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아하! 이 음식] 과육·껍질·씨 모두 먹는 과일… 식초·식용유도 만들죠

입력 : 2018.07.11 03:00

포도

무더운 여름철이 다가오면 포도가 제철이랍니다. 전 세계에서 포도는 매년 약 7000만t 생산돼 과일류 중 생산량이 넷째로 높아요. 생산지도 전 세계에 고르게 분포돼 있어요. 겨울철에 우리가 먹는 포도는 주로 칠레에서 수입한 거예요.

우리나라에선 언제부터 포도를 먹었을까요? 기원전 2세기 한나라 무제 때 실크로드를 개척하는 과정에서 유럽산 포도가 중국에 들어왔어요. 우리나라에선 1308년 원나라 황제가 고려 충렬왕에게 포도주를 하사했다는 기록이 있어요. 포도는 이란어로 '부다우(Budaw)'인데 중국에서 음역해 포도(葡萄)로 불렀어요.

포도는 버릴 것이 없는 과일이에요.
포도는 버릴 것이 없는 과일이에요. 비타민 B가 풍부해 원기 회복에도 좋답니다. /김영근 기자
포도는 미인들이 즐겨 먹던 과일이에요. 당과 수분이 많아 피로를 회복하고 피부를 좋게 하는 데 도움이 되죠. 이집트 여왕 클레오파트라도 포도를 즐겨 먹었다고 해요. 특히 적포도에는 우리 몸의 대사 과정을 조절하는 비타민 B1과 B2가 풍부합니다.

또 포도에는 떫은맛을 내는 타닌이 있는데, 타닌은 강력한 항산화물질인 폴리페놀의 일종이에요. 해독과 항산화 작용을 하죠. 프랑스인들의 역설, 프렌치 패러독스(French Paradox)라는 말 들어 보셨나요? 프랑스 사람들이 미국인 못지않게 평생 고지방 음식을 먹어도 심장질환에 걸릴 확률이 더 낮다는 거예요. 음식과 함께 레드와인을 마시는 식문화가 비결이었죠.

레드와인에는 포도 껍질이나 포도씨가 들어가기도 하는데요. 껍질은 와인 색깔을 붉게 해줘요. 텁텁한 맛이 나는 씨에는 다량의 항산화물질이 들어 있죠. 그중 폴리페놀의 일종인 라스베라트롤은 콜레스테롤을 낮춰 심혈관 질환을 막는 효능이 있답니다. 프렌치 패러독스를 설명해주는 열쇠가 이 물질에 있어요.

로마 시대에는 쉬어버린 와인인 포스카(posca)를 즐겨 마셨는데 이것이 와인 식초의 원조예요. 가장 유명한 와인 식초는 발사믹이죠. 발사믹은 '향기가 좋다'는 뜻으로 이탈리아 모데나와 레조 에밀리아 지방에서 나는 식초를 가리켜요. 발사믹을 만들 땐 나무통에 식초를 넣고 최소 3년 이상 숙성시켜 나무의 색소가 식초에 스며들어 검은색을 띠도록 합니다.

이 밖에 포도씨만을 모아 기름을 짜내면 포도씨 기름이 만들어지죠. 포도씨 기름은 가열했을 때 연기가 나기 시작하는 온도가 높아 튀김을 만들 때 적합한 식용유예요. 포도를 착즙해 만든 포도 주스도 많이들 마시죠. 포도 주스로 유명한 미국의 웰치스사는 연 매출 5억달러(약 5580억원) 이상을 올리고 있어요.


박현진 고려대 식품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