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미있는 과학] '차세대 허블 망원경', 빅뱅 후 초기 우주 비밀 풀어줄까요

입력 : 2018.06.21 03:00

[우주망원경]
최초 우주망원경 허블, 곧 수명 다해

내후년에 발사 예정인 차세대 우주망원경 '제임스웹 우주망원경(James Webb Space Telescope·JWST)'이 얼마 전 최종 조립에 들어갔다는 뉴스가 전해졌어요. 제임스웹 망원경은 1990년 발사 이후 28년간 우주 연구에 막중한 역할을 해온 허블(Hubble) 우주망원경의 후임이랍니다.

허블 우주망원경은 미국항공우주국(NASA)과 유럽우주국(ESA)이 공동으로 개발한 최초의 우주망원경으로, 외부 은하계의 존재를 발견한 미국의 천문학자 에드윈 허블(Hubble·1889~1953)의 이름을 따서 지었어요. 우리가 과학책이나 신문에서 보는 천체 사진은 대부분 허블 망원경이 찍은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오늘은 우주망원경에 대해 알아보도록 해요.

◇'우주 팽창설' 보여준 허블 망원경

"망원경을 우주로 보내면 더 멀리, 더 선명하게 볼 수 있습니다."

1946년 예일대 교수로 있던 미국의 천문학자 라이먼 스피처(Spizer·1914~1997)가 '거대한 망원경을 우주에 띄우자'는 획기적 제안을 했어요. 그 전까지는 땅 위에 거대한 망원경을 설치한 뒤 천체를 관측해왔는데, 지구의 공기나 먼지 등 여러 입자 때문에 뚜렷한 천체 관찰이 어려웠어요. 그에 비해 우주에서 우주를 관측하면 지상에서보다 훨씬 선명한 관측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거라 본 거지요. 1965년 NASA는 스피처 교수의 제안을 받아들여 본격적 우주망원경 개발에 나섰습니다.

[재미있는 과학] '차세대 허블 망원경', 빅뱅 후 초기 우주 비밀 풀어줄까요
/그래픽=안병현
1990년 4월, 수많은 난관을 딛고 허블 망원경이 우주왕복선 디스커버리호에 실려 발사됐어요. 주(主) 거울인 반사경 지름이 2.4m로 지상 망원경과 비교하면 작지만, 지구 상공 610㎞에서 우주를 관측하고 있기 때문에 지상 망원경과 비교해 해상도(이미지의 정밀함)는 최대 30배, 감도(感度·빛에 대한 민감도)는 최고 100배나 높답니다.

우주망원경의 성능은 빛을 모으는 능력에 달려 있어요. 이는 우주망원경에 설치된 오목거울인 반사경 크기에 좌우되는데요. 예를 들어 지름이 7m인 반사경을 이용하면 맨눈으로 볼 때보다 산술적으로 물체를 100만배 확대해서 볼 수 있어요. 아주 멀리 있는 작은 천체도 잘 볼 수 있다는 얘기죠. 반사경이 우주의 빛을 모아 보조 거울로 반사하면 여기서 나온 빛이 맞은편 카메라로 나아가 지구에서 이미지로 변환된답니다.

보통 우주망원경은 지상 망원경보다 제작 비용이 수십 배 더 들고 수리하기 어렵기 때문에 수명이 상대적으로 짧아요. 그러나 관찰할 수 있는 빛의 범위가 매우 넓어서 가시광선뿐 아니라 지상에선 관측이 불가능한 우주 감마선, X선, 자외선, 적외선을 모두 관측할 수 있지요.

허블 망원경의 가장 큰 성과는 우주가 계속 커지고 있다는 허블의 '우주 팽창설'을 입증했다는 거예요. 허블 망원경은 거대한 별이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 엄청난 빛을 뿜어내는 초신성(超新星) 현상을 관측했는데요. 우리 은하에서 멀리 떨어진 초신성일수록 더 빨리 멀어진다는 사실을 확인했어요. 이는 곧 우주가 팽창하고 있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것이었죠. 과학자들은 초신성이 멀어지는 속도를 거꾸로 환산해 우주가 처음 팽창을 시작한 시점(빅뱅·big bang)이 약 138억년 전이라고 추정하고 있습니다.

◇135억 광년을 내다볼 제임스웹 망원경

NASA가 허블 망원경의 후임자로 준비 중인 제임스웹 망원경은 미국의 달 착륙·귀환 프로젝트인 '아폴로 계획'을 이끌었던 NASA 국장 이름을 따서 지은 거예요. 원래 제임스웹 망원경은 올해 10월 발사 예정이었지만 더 정밀한 제작을 위해 2020년 5월로 발사를 연기했어요.

사실 허블 망원경이 찍은 첫 번째 관측 사진이 지구에 도착했을 때 많은 사람이 경악했는데요. 기대했던 고화질의 선명한 우주 사진이 아니라 지상 망원경으로 찍은 듯한 흐린 사진이 전송됐기 때문이에요. NASA는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나섰고, 반사경에 빛이 모이는 자리가 설계보다 약 1.3㎜ 정도 아래쪽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그러나 허블 망원경을 도로 지구에 가져올 수도 없고, 그렇다고 우주망원경을 이대로 포기할 수도 없었지요. 결국 NASA는 우주인을 보내 11일간 우주 유영을 하며 망원경의 초점을 보정해 주는 장치를 설치했답니다.

제임스웹 망원경은 허블보다 훨씬 먼 150만㎞ 상공에 설치돼요. 지구와 달 사이 거리보다 4배나 더 먼 '라그랑주 L2' 지역에 보내는 거지요. 이곳은 태양이 지구를 끌어당기는 중력과 지구가 궤도를 유지하려는 원심력이 평형을 이루는 지역이에요. 따라서 제임스웹 망원경은 엔진이나 별도 추진 장치 없이 지속적인 공전이 가능해요. 반면 고장이 나면 사실상 수리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한 치 오차도 허용할 수 없어요.

라그랑주 L2는 기온이 섭씨 영하 230도인 추운 지역이에요. 사실 추울수록 적외선 관찰에는 더 유리한데요. 캄캄하고 추운 곳에서 따뜻한 물체가 적외선 같은 열을 발산하기 때문이지요. 제임스웹 망원경은 지름 1.3m짜리 육각형 반사경 18개를 동그랗게 연결해 사용하는데, 전체 반사경 지름만 허블 망원경의 3배인 6.5m에 달하기 때문에 더 많은 빛을 모을 수 있어요. 또 돛처럼 생긴 차단막이 뜨거운 태양빛을 가려줘 최상의 관측 조건을 만들어준다고 해요.

우주에 도착하면 제임스웹 망원경은 무려 135억 광년(1광년은 빛이 1년간 나아가는 거리로 9조4600억㎞)까지 내다볼 수 있어 허블 망원경이 볼 수 있는 범위(약 10억 광년)보다 훨씬 관측 폭이 넓답니다. 이제 과학자들은 지금껏 볼 수 없었던 초기 우주의 비밀과 외계 생명체의 존재 여부까지 밝혀낼 수 있을 거예요.



서금영 과학 칼럼니스트 기획·구성=박세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