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예쁜 말 바른 말] [43] '빌려'와 '빌어'
입력 : 2018.06.28 03:03
최근 6·13 지방선거가 끝나고 당선인들이 이렇게 인사하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어요. "저를 뽑아주신 유권자 여러분께 이 자리를 빌어/빌려 감사 말씀을 드립니다." '빌어'와 '빌려' 중 어떤 말을 써야 할까요?
먼저 '빌어'는 으뜸꼴이 '빌다'예요. '바라는 바를 이루게 해달라고 신이나 사람, 사물 따위에 간청하다(기원하다)' '잘못을 용서해 달라고 호소하다'라는 뜻이죠. '남의 물건을 공짜로 달라고 호소하여 얻다(구걸하다, 빌어먹다)'는 뜻도 있어요.
- ▲ 그림=정서용
한편 '빌려'는 으뜸꼴이 '빌리다'예요. '남의 물건이나 돈 따위를 돌려주거나 대가를 갚기로 하고 얼마 동안 쓰다' '남의 도움을 받거나 사람이나 물건 따위를 믿고 기대다' '일정한 형식이나 이론, 또는 말이나 글 따위를 취하여 따르다' '어떤 일을 하기 위해 기회를 이용하다' 등의 뜻이 있어요. 당선인들은 "이 자리를 빌려" 감사 인사를 올려야 하는 것이지요.
"많은 이가 훌륭한 기업인의 삶을 살다 간 구본무 회장의 죽음을 애도하며 명복을 빌어 주었다."
"기자는 유명 연예인의 말을 빌려 그 사건의 전말을 보도했다."
"소설이라는 형식을 빌려 그녀는 자신의 일생을 엮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