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미있는 과학] 초당 10억번 핵분열서 나오는 열에너지로 전기 생산
입력 : 2018.06.28 03:05
원자력발전소
원자력발전소(원전) 폐쇄를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고 있죠. 지난해 부산의 고리 원전 1호기가 완전히 폐쇄된 데 이어 월성 원전 1호기도 폐쇄 절차가 진행 중이에요.
원전은 우리나라 전기 중 30% 내외를 만들어내고 있어요. 원전에서 어떻게 전기를 이렇게 많이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인지, 또 무엇이 위험하다는 것인지 알아봅시다.
◇원자핵이 충돌, 또 충돌…
물질을 구성하는 작은 입자인 원자가 어떻게 생겼는지부터 살펴볼까요? 원자 안에는 (+) 전기를 띠는 원자핵과 (-) 전기를 띠는 전자가 있어요. 이 중 원자핵은 양성자와 중성자로 이뤄져 있고요. 전자는 아주 작고 가벼워서 원자의 무게에 영향을 미치지 않아요. 하지만 상대적으로 큼지막한 양성자와 중성자는 무게를 갖고 있지요. 이 둘의 수가 많을수록 원자가 무거워지는 거예요.
원전에서는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원소 중 가장 무거운 우라늄을 사용해요. 우라늄은 양성자와 중성자를 많이 갖고 있답니다.
우라늄에 중성자가 부딪히면 우라늄의 원자핵은 2개 이상의 작은 원자핵으로 쪼개져요. 이 현상을 '핵분열'이라고 합니다. 핵분열은 원전을 돌리는 원동력이에요. 핵분열을 일으킨 우라늄은 토륨이나 라듐 같은 새로운 물질로 바뀌어요. 이 과정에서 새로운 원자핵에 포함되지 못한 중성자 몇 개가 밖으로 튀어나옵니다.
- ▲ 그래픽=안병현
즉 우라늄을 모아 놓고 중성자 몇 개만 충돌시키면 이후 반응은 자동으로 일어나는 거죠. 이런 식으로 1초에 10억번 반응하면서 에너지가 생겨요.
◇작은 질량으로도 엄청난 에너지 생성
그렇다면 에너지는 어떻게 만들어질까요? 우라늄이 핵분열을 할 때 만들어지는 원자들의 질량을 합치면 원래 우라늄 질량보다 작아요. 어디론가 질량이 사라진 거지요. 우라늄이 잃어버린 질량은 에너지로 변해 열을 만들어냅니다.
여기서 아인슈타인이 말한 유명한 공식, 'E=mc²'이 등장합니다. 에너지(E)는 질량(m)에 빛의 속도의 제곱(c²)을 곱한 결과물이라는 뜻이에요. 빛은 1초에 30만㎞를 달릴 정도로 빠릅니다. 이걸 제곱했다니 결과물이 엄청나겠죠? 그래서 아무리 질량이 작아도 큰 에너지를 낼 수 있답니다.
원전은 이때 생긴 열로 물을 끓여 증기를 만들고, 그 증기로 터빈을 돌려 전기를 생산하는 시설이에요. 보통 우라늄은 기다란 연료봉에 담아 사용합니다.
적은 양의 우라늄으로도 많은 열을 만들어내고 새로운 연료도 만들어내는 한편, 한 번 가동을 시작하면 연쇄반응을 통해 계속 움직이기 때문에 원전이 경제적인 발전소로 꼽히는 거랍니다.
◇우라늄의 또 다른 얼굴, 방사능
우라늄이 핵분열할 때 일어나는 연쇄반응은 굉장히 빨라요. 이 반응이 한꺼번에 일어나면 그만큼 많은 양의 열이 한순간에 뿜어져 나올 거예요. 핵폭탄은 이 현상을 이용한 거예요. 그래서 원전에서는 연쇄반응이 한꺼번에 일어나지 않도록 속도를 조절해요.
원자로 내부를 보면 연료봉이 물속에 담겨 있는데, 이 물이 연쇄반응 속도를 조절한답니다. 튀어나오는 중성자를 잡고 속도를 늦춰서 연쇄반응이 필요한 만큼만 천천히 일어날 수 있게 하는 거지요. 또 폭발이나 연료 누출을 막기 위해 수십m 두께의 콘크리트로 원전 건물을 짓지요. 물은 연료봉의 열을 식히는 냉각수 역할도 해요.
이처럼 원전에는 물이 꼭 필요하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원전이 모두 바닷가에 있는 거예요. 만약 냉각수가 사라지면 연료봉 겉이 순식간에 녹아내리면서 연료봉 안에 있는 여러 가지 물질이 한꺼번에 밖으로 새버려요. 지난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에서 일어난 사고는 이런 과정을 거쳤어요. 지진 해일로 인해 비상 발전기가 멈춰 섰고 냉각수 공급이 중단되면서 식지 못한 연료봉이 녹아내려 엄청난 열이 발생했어요. 열 때문에 주변의 물이 한꺼번에 증발하면서 수증기가 폭발을 일으켰지요.
'좋은 에너지원'인 우라늄은 무서운 얼굴을 감추고 있어요. 우라늄이 분열할 때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는 강한 에너지를 가진 빛이 나오는데 이 빛이 방사선이에요. 방사선은 우리 몸속 세포에 있는 DNA를 흔들어 버려 돌연변이를 일으킬 수 있어요. 이처럼 방사선을 내는 물질을 방사성 물질이라고 부릅니다.
우라늄이 핵분열을 일으키며 만들어내는 플루토늄과 세슘, 스트론튬 같은 물질도 방사성 물질이에요. 원전의 연료봉과 냉각수엔 이런 방사성 물질이 있기 때문에 밖으로 새는 순간 큰 사고로 이어지는 거지요.
이에 대비해 과학자들은 원전을 안전하게 관리하기 위한 기술들을 개발 중이에요. 냉각수가 공급되지 않아도 바로 대응할 수 있도록 해상 원전을 추진하는 국가들도 있죠. 연료 교체 후 다음 주기까지 한 번도 발전을 멈추지 않고 안전하게 운영한 원전들도 국내에 많답니다.
수명이 다한 핵연료는 방사성 물질이기 때문에 여러 처리를 한 뒤 방사선이 새어 나오지 않도록 깊은 땅속에 묻는답니다. 우라늄이나 다 쓴 핵연료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기술을 상용화하는 연구도 진행 중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