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IT·AI·로봇] CCTV에 인터넷 연결… 인공지능 이용해 범죄 막아요

입력 : 2018.07.03 03:05

기록된 영상 클라우드에 저장해 언제 어디서든 영상 확인할 수 있죠
AI 접목하면 활용 가능성 무궁무진… 개인정보 보호할 과제 남아있지요

우리는 하루에 몇 번이나 사진에 찍힐까요? 수도권에 사는 사람은 하루에 83번, 길을 걸을 땐 9초마다 한 번씩 누군가의 카메라에 찍힌다는 통계가 있어요. 대부분 보안을 위해 설치해놓은 감시 카메라에 찍히죠. 집에서 나오자마자 엘리베이터부터 버스, 지하철, 편의점, 백화점까지 곳곳에 감시 카메라가 설치돼 있습니다. 초기에는 사진 찍히는 걸 불편해하는 사람이 많았지만 이제는 자연스러운 일상의 한 부분이 됐지요.

얼마 전 정부가 네트워크 카메라를 아파트 보안·방범용으로 이용할 수 있게끔 허용하겠다고 했어요. 네트워크 카메라는 인터넷 망을 통해 어디서나 영상 정보를 저장하고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설비예요. 감시 카메라를 인터넷에 연결할 수 있게 됐다는 뜻입니다. 지금까지는 외부에서 감시 설치 카메라 영상을 볼 수 없도록 제한해 왔는데, 이제부터는 그런 제한을 풀어 외부에서도 볼 수 있게 하겠다는 거예요. 그럼 앞으로 감시 카메라의 역할이 어떻게 달라지게 될까요?

◇CCTV가 찍은 영상을 관리하는 DVR

먼저 감시 카메라의 작동 원리를 살펴봅시다. 우리는 흔히 감시 카메라를 CCTV라고 부릅니다. CCTV는 폐쇄회로 카메라(Closed-Circuit TeleVision)의 약자로, 카메라와 녹화 장비가 직접 연결되는 방식을 말합니다. 영상이 외부로 연결되지 않기 때문에 회로가 갇혀 있다는 의미로 '폐쇄회로'라는 이름이 붙었지요.

옛날에는 비디오테이프로 녹화했는데, 매일 테이프를 갈아주어야 하는 데다, 내용을 오랫동안 보관하기도 어려웠어요. 그래서 비디오테이프 대신 하드디스크에 담을 수 있게 해주는 장치가 나왔어요. 바로 DVR(Digital video recorder·디지털 영상 저장 장치)이죠. DVR이 나온 뒤, 우리는 CCTV 수십 대가 찍는 영상을 하드디스크 한 장에 담아 날짜별로, 장소별로 관리할 수 있게 됐어요.

하지만 비디오테이프건 DVR이건 외부에 연결되지 않기는 마찬가지예요.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아파트나 다른 건물을 경비할 때 외부로 연결되지 않는 CCTV만 쓸 수 있게 해왔거든요.

또 경비실에 찾아간다고 CCTV에 찍힌 영상을 아무나 볼 수 있는 것도 아니었어요. 간혹 아파트에서 놀이터 화면 정도는 주민들에게 공개하는 경우가 있었지만, 다른 대부분의 기록을 열어보려면 명확한 이유가 있어야 하고 때로는 경찰의 허락도 필요했어요. 아무에게나 보여줬다가 자칫하면 요즘 사회적 골칫거리인 '몰래 카메라'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영상 정보가 네트워크, 인터넷을 통해서 관리 지역 외의 곳으로 흘러가는 것을 금지하는 등 조심스럽게 활용해 왔습니다.

그런데 한 아파트 주민들이 CCTV를 인터넷에 연결해서 '네트워크 카메라'로 쓸 수 있게 해달라고 정부에 민원을 넣었어요. 정부는 그러지 말라고 막는 게 불필요한 규제라고 판단해 네트워크 카메라를 허용하기로 했어요. 그럼 네트워크 카메라는 어떻게 작동하는 걸까요?

◇위험한 상황 미리 알려주는 카메라도

네트워크 카메라도 기본 기능은 CCTV와 다르지 않습니다. 카메라와 영상 정보를 담는 녹화 시스템으로 이뤄진 것은 비슷하지요. 카메라에 기록된 영상을 인터넷에 연결해 외부에서 볼 수 있게 한다는 데 차이가 있습니다. '영상을 외부로 내보낸다'는 말은 두 가지 뜻이 있어요. 첫째, 건물 밖에서 유튜브를 보듯이 스트리밍으로 영상을 볼 수 있다는 뜻입니다. 둘째, 영상 정보의 보관과 관리에 클라우드 컴퓨팅을 이용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클라우드 컴퓨팅은 인터넷상의 서버에 정보를 저장하고, 필요할 때마다 데스크톱·컴퓨터·노트북·스마트폰 같은 IT 기기로 서버에 담긴 정보를 다운로드해 이용하는 걸 뜻해요.

네트워크 카메라와 클라우드 컴퓨팅
그림=정서용

적당한 IT 기기만 있으면, 인터넷상 서버에 저장된 정보를 언제 어디서든 이용할 수 있죠. 그래서 네트워크 카메라를 '클라우드 캠'이라고 부르기도 해요. 네트워크 카메라를 이용하면 영상 정보를 클라우드 시스템에 올려둘 수 있기 때문에 DVR 장비를 쓰는 것보다 비용이 덜 들고, 관리자 입장에서도 스마트폰으로 언제 어디서든 카메라에 찍히는 내용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장점이 많다 보니, 네트워크 카메라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어요. 요즘 인공지능과 데이터 분석 업계의 가장 뜨거운 주제는 영상 정보이거든요. 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해 카메라에 찍힌 피사체의 종류를 구분하고,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맥락을 읽어낼 수도 있습니다. 네트워크 카메라에 영상 분석 기술이 더해지면 감시 카메라를 훨씬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 거예요.

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해 콘퍼런스에서 인공지능과 감시 카메라를 산업 현장에 접목하는 사례를 공개했어요. 클라우드 컴퓨팅을 바탕으로 한 인공지능이 카메라에 찍힌 사람의 얼굴을 하나하나 읽어서 현장에 등록되지 않은 외부인이 들어온 것을 파악하고 관리자에게 알려줬지요. 이 시스템은 전기톱처럼 위험한 기기가 작업장에 제대로 놓이지 않은 것을 포착해 알려주기도 했습니다. 그동안 감시 카메라가 문제가 생긴 뒤에야 되짚어보는 용도로 쓰인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가 위험한 상황을 능동적으로 관리하고 예방하는 역할까지 할 가능성을 보여줬지요.

이 밖에도 인공지능으로 영상을 분석하는 기술이 계속 발달하고 있어요. 사람이 줄곧 화면을 들여다보지 않아도 컴퓨터가 미아(迷兒)를 찾아주고, 범죄나 사고를 사전에 막을 수 있도록 하는 기술도 개발되고 있습니다.

다만, 감시 카메라 영상이 아무에게나 노출돼 불법적인 용도로 쓰일 위험이 남아있어요. 네트워크 카메라를 반기는 사람들이 많은 만큼, 불안해하는 사람도 늘어나고 있어요. 새로운 기술을 어떻게 올바르게 사용할지 고민하는 게 우리들의 다음 숙제가 될 거예요.



최호섭·IT 칼럼니스트 기획·구성=유소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