년 중 가장 더운 기간이에요. 땀을 많이 흘려 체력 소모가 크지요. 탕을 먹어 몸에 열을 내고 따뜻한 기운을 몸 안에 불어넣으면 더위에 지친 몸을 회복하기 좋아요. 특히 인삼에 들어있는 '진세노사이드'라는 물질은 항염증·항산화·항암 효과가 있고 면역 기능을 강화하는 등 약리 효능이 뛰어납니다. 삼계탕에 들어가는 황기도 만성 피로가 있거나 땀을 많이 흘리는 사람에게 좋은 약재예요. 이뇨 작용을 해 소변 배출을 돕기 때문이죠.

주재료인 닭은 우수한 단백질 공급원이에요. 다른 육류에 비해 칼로리가 낮지요. 또 물질대사에 필요한 나이아신, 표피세포 기능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주는 레티놀, 항산화 작용을 하는 베타카로틴이 많이 들어 있지요.

삼계탕에는 영계 말고 오골계가 쓰이기도 하는데, 오골계 삼계탕은 일반 삼계탕보다 더 귀하게 여겨져요. 중국 명나라 때 이시진이 엮은 약학서 '본초강목'에는 "오골계는 여러 종류가 있는데 그중 약으로 쓰기에는 살과 뼈가 다 검은 것이 좋다"고 했어요. 요즘엔 온갖 한약재가 들어가는 한방 삼계탕이나 낙지, 꽃게, 전복 등을 넣은 해물 삼계탕, 뚝배기가 아닌 대나무 통에 닭을 넣고 찌는 대나무통 삼계탕도 나오고 있죠.

이렇듯 영양이 풍부한 데다가 다른 보양식보다는 저렴하기 때문에 삼계탕은 자연스레 복날 대표 음식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다만 삼계탕 한 그릇의 평균 열량은 915kcal로 1일 에너지 섭취량의 절반 가까이 돼요. 또 삼계탕 국물엔 나트륨이 많지요. 삼계탕을 더 건강하게 즐기려면 너무 과식하지 않고 건더기 위주로 먹는 게 좋아요.


박현진 고려대 식품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