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아하! 이 음식] 대보름에 김 싸먹은 복쌈서 유래… 日 김초밥 영향도

입력 : 2018.06.20 03:02

김밥

나들이 계절을 맞아 도시락 메뉴를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뭐니뭐니해도 도시락의 대표 주자는 김밥인데요. 김밥이 어디에서 유래한 것인지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우리나라 김밥은 일본의 김초밥(후토마키) 중 굵게 김과 밥을 말아내는 '노리마키'에서 유래했다는 이야기가 있어요. 노리마키도 김밥처럼 김 위에 밥을 깔고 참치나 연어, 오이, 달걀 등을 넣은 뒤 김발로 밥을 돌돌 말아 동그랗게 썰어 먹는답니다. 19세기 후반 도쿄의 한 도박장에서 사람들이 게임을 즐기다 먹기 편한 음식을 인근 초밥집에 주문하면서 탄생했다고 해요.

우리나라 김밥(사진 왼쪽)과 주먹 크기로 밥을 뭉쳐 김으로 감싼 오니기리(오른쪽).
우리나라 김밥(사진 왼쪽)과 주먹 크기로 밥을 뭉쳐 김으로 감싼 오니기리(오른쪽). /김종연 영상미디어 기자·이경호 기자

반면 김밥이 복(福)을 싸서 먹는다는 의미의 우리나라 고유 음식 '복쌈(밥과 취나물을 배춧잎이나 김으로 싼 음식)'에서 유래했다는 주장도 있어요. 우리 조상이 정월 대보름에 복쌈을 만들어 먹는 풍습이 있었기 때문이지요. 조선 말기 조리서인 '시의전서'에도 밥에 싸먹는 김에 대한 조리법이 나와요. '채취한 김을 손으로 문질러 잡티를 제거하고 소반 위에 펴놓고 꿩 깃털로 기름을 바르고 소금을 뿌려 재운 후 구워 네모 반듯하게 잘라 담고 꼬지에 꽂는다.' 우리나라 김쌈과 일본의 김초밥이 영향을 주고받으며 오늘날 우리가 먹는 김밥으로 발전한 것으로 보여요.

일본의 김초밥은 김에 오이·단무지·달걀 등을 넣어 만든 노리마키, 밥을 바깥으로 만 우라마키, 날 생선이나 절임 생선을 넣어 만든 데카마키, 김에 쌀과 각종 재료를 넣고 부채꼴로 만든 데마키, 주먹 크기로 밥을 뭉쳐서 김으로 싼 오니기리(주먹밥과 유사) 등이 있어요. 현재 일본을 상징하는 세계적인 음식은 밥 위에 날 생선을 얹은 니기리즈시가 대표적이에요.

김은 조선시대 김여익(1606~1660) 선생이 전남 광양 지역에서 처음 양식(수산물 등을 인공적으로 길러 키우는 것)을 시작했어요. 김을 즐겨 먹는 나라는 우리나라, 중국, 일본 정도이고 이 중 마른 김을 만들어 먹는 나라는 일본과 우리나라뿐이에요. 최근엔 조미김이 미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데, 각종 무기질과 비타민 A·B·C, 식이섬유가 많고 살이 찌지 않는 웰빙 식품으로 주목받고 있답니다.

해외에서 인기 있는 김초밥은 날 생선을 기피하는 미국인들을 위해 일본 요리사가 개발한 '캘리포니아롤'이 있어요. 밥 위에 아보카도, 크림치즈 등을 올리고 서구인들에게 낯선 김을 안으로 말아서 만든 김밥이에요.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하와이 방문 때 먹어서 유명해진 '무스비'도 있는데 밥 사이에 스팸 등 속재료를 층층이 쌓아 전체를 김으로 감싼 주먹밥이랍니다.


박현진·고려대 식품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