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이 주의 책] 나무늘보는 똥 싸는 것도 느릿느릿? 구수한 똥 이야기

입력 : 2018.06.01 03:04

'끝내주는 똥 이야기'

우물우물, 냠냠 쩝쩝, 뿌직!

오늘은 좀 구수한 이야기를 해볼까 해요. 남몰래 슬쩍 코를 막아야 할지 몰라요. 사람이나 동물이 밥을 먹고 몸에 필요한 영양분을 흡수하고 나면 마지막에 남는 것. '끝내주는 똥 이야기'(노란돼지)의 주인공이 바로 똥이니까요. 사람의 똥은 변기로 그냥 흘려보내지만, 동물의 똥은 쓸모 있게 사용할 때가 많잖아요. 이 책은 동물들의 달고 쓰고 촉촉한 똥 이야기로 꽉 차 있어요.

이름부터 똥범벅인 쇠똥구리는 애벌레 시절부터 바닥도 똥, 벽도 똥, 천장도 똥인 집에서 살아요. 다른 동물이 싼 똥을 어른 쇠똥구리가 둥글둥글 굴려 만든 커다란 아기방이지요. 어린 쇠똥구리들은 좀 오래된 똥 무더기도 곧잘 먹어요. 하지만 삼시 세끼 온종일 똥만 먹고 사는 쇠똥구리는 어른이 되면 입맛이 까다로워져서 갓 만들어진 신선한 똥만 먹어요.

/노란돼지
/노란돼지
개미도 똥을 잘 먹어요. 물론 아무 똥이나 먹지는 않아요. 초록빛 진딧물을 잡아다 곁에 두고 편안한 자세로 진딧물을 쪽쪽 빨아 먹어요. 투명하고 끈적끈적한 진딧물 똥은 당분으로 이뤄져 있어 단물이라고도 불릴 만큼 아주 달콤하거든요.

모든 걸 느리게 해치우는 나무늘보는 똥도 느릿느릿 싸요. 나무늘보가 먹은 음식이 똥이 되기까지 한 달이 걸리기도 해요. 반면 재빠른 토끼는 밥을 먹고 나면 바로 똥을 누고, 그 똥을 먹은 다음에 또 한 번 똥을 눠요. 토끼는 처음 싼 똥을 왜 다시 먹을까요? 부드러운 녹갈색 똥에 영양분이 남아 있기 때문이에요.

장거리 헤엄을 자주 치는 펭귄은 똥을 쌀 때 멀리멀리 뿜어내요. 그렇게 하면 똥이 둥지에서 꽤 떨어진 곳까지 날아가니 힘들게 둥지 안을 청소할 필요가 없으니까요. 펭귄 똥은 처음에는 하얗고 묽다가 마지막에는 좀 단단한 덩어리로 나오는데, 이 덩어리의 색이 때마다 다르답니다.

이 책을 쓴 교사 안나 한손은 평소 이상하게 생긴 생물과 남들이 역겹다고 생각하는 곤충에 관심이 많았다고 해요. 책에는 이 밖에도 하루 20㎏의 똥을 싸는 판다, 포식자를 피하려고 자기 똥을 등에 바르는 남생이잎벌레 애벌레, 자신의 다리와 발에다 똥을 눠서 더위를 피하는 황새 등 다양한 똥 이야기가 등장해요. 똥으로 값비싼 루왁 커피를 만들어내기 위해 우리에 갇혀 사는 갈색사향고양이의 불편한 진실도 빼놓을 수 없지요. 예쁜 것, 아름다운 것에 열광하는 시대에 냄새 나고 더러운 걸 굳이 들여다보는 저자의 속내는 무엇일까요? 책을 덮고 나면 똥에 얽힌 아름다움이 보일 거예요.

김경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