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이명옥의 명작 따라잡기] 예술·과학 융합한 '인류 최고 천재'… 르네상스 정신 상징

입력 : 2018.06.30 03:01

[이탈리아의 레오나르도 다빈치]
수학·기술·발명에도 능한 팔방미인

이명옥 사비나미술관장
이명옥 사비나미술관장
이탈리아는 나라 전체가 거대한 박물관으로 불릴 만큼 고대문명의 유적과 유물들을 많이 간직하고 있어요. 인류의 유산을 보호하기 위해 지정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 가장 많은 나라이기도 해요. 서양미술을 꽃피운 걸작들이 태어난 곳이기도 하죠.

밀라노에 있는 산타 마리아 델레 그라치에 성당을 찾으면 이탈리아가 낳은 위대한 화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걸작 '최후의 만찬'〈작품 1〉을 감상할 수 있답니다. 그는 성당 식당 벽에 그린 이 그림의 주제를 기독교 성경에서 가져왔어요. 성경에는 예수 그리스도가 세상을 떠나기 전날 12명의 제자와 함께 마지막 식사를 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이 그림은 예수 그리스도가 "너희 가운데 한 사람이 나를 배반할 것이다"라고 말하자 깜짝 놀란 제자들의 반응을 표현한 겁니다.

20세기 영국 미술사학자 케네스 클라크는 이 벽화를 '유럽 예술의 주춧돌'이라고 평가했어요. 이 그림이 걸작이 된 이유는 르네상스(14~16세기 이탈리아에서 시작한 문화 부흥 운동) 정신인 학문과 예술, 자연과학과 기술을 융합시켰기 때문입니다.

그림을 보면 원근법에 수학적인 요소가 들어갔음을 알 수 있어요. 수평인 식탁 한가운데 자리한 예수 그리스도를 중심으로 양옆에 12제자가 6명씩 좌우대칭으로 앉아 있어 균형을 이루고 있습니다. 또 벽면 장식을 따라 그림 바깥으로 연장선을 그었을 때, 선과 선이 만나는 점에 정확히 예수 그리스도 얼굴이 위치합니다.

작품1~3
작품1 -'최후의 만찬', 1495~1497년경. 작품2 -비행기 스케치. 작품3 - '성 안나와 성 모자', 1503~1519년.
다빈치가 수학적 원리를 그림에 활용한 이유는 등장인물들의 감정을 더욱 강렬하게 전달하기 위해서예요. 대칭적 구도나 원근법은 관객이 등장인물의 감정에 깊이 빠져들게 하는 효과를 내죠. 그래서 이 그림은 '인간 감정의 백과사전'이라는 찬사를 받고 있답니다.

다빈치는 수학뿐만 아니라 여러 분야에 능통했어요. 그는 인류 역사를 통틀어 최고의 천재로 꼽혀요. 화가, 과학자, 기술자, 식물학자, 지리학자, 발명가 등 30개 넘는 분야에서 뛰어난 업적을 남겼거든요. 다방면에 재주가 많은, 말 그대로 만능인이었어요.

비행기 스케치〈작품 2〉는 그러한 사실을 증명하죠. 다빈치는 1903년 인류 최초로 비행기로 하늘을 날았던 라이트 형제보다 400여 년 앞서 비행기를 구상했어요. 다빈치는 늘 자연 현상을 관찰하고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평소 갖고 다니던 공책에 곧바로 기록했어요. 이 비행기 스케치도 그가 남긴 공책에 들어 있었어요.

성모 마리아, 아기 예수, 예수의 외할머니인 성 안나가 등장하는 〈작품 3〉은 다빈치가 미술의 발전에도 크게 공헌했다는 사실을 알려줍니다. 그림 속 배경을 자세히 살펴보세요. 등장 인물들과 오른쪽 나무는 자세하고 진하게 그려진 반면 배경의 하늘과 산은 흐릿하게 표현되었어요. 산이 멀리 떨어진 것처럼 느껴지지요?

 - 라 스칼라 광장
사진1 - 라 스칼라 광장 레오나르도 다빈치 기념비.
공기층이나 빛에 의해 생기는 명도와 색상 차이로 거리감을 표현하는 기법인 '대기원근법'을 썼기 때문이에요. 다빈치는 빛이 공기 속을 통과할 때 공기 중 먼지 등에 부딪혀 흩어지는 빛의 산란 현상으로 인해 멀리 떨어진 대상은 눈에 가까이 보이는 것보다 형태가 또렷하지 않고 흐릿하게 보인다는 사실을 발견했어요. 이후 풍경화가들이 대기원근법을 활용해 평평한 2차원 화폭에 3차원적 원근감이 나타나면서 풍경화가 발전했답니다.

다빈치는 대기원근법을 활용해 풍경화뿐 아니라 인물화도 그렸어요. 다빈치의 최고 작품으로 꼽히는 '모나리자'의 얼굴을 관찰해보세요. 눈, 코, 입의 가장자리는 윤곽선이 또렷하지 않고 흐릿해요. 모나리자는 신비로운 미소로 유명한데 그 비밀이 바로 대기원근법에 있답니다.

이탈리아 밀라노 라 스칼라 광장에 가면 다빈치 기념 동상<사진 1>을 만날 수 있어요. 이탈리아인들이 그를 국민 화가로 꼽는 이유는 다빈치가 르네상스의 정신을 상징하는 위인이기 때문이에요. 르네상스 시대 화가나 조각가는 오늘날처럼 예술가로 인정받지 못했어요. 장인(匠人)이나 기술자로 여겨졌죠. 예술적 재능이 뛰어나고 인문학적 교양이 풍부한 데다 과학기술 지식도 모두 갖춘 다빈치는 기능직으로만 여겨졌던 화가의 지위를 아름다움을 창조하는 예술가 수준으로 끌어올렸어요. 이탈리아인들은 다빈치 동상을 볼 때마다 르네상스를 이끈 나라의 국민이라는 강한 자부심을 느낀답니다.



이명옥 사비나미술관장 기획·구성=유소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