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경제 이야기] 인권·환경 챙기는 '착한 기업'에 투자… 효율적 사업 방해할 우려도 있죠
입력 : 2018.07.31 03:03
사회책임투자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 비중이 지난해 말 전체 인구의 14%를 넘어섰어요. 연금 제도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어요. 연금은 노후에 쓸 돈을 위해 일할 수 있는 나이에 얼마간의 기여금을 내 두었다가 일정한 나이가 되면 돌려받는 제도예요. 연금을 관리하는 회사는 이렇게 모인 돈(연기금)을 여기저기 투자하고 불려서 가입자의 노후 생활을 안정적으로 보장하지요.
정부는 내년까지 국민연금을 비롯한 모든 연기금에 스튜어드십 코드(stewardship code)를 도입할 계획이래요. 스튜어드십 코드는 법인 형태의 기관투자자가 성실한 관리자(steward)의 입장에서 투자 기업의 의사 결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라는 행동 지침이에요. 투자 기업의 잘못된 경영 행태를 견제할 수도 있고, 사회책임투자(SRI·socially responsible investment)를 획기적으로 늘려 국내 자본시장을 성숙시키는 계기를 만들 수 있어요. 국민연금공단은 관리하는 연기금 규모가 630조원이에요. 증권시장에도 많은 돈을 투자해 시중은행 대부분의 최대 주주가 되어 있어요.
- ▲ 박능후(맨 오른쪽) 보건복지부 장관이 작년 말 국민연금의 사회책임투자 방안을 논의하고 있어요. 사회책임투자는 돈만 잘 버는 기업이 아니라 환경·인권 같은 가치도 존중하는 기업에 투자하는 것을 일컫는 용어랍니다. /보건복지부 제공
미국과 유럽에서는 이미 보편화한 투자 개념으로 그 규모가 시장 전체의 20%를 웃돈다고 해요. 윤리성이 높은 기업에 투자하면 일반 기업에 투자할 때보다 중장기적으로 수익률이 높더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어요. 우리나라는 사회책임투자의 비율이 아직 시장 전체의 1%에도 못 미치지만 앞으로 국민연금과 같은 대형 연기금이 사회책임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설 경우 기업들이 사회적 책임에 더 신경 쓸지도 몰라요.
그렇지만 사회책임투자가 기업이 효율적으로 사업을 하는 데 방해가 될 것이라 우려하는 시각도 있어요. 기관투자자가 정부의 영향을 받아 투자를 결정할 경우 사회책임투자는 정부가 기업 경영을 쥐고 흔드는 수단이 될 우려도 있죠. 현대 경영학의 창시자 피터 드러커는 연기금이 노동자가 낸 돈으로 조성되는 속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노동자가 투자를 좌우하는 연금사회주의화를 우려했어요. 이 때문에 기관투자자의 독립성부터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