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경제 이야기] 넛크래커에 끼인 호두 신세… 미·중 무역 전쟁에 증시 폭락한 베트남 대표적

입력 : 2018.07.24 03:00

넛크래킹(Nutcracking)

지구상 절대 강자인 두 나라, 미국과 중국이 서로 '관세 폭탄'을 퍼부으면서 무역 전쟁을 벌이고 있죠. 관세는 수입 상품에 부과하는 국세로, 상품에 관세를 붙이면 그만큼 가격이 오르게 돼 판매가 줄고 수출이 어려워집니다.

최근 미·중 무역 전쟁으로 인해 양국 모두에 무역 의존도가 높은 베트남 증시가 폭락했다는 분석이 나왔어요. 베트남이 아시아에서 미·중 무역 전쟁의 첫 희생양이 됐다는 거죠. 베트남 입장에서 중국은 최대 교역국이고, 미국은 큰 흑자를 내는 최대 수출 시장입니다. 미·중 무역 전쟁이 확대되면 섬유와 가구 등 중국 수출품이 베트남에 저가로 쏟아지고, 미국이 베트남에 대해서도 무역 장벽을 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투자자들을 위축시킨다는 분석이에요.

지난 6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베트남 부동산 투자 설명회’모습이에요.
지난 6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베트남 부동산 투자 설명회’모습이에요. 최근 베트남 증시가 폭락하자“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으로 인해 양국에 의존도가 높은 베트남이 아시아 첫 희생양이 됐다”는 분석이 나왔어요. /김연정 객원기자
미국과 중국은 우리나라의 핵심 교역 국가이기도 합니다. 양국 무역 전쟁으로 인한 피해는 우리도 예외가 아닐 수 있어요. 국내외 언론에서는 우리 경제를 두고 '미·중 싸움에 끼어버린 신세'라고 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상황을 가리키는 말로 '넛크래킹'과 '샌드위치 신세'라는 말이 쓰여요.

넛크래킹(Nutcracking)은 호두 까는 기구(넛크래커)에 갇힌 호두처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처지를 뜻해요.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 위기가 일어나기 직전 미국의 한 연구소가 "한국은 가격에서 중국의 공격을 받고, 기술에서는 일본의 공격을 받아 마치 넛크래커 속에 끼인 호두 신세"라고 표현하면서 우리 경제를 비유하는 말로 쓰이기 시작했어요.

샌드위치 신세는 이건희 삼성 회장이 중국에서 국내 기자들과 인터뷰하면서 "중국은 쫓아오고 일본은 앞서 가는 상황에서 한국은 샌드위치 신세가 될 수 있다"고 한 게 그 기원입니다.

지금은 넛크래커나 샌드위치 신세라는 말이 나왔을 때보다 더 힘든 상황을 맞을 수도 있어요. 두 나라 갈등이 오래갈 것이라는 전망이 이런 걱정을 심화시키고 있죠. 미·중 갈등은 겉으로는 관세와 무역에 관한 갈등이지만 사실 세계 패권을 잡기 위한 경쟁입니다. 그래서 후퇴나 휴전이 어렵다는 분석도 나와요.

여기에 서로의 핵심에 '폭탄'을 퍼붓는 감정적 대립도 갈등을 부추긴다는 분석입니다. 중국이 미국에 보복관세를 매기는 주요 품목은 농산물과 자동차인데,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지지층인 중서부 '팜 벨트'와 '러스트 벨트'를 겨냥하고 있어요. 미국은 중국의 핵심인 첨단 산업을 겨냥하고 있고요.

무역으로 살아가는 우리는 이 전쟁의 영향권에서 벗어날 수는 없어요. 그렇다고 비관적인 전망만 내놓는 것도 큰 도움이 되지는 않습니다. 다시 넛크래커와 샌드위치를 볼까요?

호두 까는 기구 안에 있는 것은 호두 알입니다. 샌드위치 식빵 사이에는 채소와 치즈가 있죠. 여기서 중요한 것은 겉에 있는 넛크래커나 식빵이 아니라 사이에 끼여 있는 내용물입니다. 이제 넛크래킹이나 샌드위치 신세라는 말에 너무 위축되지 말고 '알찬 호두'와 '신선한 채소와 치즈'에 초점을 맞춰보는 건 어떨까요?


박원배 이코노아이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