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뉴스 속의 한국사] 세계유산 오른 우리 산사… 대부분 자장·의상이 창건했죠

입력 : 2018.07.11 03:00

[자장율사와 의상대사]
전국에 사찰 10여곳 세운 자장율사, 10년간 당나라 유학한 의상대사… 부석사·봉정사 세워 화엄사상 전파

천년 넘게 우리 불교 문화를 이어온 한국의 산사 7곳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올랐어요. 통도사(경남 양산), 부석사(경북 영주), 봉정사(경북 안동), 법주사(충북 보은), 마곡사(충남 공주), 선암사(전남 순천), 대흥사(전남 해남) 등 전국 7개 산속에 있는 절이 바로 그곳이에요. 모두 7~9세기에 세워진 사찰로, 세계유산위원회는 이 사찰들이 한국 불교의 깊은 역사성을 담고 있다고 평가했어요.

이 사찰들을 포함해 우리나라 전국 곳곳 산속에 흩어져 있는 오래된 사찰들의 역사를 훑어보면 자주 등장하는 두 이름이 있어요. 바로 자장율사와 의상대사입니다. 한국의 사찰 창건에 두 사람의 영향력이 매우 컸음을 짐작할 수 있지요. 과연 자장율사와 의상대사는 어떤 인물이며 우리 불교문화에 어떤 영향을 끼쳤을까요?

◇"계를 지키고 하루를 살지언정…"

신라 진평왕 때인 590년, 진골 귀족 출신인 김무림이 늦은 나이에 아들을 얻었어요. 아내와 함께 관세음보살상 앞에서 '자식을 낳으면 부처님께 바쳐 세상과 불교의 세계를 연결하는 다리가 되게 하겠다'며 정성껏 불공을 드려 얻은 아들이었지요. 아들의 이름은 선종(善宗)이었는데 자라서 부모가 부처님에게 한 약속처럼 부처의 가르침을 따르려 했어요. 홀로 깊은 산속에 들어가 시체가 썩어 백골만 남을 때까지 모습을 관찰하거나 좁은 방 안을 온통 가시덤불로 둘러쳐 놓고 그 안에 알몸으로 앉아서 수행을 하며 깊은 깨달음을 얻으려 했지요.

[뉴스 속의 한국사] 세계유산 오른 우리 산사… 대부분 자장·의상이 창건했죠
/그림=정서용
선종의 비범함을 알게 된 선덕여왕이 마침 재상의 자리가 비어 있어 선종을 재상에 임명하려 했어요. 선종이 번번이 거절하자 화가 난 선덕여왕은 선종에게 "만약 재상의 자리에 취임하지 않으면 참형을 내릴 것이다"고 했어요. 그 말은 들은 선종은 "내 차라리 계(戒)를 지키고 하루를 살지언정 계를 깨뜨리고 백년을 살기를 원하지 않는다"며 왕의 명령을 거절했지요. 계는 불교를 따르는 사람이 지켜야 할 행동규범이나 계율을 말하는데 왕은 선종의 굳은 결의에 그가 정식으로 승려가 되는 것을 허락했어요. 선종은 자장(慈藏)이라는 이름으로 신라를 대표하는 큰스님이 되었지요.

◇불교의 계율을 정비한 자장율사

그 후 자장은 636년 제자 열 명과 함께 당나라 산시성에 있는 오대산으로 가 지혜와 깨달음을 상징하는 문수보살에게 기도를 드렸어요. 자장은 문수보살을 직접 보고 깨달음을 얻고 석가모니 부처의 유골인 진신사리와 입었던 옷인 가사, 머리뼈와 다리뼈 등을 받아서 돌아왔다고 해요. 643년 신라로 돌아온 자장은 신라 사람들에게 불교를 가르치고, 불교를 따르는 승려들이 지켜야 할 계율을 정비하거나 새롭게 만들어 정하는 등 계율에 정통해 율사(律師)라 불렸지요.

또 자장율사는 황룡사에 9층탑을 세우게 하고 오대산 월정사, 강릉 수다사 등 전국에 사찰 10여개를 세워 신라 불교 발전에 중심적인 역할을 했어요. 석가모니의 사리를 모셔둔 불보(佛寶)사찰인 통도사를 세우며 그곳에 부처의 사리를 모신 금강계단을 쌓은 이도, 공주의 마곡사를 세운 이도 자장율사였다는 기록이 있어요.

◇화엄사상을 전파한 의상대사

한편 625년 신라 진골 귀족 집안에서 태어나 선덕여왕 때인 644년 승려가 된 의상은 화엄사상을 우리나라에 처음 전하고 가르친 인물이에요. 당나라에 유학해 10년간 화엄종을 배운 후 신라에 돌아와 제자들을 키웠습니다. 화엄종은 우주의 모든 사물이 끝없는 시간과 공간 속에서 서로 조화를 이룬다는 것을 중심 사상으로 삼는 불교의 한 종파예요. 이에 따라 부처는 모든 중생을 헤아리며 모든 중생은 수행을 통해 부처가 될 수 있음을 깨닫는 걸 강조하지요.

의상의 가르침 아래 뛰어난 승려 10명이 배출됐는데 이들을 '의상십철'이라고 불러요. 그중에는 귀족 출신뿐 아니라 가난한 집안이나 노비 출신 인물도 있었어요. 의상은 신분을 차별하지 않고 이들 모두를 받아들이며 만물은 평등하다는 불교의 가르침을 몸소 실천했어요. 의상은 제자들과 함께 화엄사상을 연구하고 가르칠 사찰들을 세우기도 했는데 가장 대표적인 곳이 영주의 부석사입니다. 안동의 봉정사도 672년에 의상이 세웠다는 얘기가 전해지고 있어요. 그의 제자인 능인이 세웠다는 얘기도 있고요.

이번에 오른 세계문화유산에는 사찰을 구성하는 여러 건물들의 역사성뿐 아니라 산사에 이르는 길, 산사를 품고 있는 아름다운 산세, 산사에서 바라보는 아름다운 풍경까지도 포함되는 것이 아닌가 싶어요. 만물이 서로 조화를 이뤄야 진정한 존재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는 화엄사상처럼 말이에요.


['의상십철'과 '화엄십찰']


의상이 가르친 제자 10명을 의상십철이라고 해요. 오진·지통·표훈·진정·진장·도융·양원·상원·능인·의적 등 모두 화엄종의 승려였지요. 의상이 세워 화엄사상을 널리 펼치던 사찰 10곳을 화엄십찰이라고 불러요. '삼국유사'에는 영주 부석사, 합천 해인사, 금정산 범어사, 지리산 화엄사, 원주 비마라사, 비슬산 옥천사 등 6곳만 기록돼 있어요.


지호진 어린이 역사 저술가 기획·구성=유소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