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김주영의 클래식 따라잡기] 유럽·남미·아프리카 음악이 만나 정열의 탱고 탄생했죠
입력 : 2018.06.23 03:00
[남아메리카의 음악]
남아메리카, 축구만큼 음악도 매혹적
유럽인·원주민·흑인 정서 어우러져 강렬한 리듬·애절한 멜로디의 탱고
전 세계는 지금 '축구 전쟁' 중입니다. 바로 러시아월드컵이 열리고 있기 때문이죠. 대한민국을 비롯한 32국이 치열한 조별 예선전을 치르고 있는데, 전통의 강호를 말할 때 제일 먼저 떠오르는 팀은 대부분 유럽과 남아메리카에 모여 있는 것 같아요. 클래식 음악은 주로 유럽 음악을 다루지만, 남아메리카도 20세기 이후 뛰어난 작곡가와 작품을 많이 배출했답니다. 오늘은 축구만큼 예술에도 강한 남아메리카 국가들의 음악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월드컵에서 '영원한 우승 후보'는 역시 브라질이죠. 포르투갈 식민지였던 브라질의 음악은 유럽의 정서와 원주민 음악, 흑인 노예들이 즐기던 춤이 어우러져 복합적인 성격을 띠고 있어요. 브라질의 대표 작곡가를 말할 때 제일 먼저 언급할 수 있는 인물이 에이토르 빌라로부스(Villa-Lobos·1887~1959)인데요. 리우데자네이루에서 태어나 그곳에서 생을 마친 빌라로부스는 20세기 남아메리카 최고의 작곡가로 불리며 브라질 토속 음악과 유럽의 클래식을 효과적으로 접목시킨 인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월드컵에서 '영원한 우승 후보'는 역시 브라질이죠. 포르투갈 식민지였던 브라질의 음악은 유럽의 정서와 원주민 음악, 흑인 노예들이 즐기던 춤이 어우러져 복합적인 성격을 띠고 있어요. 브라질의 대표 작곡가를 말할 때 제일 먼저 언급할 수 있는 인물이 에이토르 빌라로부스(Villa-Lobos·1887~1959)인데요. 리우데자네이루에서 태어나 그곳에서 생을 마친 빌라로부스는 20세기 남아메리카 최고의 작곡가로 불리며 브라질 토속 음악과 유럽의 클래식을 효과적으로 접목시킨 인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 ▲ 영화‘여인의 향기’에서 알 파치노가 낯선 여인과 탱고를 추는 장면에는‘탱고의 황제’카를로스 가르델이 작곡한 음악이 나와요. /조선일보DB
여러 분야에 많은 작품을 남긴 빌라로부스의 대표작은 9개 모음곡으로 된 '브라질풍의 바흐'입니다. 관현악(오케스트라), 실내악(소규모 기악 합주곡), 피아노 솔로 등 여러 형태로 만들어진 이 작품은 브라질 아마존 원주민과 아프리카 흑인 음악을 독일의 클래식 거장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Bach·1685~1750)가 사용했던 대위법(작곡 기법 중 하나)과 접목시킨 흥미로운 걸작이에요. 이 중 제일 유명한 곡이 5번 1악장 '아리아'인데요. 8명의 첼로 연주자와 소프라노가 서정적이면서도 슬픈 선율을 들려주죠. 그 분위기가 무척 아름다워서 팝이나 재즈로 여러 번 편곡되었고, 우리나라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1998년)를 비롯한 여러 작품에 영화 음악으로 쓰이기도 했어요. 작곡가 이름은 몰라도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유명한 곡이죠.
- ▲ ‘천재 탱고 가수’로 불린 카를로스 가르델. /위키피디아
흔히 남아메리카 음악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탱고(Tango)'입니다. 이별을 앞둔 듯한 비장한 표정의 두 남녀가 서로 얼굴을 마주하지 않고 추는 두 박자 춤곡이지요. 탱고는 춤 자체도 멋지지만, 뜨거운 정열이 녹아있는 강렬한 리듬과 애절한 멜로디의 음악도 아주 매력적입니다. 쿠바에서 유행하던 두 박자의 춤 '하바네라'와 아르헨티나·우루과이의 민속 음악 '밀롱가', 아프리카 타악기 음악 '칸돔베'가 결합해 만들어졌어요. 유럽과 남아메리카, 아프리카의 춤과 음악이 어우러진 훌륭한 예라고 할 수 있지요.
흔히 '탱고의 나라'로 아르헨티나를 꼽습니다만, 가장 인기 있는 탱고 작품의 고향이 우루과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나요? 이 유명한 탱고의 제목은 '라 쿰파르시타(La Cumparsita·가장 행렬)'입니다. 이 곡은 우루과이의 건축학도이던 마토스 로드리게스가 한 모임에서 피아노를 치다 즉흥적으로 만들었다고 하는데요. 그는 이 곡을 피아니스트 겸 음악 감독인 로베르트 피르포에게 들려주었고, 피르포는 그 자리에서 편곡해 바로 다음 날 대중 앞에서 연주했어요. 누구에게나 친숙한 멜로디와 슬픈 정열을 가득 담고 있는 '라 쿰파르시타'는 발표 즉시 큰 인기를 끌었고, 지금까지 수백 가지 이상의 편곡 음악으로 탄생해 탱고 음악의 대명사가 되었습니다.
'라 쿰파르시타'가 발표된 20세기 초까지 탱고는 부에노스아이레스를 중심으로 한 '아르헨티나 탱고'와 몬테비데오를 중심으로 한 '우루과이 탱고'가 서로 주도권을 주장하며 라이벌 관계에 있었습니다. 그러나 승리는 아르헨티나가 차지했죠. 천재적인 탱고 가수로 이름을 날리며 '탱고의 황제'로 불린 카를로스 가르델(Gardel·1887~1935) 덕분이었어요.
가르델은 아버지가 우루과이 출신이었지만 네 살 때 아르헨티나로 건너와 그곳에서 가수로 데뷔했어요. 아름다운 목소리로 탱고를 노래하는 가르델의 인기는 훗날 미국에까지 퍼졌지요.
그는 수백 곡의 작품을 쓴 탱고 작곡가이기도 했는데요. 그중 가장 유명한 곡이 미국 영화 '여인의 향기'(1992년)에 나왔던 '포르 우나 카베사(간발의 차이)'라는 노래입니다. 주인공 배우 알 파치노가 정열적으로 탱고를 추는 명장면으로 기억되는 곡이죠.
빌라로부스의 작품을 널리 알린 사람이 브라질 음악가가 아닌 루빈스타인이었던 것처럼, 아르헨티나 탱고가 유명해진 것도 유대인 피아니스트 겸 지휘자인 다니엘 바렌보임(Barenboim·76)의 공이 컸어요. 바렌보임은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 탱고 음악에 대한 애정이 각별했는데요. '누에보 탱고(새로운 탱고)'의 창시자 아스토르 피아졸라의 작품을 비롯해 우루과이·아르헨티나의 전통 탱고 작품을 다양한 무대에서 피아노와 오케스트라 연주로 알리고 있지요. 바렌보임의 훌륭한 해석은 탱고가 단순히 춤곡이 아니라 감상하며 즐기기에도 무척 좋은 음악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해줘요.
저마다 다른 색깔과 분위기를 가진 브라질·아르헨티나·우루과이 음악은 더 많은 애호가가 생길 만한 매력적인 요소가 많아요. 월드컵에서 펼쳐지는 축구 명승부만큼이나 남아메리카 음악들이 펼치는 선의의 경쟁도 매우 흥미로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