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동물 이야기] 핵가족 꾸리는 유인원… 인류 진화의 비밀 알려줘요
입력 : 2018.06.15 03:02
긴팔원숭이
- ▲ /위키피디아
학계에선 사람과 가까운 영장류 중 하나로 긴팔원숭이를 꼽아요. 영장류는 포유류의 한 종류인데, 그 하위 분류로 침팬지·고릴라·긴팔원숭이·오랑우탄이 사람과 비슷한 '유인원'에 해당해요. 영장류인 원숭이는 꼬리가 있지만 유인원인 침팬지·고릴라·긴팔원숭이·오랑우탄은 사람처럼 꼬리가 없어요. 특히 긴팔원숭이는 긴 손가락 마디마디가 자유롭게 구부러지고 나뭇가지나 먹이, 물건을 척척 잘도 집어요.
긴팔원숭이 가운데 한 종류인 자바긴팔원숭이는 인도네시아 자바섬에 살아요. 약간 푸르스름하고 복슬복슬한 은색 털이 몸을 감싸고 있어 은색긴팔원숭이라고도 불리죠. 아파트 20층 높이에 달하는 열대밀림 꼭대기를 손으로 휙휙 잡고 빠르게 이동하는데, 100m를 6초대로 주파해 '열대밀림의 번개'로 불려요. 똑바로 서면 팔이 땅에 닿을 정도로 길고, 다리가 짧지만 땅 위에선 곧게 서서 걸어요. 크게 소리치면 1.5㎞ 바깥에서도 들릴 만큼 목소리가 크다고 해요.
긴팔원숭이는 암수가 자기 짝에만 충실한 동물이에요. 보통 다섯 살쯤 번식을 시작해 7개월 정도 임신하고 새끼를 낳는데, 야생에서 수명은 30~35년이고 동물원에선 40~50년까지 살아요. 어른 암컷과 어른 수컷이 새끼들과 단출한 핵가족을 꾸리지요. 반면 같은 유인원인 고릴라는 대장 수컷 한 마리가 여러 암컷과 자식들을 거느리고 살아요. 가족 내 서열이 확실하고 대장 수컷이 모든 결정을 내리며 무리의 생활을 책임지지요. 침팬지는 고릴라 정도 규모로 무리 지어 생활하고, 오랑우탄은 어른 암컷들이 모여 자식들과 함께 사는 형태를 보여줘요.
긴팔원숭이를 포함한 유인원은 도구를 쓰고 놀이를 하거나 머리를 쓰며 사회생활을 해요. 그래서 유인원 연구는 인류 진화의 비밀을 밝히는 데 결정적인 실마리를 제공해주었어요. 하지만 사람과 비슷한 행태를 보인다는 이유로 상당수가 묘기단이나 동물원에 팔려나갔고 그 과정에서 야생 개체 수가 많이 줄었어요. 열대밀림을 파괴하고 그 자리에 상업용 야자 농장을 대대적으로 만들어온 것도 야생 유인원이 멸종 위기를 맞은 이유 중 하나이지요. 이번 자바긴팔원숭이 연구 중단 위기가 우리의 학문적 성과를 잃는 비극으로 이어지지 않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