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IT·AI·로봇] 스마트폰 화면 넓히기 전쟁… 액정 위 움푹 파 카메라 넣었죠
입력 : 2018.07.24 03:00
[노치(Notch) 디자인]
'아이폰X'로 노치 디자인 처음 선보여
요즘 나오는 스마트폰들을 잘 살펴보면 유행처럼 생김새가 비슷한 부분이 있어요. 화면 위쪽에 움푹 팬 부분이 있지요. 이를 '노치(notch)'라고 부릅니다. 영어로 'V자 로 새겨진 모양'이라는 뜻이에요. 딱 와 닿는 표현도 아니고 스마트폰 제조사도 공식적으로 이런 이름을 붙이진 않았지만 어느새 노치는 전 세계 스마트폰 업계에서 통용하는 말이 됐습니다. 최근 한 글로벌 시장 조사 기관이 "노치 디자인을 적용한 스마트폰이 올해 3억대가량 판매될 것"이라고 예측했어요. 전체 스마트폰 다섯 대 중 한 대꼴로 이 디자인을 쓸 거라는 전망이에요.
◇생소한 디자인 나오자 논란
노치 디자인은 애플이 '아이폰X'를 통해 가장 먼저 선보이면서 다른 스마트폰 제조사들도 잇따라 도입하기 시작했어요. 애플은 지난해 아이폰 탄생 10주년을 맞으면서 앞으로 10년은 스마트폰에 어떤 변화를 줄지 고민했습니다. 차세대 스마트폰은 앞면을 가득 채우는 화면을 도입하고 운영 체제를 다루는 데 홈 버튼을 이용하지 않는 형태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죠.
◇생소한 디자인 나오자 논란
노치 디자인은 애플이 '아이폰X'를 통해 가장 먼저 선보이면서 다른 스마트폰 제조사들도 잇따라 도입하기 시작했어요. 애플은 지난해 아이폰 탄생 10주년을 맞으면서 앞으로 10년은 스마트폰에 어떤 변화를 줄지 고민했습니다. 차세대 스마트폰은 앞면을 가득 채우는 화면을 도입하고 운영 체제를 다루는 데 홈 버튼을 이용하지 않는 형태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죠.
- ▲ /그래픽=정서용
애플이 '아이폰X'를 통해 노치 디자인을 선보이자 처음엔 논란이 일었어요. 위쪽 가운데만 움푹 들어간 디자인이 어색해 보였기 때문이지요. "화면이 M자형 탈모처럼 보인다"는 놀림도 나왔습니다. 한편 "노치 디자인을 적용하면 기존 스마트폰에서 쓰지 않는 공간인 수화기 양옆에 날짜와 배터리 용량, 와이파이 등을 표시할 수 있어 편리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죠.
지금은 LG전자가 'G7 씽큐'에 노치 디자인을 적용했고 화웨이·샤오미 같은 기업들도 비슷한 노치 디자인을 선보이는 등 여러 스마트폰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또 구글이 올해 말 출시하는 운영 체제 '안드로이드P'에도 노치를 고려한 흔적이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는 시장이 노치 디자인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죠.
◇화면은 더 크게, 그러나 스마트폰은 작게
노치 디자인은 왜 등장했을까요? 이는 디자인에 대한 욕심과 기술적 한계가 타협하면서 등장한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어요. 스마트폰은 대부분의 기능을 손가락으로 화면을 두드려 작동시킵니다. 그러다 보니 화면이 중요해지고, 그 크기가 커지면서 디자인이 서로 엇비슷해지게 됐습니다.
시장에선 고객들이 더 큰 화면을 원하면서도 스마트폰 크기는 작아지길 바랍니다. 언뜻 보면 말이 안 되는 것 같지만 화면을 둘러싼 테두리를 얇게 만들면 됩니다. 이 테두리를 '베젤(bezel)'이라고 부르는데 이를 없애면 화면은 크지만 손에는 쏙 들어오는 스마트폰을 만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수화기와 카메라를 뺄 수는 없기 때문에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고민 끝에 여러 디자인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샤오미는 카메라를 아래쪽으로 빼고, 수화기는 기기 윗면에 얇게 넣었습니다. 베젤 없이 앞면을 가득 채운 화면을 만들어낸 것이지요. 버튼을 눌러 카메라를 끄집어내는 디자인이나 앞면에 아주 작은 구멍만 내서 카메라 렌즈를 숨기는 방법도 고민하고 있습니다.
스마트폰 디자인에 딱 정해진 답은 없습니다. 인공지능 운영 체제와 사랑에 빠지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그녀(Her)'에 나오는 단말기처럼 디스플레이와 송수화기, 그리고 프로세서가 따로 떨어지는 기기가 널리 쓰일지도 모를 일이지요. 언젠가는 스마트폰이 지금과 전혀 다른 모양이 될 것이고 노치는 그 변화로 가는 과도기적 기술입니다.
◇스마트폰 디자인 '대세'된 노치
애플은 운영 체제를 만드는 과정에서 운영 체제 화면이 콘텐츠를 가리지 않도록 하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그동안의 스마트폰은 화면 위에 시계와 통신사 표시, 안테나 등 정보를 표시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아이폰X'는 이 정보들을 콘텐츠 화면, 그러니까 네모난 화면 바깥으로 밀어냈지요. 툭 튀어나온 노치 디자인을 적용한 것이지요. 디자인은 더 깔끔해졌고, 화면의 집중도도 높아졌습니다. 최근 발표한 '샤오미 Mi8'도 마찬가지고요. 아직은 안드로이드 운영 체제가 직접 노치 디자인 화면을 쓰지 않지만 스마트폰 제조사가 직접 노치 디자인을 활용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노치 디자인의 대중화를 앞당기는 요인 중 하나는 디스플레이 기술입니다. 테두리를 최소화한 노치 형태의 디자인을 만들려면 올레드(OLED·유기 발광 다이오드)를 이용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모양을 내서 가공하기가 쉽기 때문입니다. 디스플레이와 빛을 비추는 조명을 함께 심어야 하는 엘시디(LCD·액정 디스플레이)는 사각형 디자인에서 벗어나기가 어렵습니다. 또 테두리를 줄이기도 쉽지 않아 화면 크기를 키우기도 쉽지 않죠.
기술이 발전하면서 최근 나오는 제품들은 엘시디로도 노치 디자인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추가 가공을 거쳐야 하는 노치 디자인 엘시디는 일반 엘시디에 비해 생산 비용이 높지만 신규 라인을 만드는 데 수조원이 들어가는 올레드에 비해서는 투자 부담이 적은 편입니다. 그래서 모바일 올레드 투자에 뒤처진 중국 업체들은 예정대로 올레드 투자를 할지, 노치 디자인 엘시디를 생산하는 방향으로 갈지 고민 중이라고 하네요.
노치 디스플레이는 일반 디스플레이보다는 비싸지만 유행처럼 번지면서 중저가 제품들에도 빠르게 번져나가고 있어요. 노치 디자인의 편의성이 생소한 디자인에 대한 거부감을 뛰어넘었다고도 볼 수 있죠. 결국 노치 디자인은 화면 크기를 늘리기 위한 목적이기 때문에 앞으로 수화기나 전면 카메라까지 숨길 수 있는 기술이 나오면 노치 디자인에 대한 수요가 줄게 될지도 몰라요. 앞으로 스마트폰 제조 업체들이 어떤 기술을 새로 도입해 화면을 넓혀 나가는지 지켜보는 것도 새 스마트폰 모델을 기다리는 또 하나의 재미가 되지 않을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