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미있는 과학] 무색·무취 방사성 기체… 폐에서 세포 손상 일으킬 수도

입력 : 2018.05.24 03:00

[라돈]

우라늄·토륨·라듐이 붕괴한 라돈… 먼지 섞여 폐 들어가면 방사선 방출
방사선, 광석·TV 등 일상에도 존재… '라돈 침대' 논란으로 불안감 확산

우리나라의 한 침대에서 1급 발암물질(암을 유발하는 물질)인 '라돈(Rn)'이 검출됐다는 뉴스가 나오면서 방사능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어요. 라돈은 우리 몸에 해로운 방사선을 뿜어내는 물질인데요. 얼마 전 원자력안전위원회가 1차 조사에서 '허용치를 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지만 불과 5일 만에 '연간 허용치의 최대 9배까지 방사선을 방출한다'고 발표한 거예요. 그렇다면 방사성물질은 대체 왜 위험한 것일까요?

◇색깔·맛·냄새도 없지만 위험한 라돈

우리가 사는 세계는 모두 원자(물질을 구성하는 기본 입자)로 이뤄져 있어요. 원자는 크게 두 가지로 구성되는데요. 양성자와 중성자로 이뤄진 '원자핵'과 그 주변을 도는 '전자'입니다.

일반적으로 원자핵 속 중성자와 양성자는 에너지 균형을 이루고 있지만, 어떤 원자핵은 애초에 에너지가 불안정한 상태로 만들어지거나 특정한 힘을 가하면 아주 불안정해져요. 이때 원자는 불안정한 상태에서 벗어나 안정된 상태로 가기 위해 스스로 엄청난 에너지를 방출하면서 전자나 양성자, 중성자를 제거하는데요. 이 과정을 '방사성 붕괴(핵붕괴)'라고 하고, 이때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를 '방사선(radiation)'이라고 합니다. 또 방사선을 내뿜는 물질을 '방사성물질', 방출되는 방사선의 세기를 '방사능'이라고 하지요. 우라늄(U)이나 토륨(Th), 라듐(Ra) 등이 바로 불안정한 핵이 붕괴하면서 방사선을 방출하는 방사성물질이에요.

라돈
/그래픽=안병현
방사성물질에서 내뿜는 방사선은 에너지가 아주 높아서 생명체를 이루는 세포를 손상시킬 수 있어요. 우리 세포 속 DNA의 기본 구조를 파괴할 수도 있지요. DNA가 변형되면 돌연변이가 생기거나 세포가 죽고 질병이 생길 수 있어요.

문제가 된 라돈은 1900년 독일의 화학자인 도른(Dorn)이 발견한 방사성 기체예요. 우라늄과 토륨이 붕괴하면서 라듐을 생성하는데, 이 라듐이 붕괴하면 라돈이 되지요. 색깔도 냄새도 맛도 없기 때문에 라돈의 존재를 알아차리기 힘들어요.

문제는 공기 속 일부 라돈이 몸 안으로 들어가 내뿜는 방사선입니다. 라돈이 먼지와 달라붙어 폐 속으로 들어가면 몸 안에서 또다시 방사선을 방출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이로 인해 폐 세포가 손상되고 심하면 폐암까지 일으키는 것이에요. 논란이 된 침대 회사는 건강에 좋은 음이온이 나온다는 물질(모나자이트 광물)을 침대 매트리스에 넣었는데, 이 광물 속 방사성물질인 토륨이 붕괴하면서 라돈이 검출된 것이지요.

◇최초로 발견한 방사성물질 우라늄

방사선은 지구 탄생 때부터 지금까지 늘 자연 속에 있어 왔습니다. 그러나 색깔도 냄새도 맛도 없기 때문에 인간이 그 존재를 알기 어려웠지요. 이런 방사성물질을 처음 발견한 사람은 1896년 프랑스의 물리학자 베크렐(Becquerel)이었습니다.

베크렐은 어느 날 햇빛을 전혀 비추지 않은 우라늄 화합물에서 어떤 빛이 나와 검은색 종이를 통과한 뒤 사진판에 흔적을 남기는 걸 발견했어요. 당시 베크렐은 정체 모를 이 빛을 '우라늄선'이라고 불렀지요. 이후 수많은 과학자가 방사선 연구에 뛰어들었고 1930년대 말 우라늄-235과 플루토늄-239에서 연쇄 핵분열 현상을 발견하면서 방사성붕괴 시 나타나는 엄청난 에너지를 활용한 핵폭탄 무기가 개발되기 시작했어요.

우라늄 다음으로 발견된 방사성물질은 '토륨'이었습니다. 자연계에 존재하는 방사성원소 중 가장 흔하지만 방사능이 상대적으로 약하고 핵폐기물도 적게 나와요. 이런 특징 덕분에 우라늄을 대체할 '토륨 원자력 발전' 연료로 사용해보려는 시도가 세계 곳곳에서 나오고 있지요.

토륨 다음으로 찾은 방사성물질이 '라듐'입니다. 라듐을 발견한 사람은 폴란드의 과학자 마리 퀴리(Curie)로, 우라늄 광석에서 라듐과 폴로늄을 분리해낸 공적을 인정받아 1903년과 1911년 두 차례나 노벨상을 받았답니다. 라듐은 '방사선 요법'으로 불리는 항암 치료의 주된 물질이기도 해요.

◇생활 속 방사성물질 안전할까

사실 일상생활에서 방사선을 피하긴 어렵습니다. 이미 지구에 있는 자연 물질이나 우주에서 나오는 '자연 방사선'에도 노출돼 있으니까요. 또 텔레비전이나 전자레인지 같은 가전제품, 엑스레이 촬영, 원자력발전소에서 발생하는 '인공 방사선'도 생활 곳곳에서 만날 수 있어요.

그렇다면 어느 정도까지 방사선에 노출돼도 안전한 걸까요? 방사능을 측정하는 단위는 우리 몸에 방사선이 얼마나 흡수됐는지를 보여주는 피폭(被曝)량인 시버트(Sv)가 대표적입니다. 1시버트는 몸무게 1킬로그램(㎏)당 1줄(J)의 에너지 충격을 받은 것을 의미하지요. 이때 보통 1J은 1볼트(V) 전압에서 1암페어(A) 전류가 1초 동안 흘렀을 때 에너지를 말합니다.

우리나라 정부는 일반 국민이 인공 방사선에 의해 노출되는 방사선량이 연간 1밀리시버트를 초과하지 않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요. 보통 엑스레이 촬영을 한 번 할 때 0.1~0.2밀리시버트만큼 노출되니까 1년에 10번 이상 엑스레이 촬영을 하면 기준치를 초과하는 셈이지요.

라돈 침대의 경우 원자력안전위원회가 1차 발표에서 피폭량이 0.06밀리시버트(안전 기준의 10분의 1 수준)라고 밝힌 것은 외부 피폭(인체 밖에서 노출된 방사선)만 따진 결과였어요. 하지만 2차 조사에서 내부 피폭(인체 내에서 붕괴한 방사선)까지 따져 계산했더니 최대 9.35밀리시버트(안전 기준의 9배)까지 노출되는 것으로 나온 것이랍니다.


박태진 과학 칼럼니스트 기획·구성=박세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