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이 주의 책] '생태계 수호자'… 꿀벌 없다면 냉장고 텅텅 빌 거예요
입력 : 2018.07.20 03:00
'비북(Bee Book): 생태계를 살리는 꿀벌 이야기'
'해리 포터' 시리즈에 나오는, 수염이 덥수룩한 교장선생님의 이름은 '덤블도어'예요. 몸이 솜털로 뒤덮여 있는 '호박벌'도 옛날엔 '덤블도어'라고 불렸죠. 세계에서 가장 작은 '꼬마벌'은 몸길이가 2㎜! 세계에서 가장 큰 벌인 '월리스대왕벌'은 4㎝이니까 그에 비하면 스무 배나 작은 셈이에요. 한 과학 실험 시설에서 탈출해 남아메리카와 중앙아메리카 전역으로 퍼져 나간 '살인벌'은 방어적 태도가 강해 다른 벌보다 열 배 더 자주 침을 쏘니 조심해야 하고요. 어떤 벌은 요리도 할 줄 알아요. '일본꿀벌'은 자기들에게 해를 끼칠 위험이 있는 말벌을 보면 그 주변을 빙 둘러싸고는 자기들 몸에서 나는 열로 말벌을 익혀버려요.
- ▲ /청어람아이
그런데 왜 지금 꿀벌이냐고요? 꿀벌은 조그마한 곤충에 불과할지 몰라도 우리 환경에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에요. 그들은 작은 꽃에서 큰 털북숭이 곰에 이르기까지 지구 곳곳의 동식물에 영향을 미쳐요. 그런데 꿀벌이 자꾸만 사라지고 있어요. 예전보다 더워진 기후, 꿀을 채취할 수 있는 농작물에 마구 뿌리는 농약, 건물을 짓고 도로를 내느라 파괴되는 서식지 등 꿀벌들이 살 만한 데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죠.
꿀벌이 없다면 우리는 어떻게 될까요? 냉장고가 텅 빌 거예요. 꿀벌은 이 꽃에서 저 꽃으로 꽃가루를 옮겨서 식물이 자기와 닮은 개체를 만들어 종족을 유지할 수 있게 도와주는데, 벌이 없어지면 우리는 과일과 채소를 얻지 못할 수도 있으니까요. 고기와 유제품도 얻지 못할 수 있어요. 지금 농장에서 동물들에게 먹이는 사료는 벌들이 수꽃술의 꽃가루를 암술머리에 옮겨 붙인 식물이 대부분이거든요. 대신 우리는 지금보다 빵을 훨씬 더 많이 먹게 될 거예요. 빵은 벌 없이도 만들 수 있으니까요.
꿀벌들을 돕기 위해 우린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일단 향이 짙은 꽃을 많이 심어요. 봄에는 샤프란과 눈풀꽃과 붓꽃, 여름에는 라벤더와 박하와 수레국화, 가을에는 해바라기와 세둠과 담쟁이덩굴을 심는 거예요. 민들레와 토끼풀 같은 들꽃도 좋아해요. 그러니 정원에 잡초가 좀 자라도 내버려 두고요. 벌 호텔을 만들어 줄 수도 있어요. 플라스틱병의 양쪽 끝부분을 잘라낸 뒤 대나무 줄기를 빡빡이 채워 넣고 양쪽 끝부분을 단단히 묶어 햇빛이 잘 드는 곳에 매달아 두면 끝! 벌은 인간의 삶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