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경제 이야기] 믿고 싶은 정보만 받아들이는 태도… 판단 오류에 빠질 수 있어요
확증 편향
최근 통계청이 '5월 고용동향'을 발표했어요. 5월 실업률이 4.1%로 2000년 이후(5월 기준) 18년 만에 최악을 기록하고, 15~29세 청년층 실업률이 10.5%로 5월 기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이에 정부가 "상용직 근로자는 32만명이나 늘었기 때문에 고용의 질이 좋아진 것"이라고 주장했답니다. 반면 다른 전문가들은 "최저임금 인상의 여파로 저임금 근로자들 일자리가 줄어들고 있는 것"이라고 반박했지요.
사람들은 어떤 통계 수치나 실험 결과를 두고서도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어하는 것만 들으려 합니다. 통계청의 일자리 통계를 둘러싸고 정부가 '상용직 근로자 수'를 강조한 반면, 그에 반대하는 쪽에선 '실업률과 취업자 수'에 초점을 맞춘 것만 봐도 알 수 있지요. 이처럼 자기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증거에 더 무게를 두고 이것만 믿으려 드는 태도를 '확증 편향(confirmation bias)'이라고 합니다. 최저임금 인상을 둘러싼 찬반 논란이 대표적인 예이지요.
- ▲ 서울의 한 채용 박람회장에 모인 구직자들의 모습. /박상훈 기자
얼마 전 문재인 대통령은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적 효과가 90%"라고 말해 논란이 일었는데요. 최근 하위 20% 가구의 소득이 사상 최대로 줄었다는 통계 수치가 나오자 이를 정면으로 반박한 거예요. 그런데 그 근거로 제시한 통계가 전체 근로소득자의 25%가 넘는 자영업자를 제외한 수치로 드러나 "통계를 꿰맞춘 것 아니냐"라는 비판이 나왔습니다.
이 같은 확증 편향 현상이 일어나는 이유는 자신의 행동이나 주장이 한결같은 일관성을 갖길 원하는 심리 때문입니다. 어떤 사람이 두 가지 모순되는 정보를 동시에 갖게 될 때 그 사람은 '인지적 불균형' 상태에 빠지는데요. 이러한 불균형은 심리적 긴장감을 유발하기 때문에 이를 해소하기 위해 '내가 듣고 싶은 정보만 듣는' 확증 편향을 취하게 되지요. 즉, 자기 생각과 일치하는 정보는 받아들이고 그렇지 않은 정보는 가치가 없거나 사실이 아니라고 무시하는 현상이 생기는 것입니다.
확증 편향은 경제적 선택에서 큰 손해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주식 투자를 예로 들어 볼까요? 주가 하락이 예상될 때는 그 주식을 매입한 가격보다 낮은 가격으로 팔아서라도 더 큰 손해를 미리 방지할 필요가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투자자가 '증시가 좋아질 것'이라는 일부 정보만을 취해서 가격이 다시 오르기만 마냥 기다리다가 더 큰 손해를 입지요. 최근엔 소셜미디어가 발달하면서 확인되지 않은 정보나 괴담이 무차별 확산하고 자기가 믿고 싶은 것만 믿는 맹신 현상이 더욱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확증 편향의 진짜 문제는 자기 신념과 일치하지 않으면 아무리 정확하고 올바른 정보라도 거부하고 배제하게 한다는 것입니다. 특히 한 국가의 지도자나 기업 경영진이 확증 편향에 빠질 경우 그 나라나 기업을 큰 위기에 빠뜨릴 수도 있습니다. '나도 틀릴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끊임없이 합리적인 선택을 해 나가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