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경제 이야기] 저임금 근로자 보호 위해 만든 최저임금… 오히려 일자리 위협할 수 있죠

입력 : 2018.06.12 03:00

최저임금의 역설

최근 우리나라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최저임금 인상에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혀 논란이 됐어요. 당초 문재인 정부가 오는 2020년까지 최저임금을 1만원(현재 7530원)으로 올리겠다고 약속했는데, 실제 이렇게 할 경우 향후 3년간 최대 32만4000명이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 것이지요.

최저임금이란 낮은 임금을 받고 일하는 근로자들에게 최소한의 생계를 보장해주기 위한 목적으로 임금 하한선을 정한 제도예요. '이보다 낮은 임금을 주면 처벌하겠다'는 일종의 강제 조항인 셈이지요. 1894년 영국 식민지였던 뉴질랜드에서 처음 도입한 후 현재 150개가 넘는 국가에서 이 제도를 운영하고 있어요. 우리나라는 1986년 처음 최저임금 제도를 도입했는데 매년 8월 노동자·사용자·정부 인사가 참여하는 최저임금위원회가 이듬해 최저임금을 고시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올해 최저임금 인상률이 전년 대비 사상 최고치(16.4%)였기 때문에 곳곳에서 찬성과 반대 의견이 나오고 있는 것이지요.

최저임금 인상으로 가게 운영이 어려워지자 운영권을 넘기려는 문구를 붙인 한 편의점 모습.
최저임금 인상으로 가게 운영이 어려워지자 운영권을 넘기려는 문구를 붙인 한 편의점 모습. /주완중 기자
최저임금을 둘러싼 논란의 핵심은 저임금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해 만든 최저임금 제도가 오히려 근로자의 일자리를 위협하는 '역설'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최저임금을 매년 올리는 이유는 근로자들의 소득을 물가 상승률 이상으로 올려서 생활을 안정시키고 더 나아가 소비를 활성화하는 데 있습니다. 하지만 갑자기 과도하게 임금을 인상하면 부작용이 생길 수 있는데, 가장 대표적인 문제가 일자리가 줄어드는 것이에요. 일반적으로 최저임금을 주면서 근로자를 고용하는 업주들은 회사 규모가 영세하거나 매출이 적은 경우가 많고, 이런 업체에서 적은 임금을 받으면서 일하는 근로자들도 청년층이나 고령층이 많아요. 그런데 최저임금이 너무 많이 올라가면 업주들이 비용 부담을 느끼고 근로자를 해고하거나 근무시간을 줄이는 방식으로 대처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저임금 근로자들이 오히려 일할 기회를 잃게 되는 것입니다.

올 초 국제통화기금(IMF)도 우리나라의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이 일자리 상황을 나쁘게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는데요. 1970년대 프랑스가 최저임금을 큰 폭으로 올리면서 많은 저임금 근로자가 노동시장에서 퇴출당하는 결과를 가져왔다는 것이지요.

실제 우리나라의 고용 상황도 좋지 않습니다. 실업률이 17년 만에 최고인 4.5%를 기록했고, 일자리를 잃고 실업 급여를 받는 근로자가 사상 최대인 62만명을 넘었기 때문이지요. 반면 정부는 이러한 통계가 '최저임금 인상 때문인 것으로 보기 힘들다'는 입장입니다.

전문가들은 여러 선진국도 겪은 '최저임금의 역설'을 벗어날 묘책은 따로 없다고 지적합니다. 현재 경제 상황과 현장 목소리를 감안해 인상 속도와 폭을 조절하는 것만이 해법이라는 얘기입니다.


박원배 이코노아이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