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김주영의 클래식 따라잡기] 모차르트 고향, '바그너 성지'서 무더위 식히는 클래식 선율

입력 : 2018.07.14 03:05

세계의 여름 음악 축제

즐거운 여름방학이 시작됐어요. 음악가들도 나름의 여름방학을 즐긴답니다. 북반구 서양 대부분의 나라는 겨울보다 여름휴가가 길고, 연주자를 포함한 음악계 전체의 한 해 시즌도 여름에 끝나지요. 무대에 서는 연주자는 덥고 지치는 날씨에도 늘 해야 하는 연습이나 훈련을 게을리할 수 없답니다.

그래서 음악가들은 마음이 맞는 동료와 함께 연주하거나 학생들을 대상으로 수업을 여는 식으로 휴가를 보낼 때가 많답니다. 오늘은 여름에 열리는 세계 클래식 음악 축제 중 대표적인 몇 개를 알아볼까 합니다. 아름다운 자연을 배경으로 조금 더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연주자와 청중이 만나는 축제는 늘 인기 만점이죠.

◇카라얀이 키운 음악 축제

클래식 팬들에게 가장 유명한 유럽의 음악 축제는 오스트리아의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이에요. 잘츠부르크는 모차르트의 출생지로 널리 알려져 있죠.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은 연극에서 시작했어요. 1920년 작가 후고 폰 호프만슈탈의 작품 '예더만'을 무대에 올리며 화려한 첫걸음을 내디뎠죠. 1922년 이 축제를 대표하는 오페라 공연이 처음 열렸는데, 리하르트 슈트라우스가 지휘하는 모차르트의 '돈 조반니'였어요.

해마다 7~8월이 되면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에는 전 세계에서 음악 애호가들이 몰려요.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은 2020년 100주년을 맞는답니다.
해마다 7~8월이 되면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에는 전 세계에서 음악 애호가들이 몰려요.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은 2020년 100주년을 맞는답니다.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제공

전쟁으로 잠시 위기를 맞았던 페스티벌이 세계적 명성을 얻기까지는 지휘자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의 공이 컸어요. 그는 1956년부터 1960년까지 이 행사의 음악감독을 맡았는데요, 베를린 필 등 오스트리아 밖 연주 단체를 끌어오고 새로운 프로그램을 과감히 도입해 큰 성공을 거두었죠. 잘츠부르크는 지휘자 카라얀의 고향이기도 했어요. 그의 주도로 대형 공연장인 '대축제극장'이 만들어졌지요. 카라얀이 남긴 마지막 음악 영상물이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실황일 정도로 그는 세상을 떠날 때까지 이 페스티벌에 깊은 애정을 보였죠. 올해 축제는 7월 20일부터 약 40일간 이어지는데요, 유명 연주자들의 공연은 한참 전부터 매진일 정도로 여전히 관심이 높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표를 구하기 어려운 음악 축제는 무엇일까요? 단연 독일 바이로이트 페스티벌입니다. 바이로이트는 독일 바이에른주의 작은 도시예요. 1876년 독일 유명 작곡가 리하르트 바그너가 자신의 작품을 좀 더 효과적으로 연주할 공연장을 찾으면서 이 축제가 시작됐어요. 바그너 팬들이 전 세계에 워낙 많기 때문에 수년 전부터 미리 관람 신청을 해야할 정도라고 해요. 바이로이트의 바그너 축제 극장은 작곡가 자신이 여러 건축가의 조언을 받아 설계했어요. 보통 오페라 극장은 무대 앞쪽을 움푹 들어가게 설계해 그곳에 오케스트라 연주자들을 배치해요. 오케스트라 소리에 성악이 묻힐 수 있기 때문이에요. 바그너 축제 극장은 일반적인 오페라 극장보다 움푹 들어간 공간이 더 깊어요. 성악가들의 소리와 관현악이 적절한 조화를 이루게 하기 위한 바그너의 아이디어였죠. 이 극장에서 연주하는 오페라 대부분은 바그너의 작품으로 '니벨룽의 반지' '트리스탄과 이졸데' '뉘른베르크의 명가수' '파르지팔' 등이 대표작입니다.

이 페스티벌은 2차 세계대전 때는 바그너를 무척 좋아했던 독재자 히틀러의 비호를 받아 비판받기도 했어요. 하지만 바그너 사후에도 그의 가족과 후손들이 음악감독을 맡으며 건재하고 있죠. 이 페스티벌에는 우리나라 성악가도 여러 명 출연했어요. 강병운, 연광철, 사무엘 윤 등이 훌륭한 연주를 해 청중과 평론가에게 갈채를 받았습니다.

◇올여름 조성진 공연하는 베르비에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에서 음악가들도 열정 넘치는 공연을 선보이고 있지요. /게티이미지코리아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에서 음악가들도 열정 넘치는 공연을 선보이고 있지요. /게티이미지코리아
스위스의 조용한 시골 마을이 음악으로 주목받게 된 경우도 있죠. 스웨덴 출신 사업가이자 음악 기획자인 마틴 엥스트롬은 1994년 베르비에 페스티벌을 열었습니다. 엥스트롬은 1991년 스키장으로만 알려진 베르비에를 우연히 지나다가 음악으로 채워진 여름 축제를 상상했다고 해요. 매년 7월 말부터 8월 초까지 오케스트라 공연과 실내악을 중심으로 열립니다. 이 페스티벌은 오디션으로 선발한 젊은 음악가들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으로도 유명해요. 거장들과 함께 연주하는 마스터클래스 등을 통해 학생들이 소중한 경험을 쌓을 수 있죠. 마르타 아르헤리치, 예프게니 키신, 유자 왕, 다닐 트리포노프 같은 피아니스트와 발레리 게르기예프, 미하일 플레트네프, 크리스토프 에셴바흐 같은 지휘자를 모두 만날 수 있는 장소이기도 해요. 우리나라 피아니스트 선우예권이 2015년 한국인으로서 첫 독주 무대를 열었고, 올해는 7월 23일과 25일 조성진이 무대에 선다고 하니 베르비에 페스티벌이 우리에게 더 친숙한 느낌이 드네요.

세계 무대를 누비고 있는 음악가들은 여름에도 참 바쁘게 지내죠? 우리나라에도 여름을 더욱 즐겁게 만들어 줄 음악 축제들이 있어요. '멈추어, 묻다'라는 주제로 7월 25일부터 시작되는 평창 대관령음악제는 올해 15주년을 맞는 대표적 여름 축제죠. 강원도의 멋진 풍경을 배경으로 펼쳐질 무대가 벌써부터 기다려집니다.



김주영·피아니스트 기획·구성=유소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