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숨어 있는 세계사] 2차 대전 후 서유럽 재건 위해… 美, 140조원 쏟아부었죠

입력 : 2018.05.25 03:05

[마셜 플랜]

제2차 세계대전 후 잿더미된 서유럽… 美, 소련 팽창 막으려 지원 결정했죠
1947년 마셜, '유럽부흥계획' 발표… 서독 등 눈부신 경제성장 도왔어요

다음 달 12일 싱가포르에서 미국과 북한의 정상회담이 열린다고 해요. 앞서 얼마 전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미국은 북한이 한국과 같은 수준의 번영을 달성하도록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며 "민간 부문이 대규모 에너지망 건설을 돕고, 식량난 해소를 위한 농업·인프라 투자가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했답니다. 그러자 언론들은 일제히 "미국이 북한에 대해 '북한판 마셜 플랜(Marshall Plan)'을 펼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고 분석을 내놓았지요.

'마셜 플랜'이란 제2차 세계대전 직후 1948년부터 1951년까지 미국이 서유럽 재건을 위해 실시했던 대규모 경제 원조 계획이에요. 그렇다면 미국의 마셜 플랜은 서유럽에 어떤 영향을 미쳤던 것일까요?

◇트루먼 독트린이 만든 마셜 플랜

2차 세계대전이 연합국 승리로 끝나자 미국과 소련은 자본주의와 공산주의 진영을 대표해 본격적인 세력 다툼을 하기 시작했어요. '냉전(冷戰) 시대'가 개막한 것이지요. 소련은 폴란드·체코슬로바키아·루마니아 등 동유럽 공산당 정권을 지원해 위성국(강대국의 지배적 영향을 받는 나라)으로 만들었어요. 패전국인 독일의 수도 베를린은 둘로 나뉘었는데, 소련은 동독과 동베를린에까지 세력권을 넓혔지요.

1949년 서독 베를린의 한 공사장 모습이에요. 건물 벽면에 ‘마셜 플랜과 함께하는 긴급 프로그램’이라 쓰여 있어요.
1949년 서독 베를린의 한 공사장 모습이에요. 건물 벽면에 ‘마셜 플랜과 함께하는 긴급 프로그램’이라 쓰여 있어요. /위키피디아

소련은 세력 확장을 위해 지중해 연안 터키와 그리스의 공산주의 게릴라(유격대) 세력을 지원했어요. 그러던 중 1946년 그리스에서 공산주의자들이 반란을 일으키면서 내란이 일어났지요. 당시 그리스 정부를 지원하던 영국은 자국 내 경제 상황이 너무 좋지 않아 그리스를 돕는 것을 포기했는데요, 미국이 그 역할을 떠안으면서 '트루먼 독트린(Truman Doctrine·트루먼주의)'이 탄생합니다.

"저는 무력(武力)으로 국민을 굴복시키려는 소수의 권력자나 외세의 압력에 저항하는 자유민을 지원하는 것이야말로 미국의 정책이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중략) 저는 우리의 지원이 주로 경제적 안정과 질서 있는 정치 과정에 필수적인 경제·재정적 원조를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고 믿습니다."

미국의 33대 대통령 트루먼은 1947년 3월 미국 상·하원 합동 회의에서 그리스와 터키에 대한 4억달러 지원을 요청하며 이렇게 연설했어요. '무력으로 국민을 굴복시키려는 소수의 권력자'는 소련 또는 동유럽 공산 정권을 말하는 것이었고, '외세의 압력에 저항하고 있는 자유민'은 그에 반대하는 자유주의 지지자들을 말하는 것이었지요.

이후 트루먼 독트린은 미국 외교정책의 기본 방향이 됩니다. 소련의 팽창 정책에 맞서 서유럽에 미국식 자본주의가 뿌리내리도록 돕는 방식을 선택한 것이에요.

◇서독, '라인강의 기적' 만들다

당시 유럽에서 마셜 플랜을 홍보하던 포스터.
당시 유럽에서 마셜 플랜을 홍보하던 포스터.

트루먼 독트린은 1947년 '마셜 플랜'으로 구체화됐는데요. 미국의 국무장관 조지 마셜(Marshall·1880~1959)이 그해 6월 하버드대 졸업식 강연에서 "미국은 시장경제 체제를 채택한 나라들이 국내 경제를 부흥시키기 위해 집행하는 계획에 대해서 대규모 재정적 지원을 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것이지요. 이 정책의 정식 명칭은 '유럽부흥계획(European Recovery Program)'이었지만 제안자 이름을 따서 '마셜 플랜'이라고 불렸어요. 이 계획은 애당초 반(反)소련, 반공산주의를 전제로 한 것이었기 때문에 소련의 거센 반발에 부딪혔지요.

마셜 플랜은 영국·프랑스·이탈리아·서독·벨기에 등 서유럽 총 16개국에 집행됐는데, 대부분의 원조는 직접 보조금 형태였어요. 마셜 플랜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1948년부터 1952년 중반까지 약 120억달러(오늘날 약 1300억달러 가치·우리 돈 140조원)에 달하는 지원금이 이 국가들에 직접 제공됐지요.

미국이 쏟아부은 자금은 서유럽 산업 분야에 집중 투자돼 경제 발달에 크게 기여했어요. 정유 산업과 상하수도 설비, 철도 부설, 운하 건설 등에 대대적인 투자가 이루어졌고, 미국의 지원을 받은 서유럽 국가들은 2차 세계대전 전보다 공업 부문은 25%, 농업 부문은 14% 이상 생산량이 증가했지요. 이 기간 동안 서유럽 국가들의 경제성장률은 프랑스 17%, 이탈리아, 25%, 서독 41% 등으로 크게 상승했답니다.

특히 서독은 공산주의 동독과 경쟁 관계였기 때문에 미국의 집중적인 지원을 많이 받았어요. 그 결과 1950년대 고도 경제성장을 일구며 '라인강의 기적'이라는 말을 만들어냈어요. 서독의 생활수준이 크게 향상되면서 자동차 보급이 급속히 늘어 오늘날 우리에게 친숙한 '폴크스바겐(Volkswagen)'의 '딱정벌레(Beetle)'차가 인기를 끌었지요. 1945년 2차 세계대전 말 고작 630대 정도 생산되던 '딱정벌레'차는 산업 발달과 생활수준 향상에 힘입어 1960년대 400만대로 크게 늘었어요.

마셜 플랜을 계기로 서유럽 국가 간 경제 교류가 활성화됐고, 이는 유럽경제협력기구(OEEC) 결성으로 이어졌어요. 이 기구에는 영국·프랑스·이탈리아 등 18개국이 참여했는데 미국의 원조 자원을 회원국들에 분배하고 유럽 주요 경제정책을 상의하는 역할을 하면서 무역량 제한을 폐지하고 관세를 낮추는 등 자유무역 체제를 위해 힘썼어요. 이는 훗날 비유럽 국가들이 참여하는 OECD(경제협력기구) 결성으로 이어졌지요.

마셜 플랜으로 서유럽은 참혹한 전쟁의 상처를 딛고 정치적 안정과 경제적 부흥을 이룩할 수 있었어요. 이에 마셜은 1953년 노벨 평화상을 수상했답니다.

☞코메콘(상호경제원조회의·COMECON)

마셜 플랜에 맞서 소련이 1949년 만든 공산권 경제 지원 기구예요. 폴란드·헝가리·불가리아·루마니아·동독 등 9개국이 참여했는데 경제 발전과 공업화, 국민 복지 확대 등을 목표로 했어요. 모스크바에 본부를 두고 공산권 경제 통합을 목표로 했지만 소련이 붕괴하면서 1991년 해체됐지요.


윤서원·이대부고 역사 교사 기획·구성=박세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