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이 주의 책] 청소·축구·요리도 못하는데… 알파고가 똑똑하다고요?

입력 : 2018.06.22 03:04

'이대열 선생님이 들려주는 뇌과학과 인공지능'

이세돌과 커제 9단을 이기고 '바둑의 신' 경지에 오른 인공지능 알파고(AlphaGo)를 보면 어떤 생각이 드나요?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알파고의 최신 버전인 '알파고 제로(Zero)'는 강아지가 훈련하듯 바둑 기보(棋譜)를 학습했어요. 강아지에게 명령만 하면 별 효과가 없어요. 잘하면 간식을 주고, 못하면 외면하고, 그러면 강아지가 알아서 스스로 배워요.

'이대열 선생님이 들려주는 뇌과학과 인공지능'(우리학교)은 세상에 단 하나뿐인 여러분의 뇌가 어떤 능력을 가졌는지, 인공지능이 뇌의 어떤 비밀을 훔쳤는지 명쾌하게 알려주는 책이랍니다. 미국 예일대 신경과학과 석좌교수인 저자는 오랫동안 인간과 동물의 뇌를 탐구해 왔어요.

사람의 주름진 뇌를 여러 방면에서 바라본 모습이에요.
사람의 주름진 뇌를 여러 방면에서 바라본 모습이에요. /우리학교
질문! 개와 고양이 중 누가 더 똑똑할까요? '똑똑함'을 다른 말로 '지능'이라고 해요. 뇌가 없는 생물도 지능이 있을까요? 세포가 하나인 대장균은 후진을 못해요. 앞으로만 죽죽 나아가다 주변에 자기가 좋아하는 설탕 같은 영양분이 있으면 그대로 계속 직진해요. 영양분이 없으면 팔딱팔딱 뒹굴어서 딴 방향으로 가지요. 원하는 환경을 찾을 수 있는 가장 단순한 해결 방법이에요. 단세포 생물이 이런 알고리즘(생명체나 컴퓨터가 주어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용하는 방법과 절차)을 갖고 있다는 건, 세포 하나만 있으면 최소한의 지능을 가졌다고 볼 수 있는 거예요.

대장균에게 지능이 있다고 해도 그보다 훨씬 큰 뇌와 신경계를 가진 문어나 원숭이만큼 똑똑할까요? 지능을 판단하는 유일한 기준이 어려운 문제를 거뜬히 푸는 능력이라면 알파고는 엄청난 지능을 가졌다고 볼 수 있어요. 바둑은 굉장히 어려운 게임이니까요. 그런데 사실 알파고는 할 줄 아는 게 바둑밖에 없어요. 이세돌 9단만 이길 줄 알지 축구도 못하고, 청소도 못하고, 저녁 식사 메뉴도 정하지 못해요.

사람이 살아가면서 접하는 문제는 그때그때 변해요. 답이 정해진 것도 아니지요. 뛰어난 지능은 다양한 상황에서 가장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행동을 선택하는 능력이랍니다. 지능과 아이큐(IQ·지능지수)는 달라요. 지능지수는 기억력이나 계산력, 추리력 등 몇 가지 능력만 측정하려고 만든 시험이라서 그저 점수에 불과해요. 그러니 지능지수가 좀 낮아도 실망하지 마세요. 알고 보면 인간의 뇌는 스마트폰 3만 대와 맞먹는다는 사실! 우리 뇌가 얼마나 큰 가능성을 갖고 있는지, 그 가능성을 어떻게 개발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건 바로 여러분에게 달려 있어요.



김경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