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경제 이야기] 수출을 한 품목에만 의존하는 건 위험… 위기땐 국가 전체가 영향 받아요
허쉬만-허핀달 지수(HHI)
최근 현대경제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수출의 반도체 쏠림 현상이 심해졌다고 해요. 지난해 품목별 수출 집중도가 역대 최고치로 치솟았지요.
한 산업에서의 시장 집중도는 '허쉬만-허핀달 지수(HHI, Hirschman-Herfindahl Index)'를 통해 측정할 수 있어요. '시장점유율의 제곱의 합'을 계산하면 수치가 나와요. 이 지수가 높을수록 시장 집중도가 높다는 뜻입니다.
예를 들어 타이어 업체 세 곳의 시장 점유율이 각각 50%, 30%, 20%라면 타이어 시장의 HHI는 어떻게 될까요? 각각의 시장 점유율 제곱이 2500, 900, 400이 되겠죠. 이를 모두 더한 3800이 허쉬만-허핀달 지수예요. 숫자가 클수록 몇 개 회사가 타이어 시장을 꽉 쥐고 있다는 뜻이 되겠지요.
지수가 1000 이하면 경쟁이 심한 시장, 1000~1500은 덜 집중된 시장, 1500~2500은 조금 집중된 시장, 2500 이상은 아주 집중된 시장으로 구분합니다.
- ▲ 우리나라 수출은 반도체 쏠림 현상이 심한 편입니다. 수출 품목 중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는 뜻이지요. /김연정 객원기자
지난해 우리나라 품목별 수출 집중도를 나타내는 HHI는 1218포인트로, 1977년 통계를 작성한 이래 가장 높습니다. 주력 상품이던 조선업이 침체되고, 반도체 수출 비중이 높아졌기 때문으로 보여요. 지역별 쏠림 현상도 심해지고 있어요. 수출 지역 집중도는 1998년 615포인트에서 매년 높아져 올해(1~5월) 1018포인트를 기록했어요. 베트남과 중국 수출 비중이 늘어난 게 주된 이유죠.
HHI가 높으면 글로벌 경제에 문제가 생길 때 다른 국가보다 더 큰 어려움에 빠질 수 있어요. 특정 국가나 품목에서 발생하는 위험을 분산시키지 못하기 때문이에요. 우리나라 수출의 HHI가 높다는 사실은 수출 상품과 지역을 다변화할 필요성을 말해주고 있죠.
북유럽의 강국 핀란드의 사례를 살펴볼까요? 10년 전까지 핀란드 경제는 노키아가 먹여살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어요. 노키아는 1998년부터 10년간 핀란드 전체 법인세의 23%, 수출의 20% 가까이 차지할 정도로 절대적인 위치에 있었어요. 한때 핀란드 국내총생산(GDP)의 25%를 책임지기도 했죠. 그 중심엔 세계 최대 생산을 자랑하는 휴대폰이 있었습니다.
2007년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을 내놓으며 스마트폰 시대를 열었지만 노키아는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어요. 결국 2014년 직원들을 대량 해고하는 등 쇠퇴의 길로 접어들었죠.
노키아가 추락하자 핀란드는 한때 경제성장률에서 마이너스 7%를 기록하는 등 국가 경제 전체가 큰 타격을 입었어요. 이른바 '노키아 쇼크'입니다. 한 나라 경제에서 지나치게 쏠림 현상이 있을 때 위기를 맞으면 국가 전체에 얼마나 큰 충격으로 작용하는지 보여주는 예라고 할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