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아하! 이 인물] 인터넷 창시자 "내가 꿈꾸던 게 아냐… 이젠 웹 버리자"

입력 : 2018.07.18 03:00

팀 버너스 리

팀 버너스 리
/위키피디아
여러분은 인터넷 없는 세상을 생각해본 적 있나요? 불과 20여 년 전만 해도 사람들은 원하는 정보를 찾으려면 도서관을 가거나 신문 더미를 뒤져야 했어요. 하지만 오늘날엔 침대에 누워서 원하는 정보를 찾아낼 수 있답니다. 바로 'www(World Wide Web·월드와이드웹)'로 시작하는 인터넷(웹 사이트) 덕분이에요.

최근 이 '인터넷의 창시자'가 "오염된 웹(www)을 버리자"는 주장을 해 눈길을 끌었어요. 웹을 발명한 영국의 컴퓨터 공학자 팀 버너스 리(Tim Berners-Lee·63·사진)이지요.

그는 한 미국 월간지 인터뷰에서 페이스북의 개인 정보 유출 사고 등을 언급하며 "나는 거대 기업이 정보와 이익을 독점하고, 대중을 감시하며, 가짜 뉴스가 정치에 이용되는 인터넷을 꿈꾼 게 아니다"라며 이같이 말했답니다. "웹이 민주주의·인본주의 확산에 기여하리라고 생각했지만, 반(反)인권과 빈부 격차를 키운 것을 깨달았다"고도 했지요. 마치 핵폭탄 개발을 처음 제안했던 아인슈타인이 미국의 원자폭탄 투하에 "이럴 줄 몰랐다"며 통탄한 것과 비슷하게 느껴져요.

사실 버너스 리는 빌 게이츠, 스티브 잡스 같은 유명 창업자들에 비하면 대중에게 익숙한 인물이 아니에요. 웹을 발명했지만, 그를 통해 큰돈을 번 것이 아니기 때문이지요. 1955년 영국 런던에서 태어난 버너스 리는 옥스퍼드대에서 물리학을 공부했어요. 아버지는 수학자이자 컴퓨터 과학자였지요.

졸업 후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에 취직한 버너스 리는 이 시절 웹(www)을 개발했는데, 처음에는 과학자끼리 서로 좋은 자료를 공유하자는 생각에서 출발했다고 해요. 1만명이 넘는 연구원이 일하는 CERN은 각종 실험·계산 자료가 넘쳐났는데, 툭하면 네트워크 불량으로 자료가 사라지기 일쑤였거든요.

이에 버너스 리는 1989년 '링크'를 클릭하거나 'www'로 시작하는 주소를 쳐 넣는 것만으로 원하는 정보가 담긴 공간으로 이동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었어요. 바로 웹(web·거미집)이었지요.

웹이라는 이름도 거대한 거미줄처럼 정보과 공간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는 데서 따온 것이라고 해요. 이후 버너스 리는 미국 MIT로 자리를 옮기고 인터넷의 대중화를 이끌었답니다.

그는 웹을 1991년 공개하면서 특허권이나 특허료 등 일체의 이익을 취하지 않았어요. "웹의 정신은 공개와 공유"라고 믿었기 때문이지요. 지난해 컴퓨터학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튜링상' 수상자로 선정된 그를 많은 사람은 '인쇄혁명을 이끈 구텐베르크'에 비유하기도 한답니다. 우리는 이제 버너스 리 이전의 세상을 감히 상상하기 어려운 시대를 살고 있기 때문이에요.


박세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