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IT·AI·로봇] 스마트폰이 삶의 질 하락시키자… 사용제한 기능 탑재시켜요

입력 : 2018.07.17 03:05

[디지털 웰빙] 과도한 스마트폰·PC 사용, 건강해쳐
IT기업들, 기기 이용규칙 정하거나 습관 분석해 사용 시간 줄이게 하죠

최근 구글이 개발자 회의인 '구글I/O(Input/Output)'를 열었습니다. 구글이 준비한 새로운 기술들과 앞으로 이 기술을 어떻게 쓸지를 소개하는 자리예요. '오레오'나 '마시멜로' 같은 새로운 안드로이드 버전을 발표하는 무대이기도 합니다. 구글은 올해 말 발표할 '안드로이드 P'와 세 가지 목표를 꺼내 놓았습니다. 그중 하나가 '디지털 웰빙'이에요. 구글이 지금 바로 스마트폰에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기술인 셈이죠.

◇건강한 삶 위협하는 스마트폰

'웰빙(Well-being)'은 편안하고 건강하고 행복하게 사는 삶, 말 그대로 '잘 사는 것'을 말해요. 이를 위해 취미를 즐기고 좋은 음식을 먹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지요. 웰빙에 '디지털'이 더해지면 어떤 뜻이 될까요? 이미 많은 현대인이 누리고 있는 디지털 생활의 질을 높이기 위한 움직임을 뜻해요. 즉 스마트폰과 PC를 쓰면서 삶의 질을 챙기는 것이지요.

이러한 흐름은 구글에서만 일어나는 게 아니에요. 스마트폰과 PC는 이제 우리 일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가 됐지요. 아침에 눈을 뜨면 가장 먼저 보는 것이 스마트폰 화면이고, 종일 PC 앞에 앉아 일하거나 공부합니다. 퇴근 이후에도 모바일 메신저와 이메일 때문에 일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잠들 때까지도 손에서 이 작은 기기를 내려놓지 못하는 모습은 우리 사회의 새로운 고민거리이기도 해요.

가족이나 친구들끼리 모여 앉은 자리에서도 각자 스마트폰만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을 때가 많죠. 우리나라 사람들이 소셜미디어 활동에 하루 35.5분을 쓴다는 조사도 있지요. 이런 습관은 건강을 해치기도 합니다. 디스플레이 속에 섞여 나오는 푸른빛, 이른바 블루라이트(blue light)는 시신경을 자극해 숙면을 방해한다고 합니다. 복잡한 의료 지식이 없더라도 스마트폰 화면을 들여다보느라 제때 잠들지 못한 경험, 누구나 있을 거예요.

기사 관련 일러스트
그림=정서용

처음엔 어른들이 디지털 기기에 과도하게 몰입하는 어린이·청소년들을 걱정스럽게 바라봤어요. 특히 게임에 빠진 청소년들을 바라보는 어른들의 불편한 시선이 디지털 기기들에 대한 원망으로 옮겨갔지요. 그 고민을 비교적 빨리 시작한 우리나라는 밤에 청소년이 PC방에 들어가는 것을 제한하거나 일정 시간을 초과하면 게임을 못하도록 차단하는 제도를 도입하기도 했지요.

하지만 이 문제는 이제 꼭 어린이나 청소년들만의 것이 아닙니다. 전 세계적으로 성인들도 디지털 기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어요. 24시간 쏟아지는 이메일과 모바일 메신저 때문에 일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소셜미디어나 유튜브 등 인터넷 세계를 떠돌면서 가족들 사이 대화가 끊기는 것은 우리 모두의 고민거리입니다. 사람 사이 소통을 돕기 위해 디지털 기술들을 이용하는 것인데 오히려 이 기술들이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인간관계를 방해하고 있는 것이지요.

◇스스로 디지털 기기 제한하는 IT 기업들

그래서 운영체제를 만드는 기업들이 먼저 답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10이 먼저 움직였어요. 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해 오피스365에 클라우드와 인공지능 기술을 결합해 업무 습관을 분석하기 시작했습니다. 오피스 프로그램을 어떻게 이용하고, 누구와 이메일을 많이 주고받는지, 협업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등을 분석해주는 겁니다. 그리고 이 기술을 윈도10으로 확장해 컴퓨터 앞에 얼마나 오래 앉아 있었는지, 어떤 웹 사이트에 많이 접속하고 어떤 프로그램을 얼마나 많이 썼는지 꼼꼼하게 챙겨줍니다. 이 기술은 '타임라인'이라는 이름으로 윈도10 업데이트에 적용됐지요.

앞에서 이야기한 구글의 안드로이드P, 그리고 이어서 지난 6월에 발표된 애플의 iOS12에는 디지털 웰빙이 구체적으로 적용됩니다. 두 운영체제는 아직 시험 버전으로 개발이 한창 진행되는 중이지만 기본적으로 스마트폰을 얼마나 자주 열어보는지, 어떤 종류의 앱을 많이 쓰는지 등을 알기 쉽게 보여줍니다. 습관을 손보기 위해서는 먼저 스스로가 어떤 습관을 갖고 있는지를 파악하는 게 중요하겠죠?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애플이 꺼내놓은 방법은 바로 이 부분을 알려주는 데에서 시작합니다.

더 나아가 직접 자신의 디지털 기기 사용 규칙을 정할 수도 있습니다. 하루에 유튜브 보는 시간을 30분으로 제한하고, 소셜미디어를 1시간 이내로 쓰겠다고 정하는 식입니다. 물론 이후에도 앱들을 더 쓸 수는 있지만 스스로 세운 규칙을 알려주는 것만으로도 지키는 데에 도움이 될 겁니다. 또 아이들의 기기에 특정 앱을 정해진 시간 이상 쓸 수 없게끔 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이 규칙은 보호자와 함께 정해야겠지요.

이 밖에 스마트폰과 온전히 떨어져 있을 시간을 정할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퇴근 시간 이후엔 가족 이외의 전화를 받지 않는다거나 이메일과 소셜미디어의 알림 기능을 꺼주기도 합니다. 구글은 아예 밤잠을 방해하는 블루라이트를 없애기 위해 화면을 흑백으로 바꿔주기도 합니다.

운영체제와 기기를 직접 만든 기업들이 나서서 기기의 기능을 제한하는 것이 역설적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스마트폰의 편리함만큼이나 빠르게 커지는 부작용을 가장 먼저 이해하고 있는 곳이 바로 이 기업들이기도 합니다. 매출이나 판매량, 사용 시간을 늘리기 위해 그 부작용을 모르는 척 덮어놓을 수는 없지요. 기업들은 디지털 기기로 인한 부정적 현상들을 직접 해결하고 적극적인 대안을 내며 공론화하는 것이 더 낫다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습니다. 디지털 기기를 잘 이용해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 PC와 스마트폰을 개발했을 때 본래 목표였기 때문입니다. 이 노력들이 성공적으로 자리 잡으려면 기업이 기술을 개발하는 것 외에도 우리 모두가 더 나은 디지털 환경을 고민해봐야 할 겁니다. 행복이 스마트폰 안에만 있지는 않으니까요.



최호섭·IT 칼럼니스트 기획·구성=유소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