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이 주의 책] 별의 탄생·소멸, 물의 순환… "모든 生은 단 한 번뿐"

입력 : 2018.05.25 03:03

'신비한 한살이'

한 번의 생(生)은 어느 만큼의 무게를 지니고 있을까요? 횟수가 단 한 차례에 불과할지라도 그 삶을 살아내는 주체가 사람인지 계절인지 행성인지에 따라 일생(一生)의 질량과 부피는 달라질 수밖에 없어요. 그러나 만물의 삶은 저마다 무겁고 뜻깊은 거예요.

미셸 루체시가 쓰고 마리오 가르시아 아레발로가 그린 '신비한 한살이'(북스토리아이)는 바로 그 점에 주목해요. 강낭콩 씨앗은 자랄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지면 싹을 틔우고 땅 위로 솟아올라요. 싹을 틔울 때 필요한 양분을 저장하는 떡잎을 만들고 나면 그 사이로 본잎이 불쑥 고개를 내밀지요. 쑥쑥 자라난 어린잎은 땅속 뿌리를 통해 영양분을 빨아들이고, 뿌리와 잎이 무럭무럭 자라 풍성해지면 꽃을 피우고 콩과(科) 식물의 열매가 들어 있는 꼬투리를 맺어요. 꼬투리 안에 들어 있는 씨앗이 점점 여물면 강낭콩이 되고요.

책 속 일러스트
/북스토리아이

봄·여름·가을·겨울로 이뤄진 계절은요? 겨울잠 자던 자연이 기지개를 켜고 봄을 맞으면 꿀벌은 체리나무를 찾아가 꿀을 모아요. 후텁지근한 여름이 되면 나무에는 먹음직스러운 열매가 주렁주렁 달리고, 자연이 다른 색깔로 옷을 갈아입는 가을이 오면 제비는 따뜻한 곳으로 떠날 채비를 하지요. 추위가 찾아오면 고슴도치는 나무나 잎이 쌓인 더미 밑에서 겨울잠을 자고요. 사계절의 '한살이'예요. 우리는 날마다 습관처럼 눈을 뜨고 숨을 쉴 뿐인데, 계절은 되풀이해 돌고 씨앗은 열매를 맺는 삶이 펼쳐지는 거예요.

저자는 학교에서 '정원 가꾸기' 수업을 하며 아이들에게 식물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고 있는 선생님이에요. 자연을 향한 각별한 애정을 바탕으로 모든 생물의 탄생부터 죽음에 이르는 일생을 한눈에 볼 수 있게 이 책을 만들었어요. 개구리의 한살이와 물의 순환, 인류의 진화와 지구의 삶, 나아가 별의 탄생과 소멸까지 아이들이 평소 궁금해할 만한 주제를 여덟 가지 골라 알기 쉽게 설명해줘요.

개구리는 울음소리로 종(種)을 구별할 수 있어요. 낮게 읊조리며 웅웅거리면 '산개구리', 사람의 웃음소리를 닮았으면 '웃는개구리', 목청이 우렁차고 소리가 불규칙하면 '청개구리'예요. 지구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물의 흐름을 다스리는 건 '태양'이에요. 물이 태양열을 받으면 수증기로 변해 하늘로 올라가요. 높은 곳에 올라간 수증기는 낮은 대기압(공기의 무게 때문에 나타나는 압력)을 만나 작은 물방울이 되고, 물방울이 모여 만든 구름은 바람을 따라 지구를 돌지요. 반면 영원히 살 것 같은 밤하늘의 별은 죽을 때가 되면 몸집이 100배가량 부풀어 오르면서 거대해져요. 끝없이 계속될 것 같은 모든 생은 결국 한 번으로 그친다는 진리를 이 책은 말하고 있는 거예요.



김경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