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아하! 이 음식] 알이 꽉 찬 봄이 제철… 빈 고둥 껍데기 이용해 잡아요

입력 : 2018.05.30 03:00

주꾸미

얼마 전 태안 몽산포항에서 '주꾸미 수산물 축제'가 막을 내렸어요. 매년 봄이면 군산과 서천 등 서해안 일대에는 주꾸미 축제가 열린답니다. 봄철 잡히는 주꾸미에는 알이 꽉 차 있고 타우린과 비타민 B₂, 철분이 풍부해 1년 중 가장 맛있다고 해요. 갓 잡은 주꾸미의 머리를 제거하고 몸통을 잘게 자른 뒤 소금 넣은 기름장에 찍어 먹거나 살짝 데쳐 초고추장에 찍어 먹으면 연하고 참 맛이 좋아요.

주꾸미는 조선 후기 문신 정약전(1758~1816) 선생이 1814년 전라도 흑산도에 귀양 가 있던 시절 저술한 '자산어보(玆山魚譜)'에 한자어로 준어(蹲魚), 속명으로는 죽금어(竹今魚)라고 기록돼 있어요. 죽금어에서 오늘날의 주꾸미가 된 것으로 추측하는데, 충청도와 전라도에서는 '쭈깨미', 경상도에서는 '쭈게미'라 불렀지요.

알이 꽉 찬 봄철 주꾸미는 타우린이 풍부해 피로 해소에 좋다고 해요.
알이 꽉 찬 봄철 주꾸미는 타우린이 풍부해 피로 해소에 좋다고 해요. /유창우 영상미디어 기자
주꾸미는 문어, 낙지와 함께 문어과에 속하지만 낙지보다 훨씬 작고 다리도 짧아요. 수심 10m 정도의 바위틈에 서식하고 주로 밤에 활동하면서 새우를 잡아먹지요. 산란기는 5~6월로 작은 포도 알갱이 같은 알을 낳습니다. 주꾸미는 빈 고둥 껍데기를 이용해 잡는데, 고둥 껍데기를 몇 개씩 묶어 바다 밑에 가라앉히면 주꾸미가 이를 자기집으로 착각하고 안으로 들어온답니다. 이때 껍데기를 끌어올려 잡는 거지요.

주꾸미는 과거 먹을 것이 흔하지 않았던 시절 서해안 사람들에게 구황 식량(흉년 등으로 기근이 심할 때 먹는 음식) 역할을 했어요. 이후 주꾸미의 맛과 효능이 알려지면서 낙지 대신 즐겨 먹기 시작했고 지금의 '봄 주꾸미, 가을 낙지'라는 말이 나올 만큼 유명해졌지요. 이제는 봄이면 낙지보다도 값이 비싼 음식이 되었어요.

주꾸미가 건강 식재료로 부각되는 이유는 높은 타우린(Taurine·담즙의 주성분) 때문이에요. 주꾸미는 100g당 타우린이 1600㎎으로 낙지(570㎎), 꼴뚜기(730㎎)보다 훨씬 높아요. 타우린은 간에 쌓인 콜레스테롤을 분해하고 피로한 간을 회복시켜주는 데 효과가 탁월하다고 해요.

주꾸미 요리로는 매콤한 주꾸미 삼겹살 볶음이 인기가 많은데요. 돼지고기는 지방과 콜레스테롤이 높은 반면, 주꾸미는 콜레스테롤 수치를 내려주는 타우린이 많기 때문에 서로 궁합이 잘 맞는 음식이에요.

매운 주꾸미 고추장 구이도 있는데, 먹물을 빼낸 주꾸미를 구워 먹다 나중에 밥, 김 가루, 참기름을 넣고 볶아서 먹는 것이 최근 TV에서 소개돼 인기를 끌었답니다.

박현진·고려대 식품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