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IT·AI·로봇] 인공장기·집·車까지… 50만 가지 색깔로 물건 찍어내요
[3D 프린터] 美 MIT 선정 10대 유망 기술 중 하나
플라스틱·금속입자 뿌려 물건 제조, 무기 복제해 범죄 악용 우려도
- ▲ 3D 프린터가 부엉이 인형을 만드는 모습. /김연정 객원기자
최근 미국 매사추세츠 공과대(MIT)가 발간하는 과학기술 전문지인 '테크놀로지 리뷰'가 올해 인간의 삶에 큰 변화를 가져올 10대 유망 기술의 하나로 3D(3차원) 금속 프린터를 꼽아 화제였어요. 3D 금속 프린터는 3D 프린터의 하나로 잉크 대신 금속 입자를 뿌려 입체적인 물건을 찍어내는 장치인데요. 글로벌 기업인 GE(제너럴일렉트릭)도 올해부터 3D 금속 프린터를 시험 판매할 계획이라고 밝혔답니다.
많은 전문가가 3D 프린터가 대중화되면 인류의 삶이 크게 바뀔 거라고 전망해요. 최근엔 3D를 넘어 4D(4차원) 프린터 기술까지 거론되고 있지요. 오늘은 3D 프린터에 대해 알아볼게요.
◇입자를 실처럼 뽑아내는 3D 프린터
사물을 우리가 실제 보는 것과 똑같은 형태로 조각해주는 기술을 '3D 프린팅'이라고 부릅니다. 기존 프린터가 잉크를 뿜어내 사진·그림을 찍어낸다면, 3D 프린터는 플라스틱·금속 입자 등을 뿌리고 자외선이나 레이저 등을 쏘아 열을 가하면서 입자들이 들러붙게 해 물건을 만드는 장비이지요.
3D 프린터는 조각을 하듯 레이저로 재료를 깎아내는 방식, 작은 입자를 스프레이처럼 뿌려서 만드는 방식, 플라스틱을 가느다랗게 실처럼 뽑아내서 형체를 쌓아 올리는 방식 등으로 나뉩니다. 일반적으로 셋째 방식을 많이 이용하는데, 얇은 선을 여러 개 긋고 연결해서 면을 만드는 원리와 비슷해요. 3D 프린터는 1984년 모형이나 시제품을 만드는 용도로 미국의 '3D 시스템스'라는 회사에서 처음 개발했는데, 당시에는 장비나 재료 가격이 너무 비싸서 대중화하지 못했어요. 그러나 이 회사 특허가 만료되고 장비 가격이 크게 내려가면서 많은 사람이 이용하고 있습니다.
초기 3D 프린터의 결과물은 생각처럼 훌륭하지 않았습니다. 일단 플라스틱 등 입자를 얇게 뽑아내는 것이 쉽지 않아서 기대했던 것만큼 정밀한 표현이 어려웠어요. 그래서 얇게 입자를 뽑아내는 기술을 개발했는데, 그랬더니 면 하나를 쌓아 올리는 데 엄청나게 긴 시간이 걸렸답니다. 한 줄을 뽑아내고 그게 굳으면 다시 한 줄을 쌓아올리는 식으로 만들었기 때문이지요. 주먹만 한 물건을 하나 찍어내는 데 며칠씩 걸렸다고 해요. 하지만 이제는 소재를 아주 얇고 빠르게 뽑아내는 사출(射出) 기술이 좋아지면서 정밀도와 속도가 부쩍 향상됐답니다.
과거 3D 프린터는 한 가지 색깔로 뽑아내고(주로 흰색) 그 위에 색을 덧칠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최근엔 소재를 적절히 섞어서 여러 가지 색을 표현하는 3D 프린터가 등장하고 있습니다. 미국 유명 3D 프린터 기업인 스트라타시스는 최근 50만 가지 색깔을 표현하는 프린터 제품을 내놓기도 했어요.
◇변신하는 물체, 4D 프린터로 가능해
3D 프린터는 창업을 준비하는 스타트업(초기 벤처)의 필수 장비로 꼽혔어요. '프로토타입(prototype)'이라고 부르는 시제품을 저렴하고 빠르게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었지요. 자금이 부족한 스타트업이 공장에서 시제품을 찍어내는 것은 경제적으로 크게 부담스러운 일이었습니다. 중간에 설계를 변경하기도 어려웠지요. 하지만 3D 프린터를 이용하면서 싸고 빠르게 원하는 형상을 만들어낼 수 있게 됐습니다.
- ▲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3D 프린터 로봇이 달에 착륙해 플라스틱 입자를 층층이 쌓은 뒤 달 기지를 건설하는 모습을 표현한 상상도예요. 3D 프린터를 이용하면 우주 기지도 싸고 효율적으로 만들 수 있답니다. /NASA
전문가들은 3D 프린터가 근대 산업혁명으로 촉발된 대량생산 체계의 근간을 흔들 수도 있다고 보고 있어요. 3D 프린터의 성능이 좋아지면서 이제는 시제품을 넘어 완제품을 만들어내는 수준까지 올라섰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되면 장난감이나 목걸이 같은 간단한 소품은 소비자가 직접 만들어 사용할 수 있습니다. 과거에는 공룡 인형을 사려면 꼭 장난감 매장에 가야 했지만 앞으로는 인터넷으로 원하는 공룡 인형 설계도를 다운로드하고, 책상 위에 놓인 3D 프린터로 인형을 원하는 만큼 뽑아낼 수 있어요. 기업 중심의 생산과 유통 과정에 큰 변화가 생기는 거지요.
의료와 결합하면 더 놀라운 일이 벌어집니다. 관절이나 작은 뼈처럼 딱딱한 인공장기를 만들 때에도 3D 프린터를 이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내 몸에 꼭 맞는 정확한 장기를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에 안전하고, 제작 시간과 비용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습니다. 실제 미국 미시간대 연구진은 3D 프린터로 기도(氣道) 고정 장치를 만들어 선천적으로 기도가 약한 생후 2개월 아기에게 이식하는 데 성공하기도 했어요. 요즘에는 배 속 태아 사진을 초음파로 찍어서 3D 프린터로 '태아 인형'을 만들어주는 서비스가 주목받고 있다고 해요.
다음 단계로 '4D 프린터'라는 신기술도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3차원 입체에 '시간'이라는 또 하나의 차원을 더한 것으로, 2013년 미국 MIT 자가조립연구소 스카일러 티비츠 교수가 '4D 프린팅의 출현'이라는 강연에서 처음으로 이 개념을 제안했지요. 아직 상용화하진 않았지만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신기술이에요.
4D 프린터는 미리 정해둔 상황에 따라 스스로 형체를 바꾸는 것이 핵심입니다. 온도나 습도, 시간, 압력 등 특정 조건이 되면 스스로 형태가 바뀌는 것인데, 이를 위해 형상기억합금(일정 온도가 되면 원래 형태로 돌아가는 특수 금속)을 쓰기도 하고 소재 안에 작은 전기회로를 넣어서 형태를 바꾸기도 하지요. 엔지니어가 어떤 조건에서 어떤 모양으로 바꿀지 미리 프로그래밍하기 때문에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기술적으로 잘 결합돼야 해요. 환경 변화에 따라 적응이 필요한 자동차나 도로 시설, 인공장기 등에 널리 사용될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3D(또는 4D) 프린터가 마냥 장밋빛 미래만 그리는 것은 아닙니다. 무엇보다 불법 복제가 가장 큰 골칫거리입니다. 물건을 복사해 똑같이 만들어내는 게 쉬워지다 보니 남이 애써 연구한 지식재산권을 너무 쉽게 침해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 권총 같은 무기를 3D 프린터로 인쇄해 범죄에 이용하는 세력이 나올 수도 있어요. 3D 프린팅 기술이 발전하는 만큼 그로 인해 발생하는 여러 문제에 대해서도 많은 사람이 지혜로운 해결책을 고민하고 모색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