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IT·AI·로봇] 모든 IT 기기에 쓰이는 '쌀'… 속도·용량 경쟁 치열하죠
입력 : 2018.06.26 03:00
[메모리 반도체]
전원 꺼도 저장되는 플래시 메모리… 속도 느린 하드디스크 대체해요
손톱 크기 칩에 영화 수십편 담는 SSD·SD카드 등 新기억장치로 각광
최근 중국 정부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우리나라 메모리 반도체 기업의 중국 사무실을 예고 없이 조사했다는 뉴스가 있었어요. '반도체 굴기(崛起·일으킴)'를 최우선 목표로 삼고 당장 내년부터 메모리 반도체를 자체 생산하겠다고 나선 중국이 본격적으로 한국 기업을 견제하고 나선 것이지요. 우리나라 기업은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75%를 차지하고 있거든요.
그렇다면 메모리 반도체가 무엇이기에 이런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요? 오늘은 메모리 반도체에 대해 알아볼게요.
◇도체와 부도체의 중간, 반도체
반도체(半導體·semi-conductor)는 말 그대로 전기가 잘 통하는 '도체'와 전기가 통하지 않는 '부도체'의 성질을 동시에 갖는 물체예요. 대표적으로 게르마늄이나 실리콘 등이 있지요. 낮은 온도에서는 전기가 통하지 않다가 높은 열이나 전류가 가해지면 전기가 잘 통하는 도체가 돼요.
그렇다면 메모리 반도체가 무엇이기에 이런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요? 오늘은 메모리 반도체에 대해 알아볼게요.
◇도체와 부도체의 중간, 반도체
반도체(半導體·semi-conductor)는 말 그대로 전기가 잘 통하는 '도체'와 전기가 통하지 않는 '부도체'의 성질을 동시에 갖는 물체예요. 대표적으로 게르마늄이나 실리콘 등이 있지요. 낮은 온도에서는 전기가 통하지 않다가 높은 열이나 전류가 가해지면 전기가 잘 통하는 도체가 돼요.
- ▲ 플래시 메모리 반도체를 생산하는 SK하이닉스 공장에서 작업자들이 생산 현황을 확인하는 모습이에요. /SK하이닉스
원래 컴퓨터는 하드디스크(HDD·컴퓨터 본체 내 기억장치) 같은 '기억장치'에 들어있는 데이터를 CPU 등 '중앙처리장치'로 보내는 방식으로 정보를 처리했어요. 그런데 기술이 크게 발전하면서 CPU 같은 중앙처리장치의 기능은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졌지만, 하드디스크 같은 기억장치의 처리 속도가 CPU를 제대로 따라오지 못하는 일이 벌어졌어요.
이런 차이를 줄이기 위해 전문가들은 컴퓨터에 여러 가지 추가 기억장치들을 넣었습니다. 우리가 흔히 '램(RAM·Random Access Memory)'이라고 부르는 '시스템 메모리'가 대표적이에요. 하드디스크 등 기존 기억장치에 담긴 데이터를 임시로 저장한 뒤 CPU로 전해주는 공간으로 속도가 아주 빠르지요. CPU에도 엄청나게 처리 속도가 빠른 반도체인 '캐시 메모리'가 들어가기 때문에, 하드디스크에 담긴 데이터가 시스템 메모리를 거쳐 CPU 속 캐시 메모리를 통해 처리되는 방식으로 컴퓨터 성능이 발전했답니다.
그렇다면 하드디스크는 없어도 될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일단 시스템 메모리는 데이터를 오래 갖고 있을 수 없는 '휘발성 메모리'예요. 컴퓨터 전원을 끄면 그 안에 들어있는 데이터가 다 지워지는 임시 저장 공간이지요. 그래서 결국 문서나 사진, 음악 등을 보관할 수 있게 전원을 꺼도 파일이 지워지지 않는 하드디스크가 필요한 것입니다. 그러나 하드디스크의 처리 속도를 끌어올리는 데는 기술적인 한계가 있었기 때문에 반도체 업계는 하드디스크를 대신할 기억장치로 메모리 반도체를 개발했습니다. 전원을 꺼도 데이터가 지워지지 않는 '비휘발성 메모리 반도체'이지요.
◇더 얇고 더 가벼운 제품 만들어줘
- ▲ 삼성전자 플래시 메모리. 현재 1테라비트까지 개발됐는데, 성인 남성의 엄지손톱보다 작은 칩 하나에 고화질 영화 60~70편을 저장할 수 있다고 해요.
플래시 메모리의 장점은 무엇보다 빠른 속도에 있습니다. 하드디스크는 보통 1초에 100~200MB 데이터를 읽을 수 있는데요. SSD는 초당 500MB, 많게는 2~3GB까지 읽고 쓸 수 있습니다. 여기에 반도체 덩어리의 개수를 늘리면 데이터를 읽고 쓰는 속도가 2~3배씩 빨라집니다. 반도체 기술이 좋아지면 좋아질수록 속도를 더 높일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이야기이지요.
플래시 메모리는 원하는 데이터를 찾아내는 속도도 아주 빠릅니다. 자석의 성질을 가진 하드디스크는 물리적으로 컴퓨터가 전기 모터를 돌리고 작동하는 데만 일정한 시간이 걸리는데, 플래시 메모리는 데이터의 저장 주소만 알면 곧바로 해당 정보를 불러올 수 있습니다. 수천 분의 1초를 다루는 컴퓨터이기 때문에 속도 차이가 엄청나게 벌어지지요.
하드디스크는 전기 모터와 디스크 등으로 구성돼 있어 고장의 위험도 큽니다. 바닥에 떨어뜨리면 그 안의 데이터가 망가질 수 있지요. 하지만 플래시 메모리는 데이터를 전기신호로 기록하기 때문에 반도체가 박살 나지 않는 한 안전합니다. 바닥에 떨어뜨리기 쉬운 스마트폰에 이보다 적합한 장치가 어디 있을까요? 심지어 작은 칩(chip) 형태이기 때문에 크기가 매우 작아서 더 얇고 더 가벼운 전자제품을 만들어줍니다.
요즘 제품들은 보통 10년 정도 큰 무리 없이 쓸 수 있어요. 가격도 빠르게 떨어지고 있어서 요즘 대부분 컴퓨터 업계가 하드디스크 대신 SSD를 쓰는 분위기입니다. 물론 플래시 메모리도 완벽하지는 않아요. 데이터를 전기신호로 기록할 수 있는 횟수에 제한이 있지요. 그러나 이러한 한계점은 여러 신기술을 통해 점차 극복하고 있습니다.
최근 IT 업계는 플래시 메모리의 후속 기술도 고민하고 있는데요. 속도는 더 끌어올리고 가격은 더 낮추는 것이 핵심이지요. 대표적인 것이 미국 인텔사가 내놓은 '옵테인 메모리'입니다. 플래시 메모리는 데이터를 읽을 때 한 덩어리를 통째로 꺼낸 다음 그 안에서 필요한 데이터를 찾아냅니다. 물건을 찾을 때 서랍 하나를 다 열어서 뒤지는 것과 같지요. 다만 그 속도가 하드디스크보다 훨씬 빠르기 때문에 느리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것뿐이에요.
옵테인 메모리는 데이터의 위치 하나하나에 개별 주소를 줍니다. 잘 정돈된 도시의 가로세로 길에 도로명 주소를 주는 것과 비슷합니다. 이 때문에 필요 없는 데이터가 함께 따라 나오지 않아 처리 속도가 수십억 분의 1초 단위로 빨라집니다.
메모리 반도체 기술은 컴퓨터의 성능과 구조를 획기적으로 바꿀 것입니다. 지난 수십 년간 기억장치의 느린 속도는 컴퓨터 발전의 발목을 잡는 주된 요인으로 꼽혀 왔는데, 메모리 반도체 기술이 새로운 컴퓨터 세상을 열어주고 있는 것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