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경제 이야기] 거저 생긴 돈은 함부로 쓰는 경향… 쉽게 벌든 어렵게 벌든 돈은 소중하죠

입력 : 2018.07.10 03:00

'공돈 효과'의 함정

올 9월부터 복지제도가 바뀝니다. 65세 이상 소득 하위 70% 이하 노인에게 지급되는 기초연금이 월 20만원에서 25만원으로 오르고, 만 6세 미만 아이를 둔 소득 하위 90% 이내 가정에는 월 10만원씩 아동수당이 새로 지급된대요. 노인들은 돈 걱정을 조금은 덜게 되고, 부모들은 좀 더 건강한 성장 환경을 만들어 줄 수 있게 되겠지요. 그러기 위해서는 받는 이들이 그 돈을 소중하게 써야 해요.

그런데 사람들은 똑같은 돈이라도 열심히 일을 해서 어렵게 번 돈과 거저 생긴 돈의 가치를 다르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답니다. 열심히 일해서 번 돈은 함부로 쓰기를 주저하지만 손쉽게 얻은 돈은 가볍게 써버려도 별로 거부감을 느끼지 못한다는 거지요. 똑같은 10만원이라도 어렵게 아르바이트를 통해 벌었다면 막 쓰지 못하지만, 복권에 당첨돼 얻은 10만원은 거부감 없이 쉽게 써버리기 마련이거든요.

서울 한 주민센터에서 주민들이 아동수당을 신청하고 있어요.
서울 한 주민센터에서 주민들이 아동수당을 신청하고 있어요. 이 돈을 소중히 쓰려면 우리 마음속 금고에 잘 넣어둬야 해요. /연합뉴스
노력하지 않고 가욋돈을 받게 되면 사람들은 이를 공돈으로 여기기 쉽답니다. 그래서 쓸 때도 덜 계획적으로 써버리게 되는 거지요. 이스라엘 경제학자인 랜즈버거(Michael Landsberger)는 이런 현상을 공돈 효과(House-money effect)라고 정의했어요. 월급이나 아르바이트로 버는 돈은 노력한 만큼의 정당한 대가로 여기기 때문에 마음속 금고에 넣어두고 소중하게 쓰게 되지만, 쉽게 생긴 돈은 공돈으로 받아들여서 마음속 임시 주머니에 넣어두고 쉽게 쓰게 된다는 거지요. 여기서 마음속 임시 주머니에 들어 있는 돈을 쉽게 쓰다 보면 어렵게 벌어 마음속 금고에 넣어둔 돈까지 함부로 쓰게 되는 문제가 생깁니다.

트버스키(A Tversky)나 카너먼(D Kahneman) 같은 행동경제학자들은 이렇게 같은 돈인데도 마음속 어느 장소에 넣어 두었는지에 따라 그 의미를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들의 유별난 심리 상태를 심적 회계(mental accounting)라고 불렀어요. 기업이 자산·부채·자본 등으로 각각의 항목에 따라 자금을 분류해놓듯이 사람들은 저마다 마음속에 다양한 계정을 구분해 놓고 계정마다 다른 의미를 부여해서 돈을 넣거나 빼 쓴다는 거지요.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심적 회계의 함정에 빠지지 않을 수 있을까요? 먼저 주머니 속에 들어온 돈은 어떤 돈이든 의미가 똑같다고 생각을 해야 한답니다. 일해서 번 돈이든 복지수당으로 받은 돈이든 모든 돈은 똑같은 가치를 지닌 것으로 취급해야 한다는 이야기죠. 쉽게 생긴 돈이라도 임시 주머니가 아닌 마음속 금고에 넣어두라는 거예요. 금고 속의 돈은 소중한 자산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잘 손을 대지 않게 되잖아요. 우리 모두 심적 회계의 함정을 기억해서 노인 기초연금이나 아동수당처럼 갑자기 주어진 돈이라고 해도 마음속 금고에 넣어둡시다. 이런 돈도 어렵게 일해서 번 돈과 똑같이 소중하게 관리하기로 해요.


천규승 미래경제교육네트워크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