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IT·AI·로봇] 차 안에 잠든 아이 없나… 센서로 움직임 체크해 경보음

입력 : 2018.07.31 03:05

아동보호에 쓰이는 IT

최근 폭염 속 어린이집 통원차에 남겨진 네 살짜리 아이가 숨진 채 발견된 사고가 있었습니다. 아이들은 혼자 남겨지면 차량에서 쉽게 나갈 수 없습니다. 땡볕 아래 세워둔 차량 내부 온도는 요즘처럼 더우면 70도까지도 올라간다고 해요. 이런 '슬리핑 차일드(잠자는 아이)' 사고는 어른들이 한 번 차량 내부를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막을 수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슬리핑 차일드 체크'라는 장치를 마련해 두었어요. 스쿨버스 맨 뒤에 버튼을 하나 달아 이걸 눌러야 시동을 끄고 문을 잠글 수 있게 한 겁니다. 운전기사가 운행을 마치고 나면 이 버튼을 누르러 꼭 차량의 뒤까지 가야 하기 때문에 혹시라도 잠들어 있거나, 숨바꼭질을 하다가 남은 아이들이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것이지요.

◇벨·NFC·비콘으로 차에 남은 아이 확인

우리 정부도 슬리핑 차일드 사고를 기술로 막을 수 있는 방안을 내놓았습니다. 먼저 미국처럼 차량 시동을 끄면 경고음과 불빛이 들어오고, 확인 벨을 눌러야 멈출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이 제안됐어요. 근거리 무선통신(NFC·Near Field Communication) 등 스마트폰 기능을 이용하는 것도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차량 시동이 꺼지면 버스 기사의 휴대폰에 경보음이 울리고, 차량 곳곳에 붙어 있는 NFC 태그에 스마트폰을 찍어야 멈추는 겁니다. 이 두 가지 방법은 모두 교사와 버스 운전자들에게 차량 내부를 확인하도록 돕는 장치지요.

기사 관련 일러스트
그래픽=정서용
또 다른 근거리 무선통신 방법인 비콘(Beacon)도 대안으로 나왔어요. 비콘은 블루투스를 이용한 거리 측정 기술이에요. 아이들 가방에 비콘 전송 장치를 달아두고 차량에 이 신호를 받는 수신기를 두는 겁니다. 차량 가까이에 있으면 버스에 탔고 멀어지면 내렸다고 여겨 교사와 부모에게 알려줄 수 있습니다. 이 세 가지 방안은 어린이집 통원 차량 수백 대에서 시범 사업으로 하고 있어요. 보건복지부는 이 중 한 가지를 골라서 모든 차량에 달도록 할 계획이고요.

아예 차 안에 아이들이 남겨지지 않도록 하는 기술도 있습니다. 차량에 움직임을 읽을 수 있는 센서를 달아두었다가 뭔가 움직인다고 판단하면 경보음과 전조등을 깜빡이는 겁니다. 아이들이 남겨지지 않도록 하면서도 도난 방지 효과도 있지요. 기술도 중요하지만 '잠깐이니까 괜찮아'라고 생각하며 일부러 아이들을 차 안에 남겨두는 일이 없어야 합니다.

◇운전자보다 빨리 멈춰 사고 막는 자동차

아이들은 보행자 추돌 사고에도 취약하지요. 키가 작은 아이들이 갑자기 옆에서 툭 튀어나오면 운전자는 이를 보지 못하고 사고를 낼 수 있어요. 그래서 최근 자동차 관련 법규는 세계적으로 보행자의 안전을 지킬 수 있도록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범퍼 모양인데 부딪혔을 때 충격을 줄일 수 있도록 차량 앞을 뭉툭하게 디자인합니다. 아예 사람과 부딪힐 것 같으면 차량 앞에 빠르게 에어백을 펼쳐주는 차량도 있습니다.

볼보자동차의 '시티세이프티'로 유명해진 긴급 자동 정지 기술은 이제 많은 차량에 적용되고 있습니다. 차량 앞에 달린 레이더 센서와 카메라를 통해 주변 사물과 사람을 지켜보고 있다가 사고가 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면 운전자보다 더 빠르고 안전하게 차량을 멈추는 겁니다. 이는 자동차가 스스로 운전하는 자율주행의 가장 기본적 기술이기도 해요. 이 긴급 제동 장치는 차량을 아주 빠르게 세우기 때문에 안전벨트를 매지 않는다면 또 다른 사고가 일어날 수 있어요. 차에 타면 뒷자리에 앉더라도 꼭 벨트를 매는 습관을 가져야 해요.

◇스마트워치로 미아·납치에 대응

인공지능과 카메라가 결합한 기술은 자동차 밖에서도 아이들을 지켜주고 있습니다. 폐쇄회로 카메라 해상도가 높아지고 화질이 좋아지면서 단순히 화면을 기록하는 것을 넘어 화면 속 내용을 컴퓨터가 읽어낼 수 있게 됐지요. 지능형 CCTV라고 부르는 것인데, 머신러닝을 기반으로 한 인공지능 기술이 영상 속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까지 기록하는 겁니다. 미리 학습시켜둔 내용에 따라 사람을 찾아내 어린이를 납치하려는 움직임을 읽어내고, 혼자 길을 잃은 미아도 찾아냅니다. 여러 대의 CCTV를 함께 분석하기 때문에 움직임도 지속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범죄나 사고가 일어나기 전에 컴퓨터가 먼저 알아챈다니 마치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 속 이야기 같지요? 실제로 이 기술은 빠르게 적용되고 있습니다. IBM과 포스코가 지난 2010년부터 인천 송도 국제도시에 시범적으로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고, 최근에는 서초구를 비롯해 서울지하철 등 공공 분야로 확대하고 있습니다.

미아 이야기가 나왔으니 위치 추적 기술도 이야기해볼까요. GPS를 비롯한 위성 기반의 위치 추적 기술은 이제 일상이 됐지요. 하지만 아이들에게 스마트폰을 쥐여주기는 어렵기 때문에 다른 기기들이 쓰이고 있습니다. 스마트워치가 대표적이에요. 위치 정보와 통신 기능을 모두 갖추고 있기 때문에 현재 어디에 있는지 파악할 수 있지요.

특정 범위를 벗어났을 때 부모에게 알려주는 지오펜스(Geo Fence) 기술도 있어요. 어린이집 안에 들어가지 않고 차에 남겨졌다거나 납치 사고가 일어났을 때 빠르게 파악해 대응할 수 있습니다. 최근엔 퀄컴이 아예 어린이 스마트워치용 프로세서인 '스냅드래곤 웨어 2500' 칩을 발표했어요. 위치 추적 기능이 잘 갖춰져 있고 한 번 충전해서 4일 이상 쓸 수 있을 정도로 전력 소비량도 낮습니다.

발전하는 센서 기술들은 사람의 실수를 보완해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기술은 말 그대로 사람을 돕는 겁니다. 무엇보다 어른들의 안전 불감증을 없애야 아이들도 안전한 환경에서 자라날 수 있겠지요.



최호섭·IT 칼럼니스트 기획·구성=유소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