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스포츠 이야기] 월드컵 최고 화제팀… 소금공장 직원·영화감독도 뛰죠

입력 : 2018.07.18 03:00

'얼음 수비' 아이슬란드팀

2018 러시아월드컵이 프랑스의 우승으로 막을 내렸어요. 이번 월드컵의 최대 화제팀으로 '얼음 왕국' 아이슬란드 축구 대표팀을 꼽을 수 있지요. 아이슬란드는 지난달 16일 강력한 우승 후보였던 아르헨티나와 대등한 경기를 펼쳤고, 세계적인 스타 리오넬 메시를 철벽 방어하며 '얼음 수비'라는 별명을 얻었습니다.

아이슬란드는 전체 인구가 32만명으로 강원도 원주시 수준입니다. 역대 월드컵 본선 진출국 가운데 인구가 가장 적은 나라예요. 이번 월드컵 대표팀 23명 중 20명이 유럽 리그에서 뛰고 있고 나머지 3명만 국내 리그에서 뛰고 있어요. 아이슬란드는 국토의 약 79%가 빙하·호수·용암지대이고, 야외에서 공을 찰 수 있는 시기는 연간 4개월에 불과해요. 축구 선수는 유소년과 남녀를 통틀어도 3만3000명 정도입니다. 해외 진출 선수를 모두 포함해도 정식 프로 선수가 120여 명에 그쳐요.

지난달 16일 아르헨티나와 경기에서 아이슬란드 선수들이 메시(왼쪽에서 둘째)의 공격을 막아내고 있어요.
지난달 16일 아르헨티나와 경기에서 아이슬란드 선수들이 메시(왼쪽에서 둘째)의 공격을 막아내고 있어요. /연합뉴스
유럽 축구 선수권 대회인 유로 2016이 시작되기 전까지도 아이슬란드는 축구에 관해선 변방 중 변방이었어요. 그런데 처음 출전한 이 대회에서 아이슬란드가 '축구 종가' 잉글랜드를 잡아 잉글랜드 감독이 사임하기에 이르렀어요. 현재 대표팀의 3분의 2는 유로 2016에서 대표로 뛴 선수들이에요.

사실 아이슬란드는 축구 변방을 벗어나기 위해 2000년대 초반부터 준비해왔답니다. 어떤 환경에서도 축구를 할 수 있도록 실내 축구장을 전국에 짓기 시작했어요. 또 축구 전문 지도자를 길러내는 데 힘써 축구를 좋아하는 어린이들이 양질의 코칭을 받도록 했습니다.

아이슬란드 대표팀 선수들 경력도 특이합니다. 감독인 헤이미르 하들그림손은 현직 치과 의사예요. 미드필더인 요한 베르그 그뷔드뮌손은 한때 프로게이머였고, 에밀 하들프레드손은 이탈리아산 레드와인 수입업자로 일한 적이 있어요. 메시를 막아낸 수비수 비르키르 사이바르손은 월드컵 전에는 레이캬비크 인근 소금 포장 공장에서 일했다고 해요. 골키퍼 한네스 할도르손은 영화감독으로, 2012년 아이슬란드 유로비전 음악 페스티벌 총감독을 맡기도 했어요. 파트타임 골키퍼로 시작해 붙박이 주전까지 성장했어요. 지난달 16일 아르헨티나와의 경기에서 메시의 페널티킥을 막아낸 할도르손은 "그동안 메시가 찬 페널티킥 사례를 철저히 연구했다"며 기뻐했어요.


조보성 무학중 체육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