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경제 이야기] 필요하지도 않은데 남 따라 사는 심리… 수요·공급 법칙 어긋난 소비행태

입력 : 2018.05.29 03:00

밴드왜건 효과(편승 효과)

'하멜른의 피리 부는 사나이'라는 동화를 알고 있나요? 13세기 독일 도시 하멜른에는 쥐 떼가 극성을 부리고 있었는데, 한 사나이가 마법 피리로 쥐들을 모두 없애줄 테니 금화 1000냥을 달라고 요구했어요. 하지만 마을 사람들은 약속을 지키지 않았고, 화가 난 사나이는 마을 아이들에게 이렇게 말했지요. "내가 피리를 불면 너희들은 따라와라. 그러면 마을의 모든 아이가 너희 뒤를 따라올 것이다." 아이들은 사나이를 따라 진짜 사라져 버렸답니다. 사람들의 심리를 잘 묘사한 대목이에요.

19세기 중·후반 미국의 서부 개척시대로 가 볼까요? 금광을 캐러 가는 사람들은 곡예단이나 악단을 맨 앞줄에 세워놓고 행진을 벌였어요. 금을 캐러 가는 동조자를 모으기 위해서였지요. 밴드왜건(band-wagon·악대 마차)이 앞장서 요란한 음악을 연주하면 사람들이 무슨 일이 있나 궁금해서 모여들기 시작했어요. 이렇듯 남이 무언가를 할 때 덩달아 졸졸 따르고, 그렇지 않으면 불안해하는 마음 상태를 두고 '밴드왜건 효과', 즉 '편승 효과'라고 합니다. 경제학에서는 어떤 상품에 대한 수요가 다른 사람들이 그 상품을 선택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치는 현상을 말하지요.

지난해 겨울 한정 판매하는‘평창 롱패딩’을 구입하기 위해 백화점 앞에서 밤새워 기다리고 있는 소비자들.
지난해 겨울 한정 판매하는‘평창 롱패딩’을 구입하기 위해 백화점 앞에서 밤새워 기다리고 있는 소비자들. /조인원 기자
올 초 유행했던 '평창 롱패딩'이 대표적인 사례인데, 롱패딩을 입은 아이돌 그룹이 매스컴에 등장하면서 많은 사람이 교복처럼 롱패딩을 사 입었어요. 정반대 현상으로 '스노브 효과(snob effect·속물 효과)'가 있는데요. 남들이 많이 사는 물건은 오히려 구입하기 싫어지는 소비 심리를 의미합니다. 희귀한 장난감을 갖고 놀다 그 상품이 인기를 얻으면 가치가 떨어졌다고 생각하고 더 이상 사지 않는 현상이 대표적이에요.

어떤 상품에 밴드왜건 효과가 발생하면 가격이 조금만 떨어져도 수요가 늘고 가격이 조금만 올라도 수요가 떨어지는 등 가격에 대한 수요의 탄력성이 크게 나타나요. 내가 꼭 필요하거나 좋아해서 사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지요. 반면 스노브 효과가 생기면 상품 가격이 오르든 내리든 수요가 좀처럼 변하지 않는답니다. 이를 '가격에 대한 수요 탄력성이 작다'고 말해요.

이는 소비자가 가격이나 개인적인 필요, 소득, 선호도에 따라 상품을 소비한다는 고전 경제학의 '수요와 공급의 원칙'과 맞지 않는 현상이었어요. 그래서 1950년 미국의 소비 심리학자 하비 라이벤스타인은 특정 상품에 대한 수요가 다른 사람으로부터 강한 영향을 받는 현상을 가리켜 '네트워크 효과(network effect)'라고 불렀어요.

많은 기업이 네트워크 효과를 활용해 마케팅을 펼치고 있는데요. 충동구매를 유도해서 상품 판매를 늘리려는 것이지요.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홈쇼핑인데, '이번 시즌 마지막 세일' '두 번 다시 없을 기회' '오늘만을 위한 한정 구성' 등 소비자를 현혹시키는 문구로 불안감을 자극해 수요를 이끌어내려는 것이랍니다.


천규승 미래경제교육네트워크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