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미있는 과학] 미세 먼지 몸에 쌓이면 염증 유발… 뇌졸중·당뇨 위험 높여요

입력 : 2018.07.19 03:05

미세 먼지와 질병

'무엇을 하든 미세 먼지의 허락을 받아야 하는 시대'라는 광고 문구를 본 적 있나요? 최근 몇 년간 하늘을 뿌옇게 뒤덮은 미세 먼지를 보면 이 말에 공감할 수 있어요.

미세 먼지는 우리가 사는 데 꼭 필요한 호흡 활동을 방해해요. 코와 기관지, 폐 깊숙한 곳까지 들어와서 각종 질병을 일으키죠. 그런데 미세 먼지는 당뇨병에 걸릴 위험을 높이거나 심장 질환, 뇌 질환까지 일으킬 수 있어요. 어떻게 미세 먼지가 이런 질병을 유발하는 걸까요?

◇미세 먼지, 몸속으로 들어가

미세 먼지는 지름이 10㎛(마이크로미터·1㎛는 100만분의 1m) 이하인 아주 작은 먼지를 말해요. 원래 지름 10㎛ 이하의 먼지(PM 10)는 '미세 먼지', 지름 2.5㎛ 이하인 먼지(PM 2.5)는 '초미세 먼지'라고 불렀어요. 하지만 PM 2.5 문제가 부각되면서 둘 다 '미세 먼지'라 부르고, 굳이 구분할 필요가 있을 때는 '미세 먼지(PM 2.5)'식으로 쓰고 있답니다.

미세 먼지는 흙먼지나 꽃가루 등에서 자연적으로 발생하기도 해요. 우리나라는 몇 년 전부터 중국에서 들어오는 미세 먼지와 국내 화력발전소, 자동차 배기가스 등에서 나오는 미세 먼지로 몸살을 앓고 있어요.

미세 먼지의 입자가 매우 작다는 건 우리 몸을 해치는 중요한 원인이에요. 우리는 숨을 쉴 때 코나 기관지 등을 통해서 먼지나 이물질을 걸러내게 되는데요. 미세 먼지 입자는 너무 작아서 코나 기관지에서 걸러지지 않고 폐포(허파꽈리)까지 쑥 들어가요. 미세 먼지는 다양한 화학물질이 뭉쳐서 이뤄져 있기 때문에 독성을 가진 것들도 많은데 이들이 눈이나 코, 기관지, 폐, 심지어 다른 장기로 들어가면서 여러 질병을 일으키는 거죠.

미세 먼지 정리 그래픽
/그래픽=안병현
예를 들어 미세 먼지가 눈에 들어가면 알레르기성 결막염이나 각막염에 걸릴 수 있고, 코로 들어가면 알레르기성 비염을 일으킬 수 있어요. 또 기관지에서 기관지염과 폐기종, 천식을 유발할 수도 있죠. 폐까지 침투한 미세 먼지는 폐포를 손상시키고 그 안에서 염증을 일으켜요.

미세 먼지가 몸속 깊숙이 침투하면 우리 몸도 가만히 있지 않아요. 면역 세포가 먼지를 '적'으로 감지하고 대응을 시작하는 거죠. 쉽게 말해 면역 세포가 미세 먼지를 먹어치우기 시작하는 거예요. 그런데 미세 먼지가 너무 많이 들어오면 폐에 있는 면역 세포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워져요. 문제는 바로 여기서부터 시작되지요.

자꾸 침입하는 미세 먼지에 대응하기 위해 면역 세포는 우리 몸에 강력한 화학물질을 보내달라고 요청해요. 이때 인터루킨 같은 감염에 맞서 싸우는 물질이 나오게 되는데요. 이 물질은 원래 미세 먼지와 싸우는 게 목적이었지만 잘못하면 혈관 속에 있는 정상 세포를 공격할 수도 있어요. 그러면 몸속에 2차, 3차 염증이 생기면서 온몸으로 염증이 번지게 되는 거예요.

온몸으로 퍼진 염증은 주로 혈관을 손상시킨답니다. 만약 콜레스테롤이 많이 쌓여서 약해져 있는 혈관이라면 염증이 심해져 동맥이 막힐 수도 있어요. 이때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같은 병이 나타나는 거지요.

◇당뇨병 환자 10명 중 1명은 미세 먼지 영향

미세 먼지는 당뇨병을 일으키는 원인이 되기도 해요. 지난 6월 미국 워싱턴대 의대 연구진이 미세 먼지와 당뇨병에 관한 새로운 연구를 국제 학술지에 발표했어요. 2016년 한 해 미세 먼지 때문에 '제2형 당뇨병'에 걸린 사람이 320만명에 이른다는 내용이에요. 320만명은 같은 해 제2형 당뇨병에 걸린 사람의 14%에 해당하는 수치예요. 미세 먼지가 당뇨병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는 있었지만 구체적으로 얼마나 많은 환자가 생겼는지 밝혀진 건 처음이에요.

당뇨병은 혈액 속 포도당 수치(혈당)가 높은 상태가 오랫동안 지속되는 질병이에요. 처음에는 소변이 잦고 갈증과 배고픔이 심해지는 정도이지만 나중에 합병증으로 이어져 온몸의 기관을 망가뜨릴 수 있는 무서운 질병이죠.

이번 연구 대상이던 제2형 당뇨병은 우리 몸속 세포가 인슐린에 적절하게 반응하지 못해서 발생해요. 성인 당뇨병이라고도 하지요. 인슐린은 우리 몸속 이자(췌장)의 랑게르한스섬 베타 세포에서 분비돼 혈당 수치를 일정하게 유지시키는 역할을 하는데요. 만약 혈당량이 일정 수준보다 높아지면 인슐린이 나와서 혈액 속 포도당을 세포 내에 저장하게 만드는 거죠.

그런데 제2형 당뇨병에 걸리면 인슐린이 충분히 분비되지 않거나 몸속 세포가 인슐린의 말을 잘 듣지 않기 시작해요. 그동안 주로 고칼로리 식사나 체중 과다, 운동 부족 등이 제2형 당뇨병의 원인으로 지적돼왔지요.

미세 먼지는 어떻게 제2형 당뇨병을 일으키는 걸까요? 미세 먼지가 몸에 쌓이면 면역 세포가 반응하면서 온몸에 염증 반응이 나타납니다. 염증 반응은 쉽게 말해서 상처가 아물 때 나타나는 '열나고 붓고 아픈 현상'을 말해요. 외부에서 들어온 병균이나 이물질에 대응하기 위해 우리 몸에서 나타나는 면역 반응 중 하나예요. 하지만 염증이 계속 생기면 몸속 세포도 약해집니다. 이때 혈당을 낮추는 인슐린에 반응하는 세포의 기능도 둔해지면서 결국 당뇨병에 걸리는 거예요.

숨 쉬는 것뿐 아니라 온갖 질병으로도 이어질 수 있는 미세 먼지. 아직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미세 먼지가 많은 날 외출을 피하고, 마스크를 쓰고 다니며, 외출 후 잘 씻는 정도예요. 과학자들과 정책 전문가들이 하루빨리 나서서 미세 먼지를 줄이는 방법을 찾아주길 바랍니다.



박태진·과학 칼럼니스트 기획·구성=유소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