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경제 이야기] 엘리엇 사태… 주주로서 정당한 권리인가, 고수익 노린 과도한 개입인가

입력 : 2018.05.22 03:00

주식회사와 주주

얼마 전 미국에 본사를 둔 '엘리엇'이라는 회사가 우리나라 기업인 현대자동차그룹에 대해 "우리는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인) 현대차·현대모비스·기아차 주식을 10억달러(약 1조500억원·약 1.4%) 이상 갖고 있다"며 "기업 가치를 높이려면 현대차와 현대모비스를 합병해야 한다"고 주장해 파장을 일으켰어요. 앞서 현대차가 "현대모비스를 분할한 뒤 현대글로비스와 통합하겠다"는 개편안을 내놓자 이에 반대하고 나선 것이지요.

엘리엇 사태는 주식회사와 주주 관계를 고민해보게 하는 좋은 사례입니다. 먼저 기업은 공장을 세우고 물건을 만들고자 많은 투자자에게 돈을 모아요. 이때 기업이 투자자들에게 주는 증서가 '주식(株式)', 주식을 팔아서 세운 회사가 '주식회사', 주식을 산 사람이 '주주(株主)'이지요. 주식회사는 주주들에게 투자 대가로 주식을 제공하고, 주주는 자기가 갖고 있는 주식 비율(지분)에 따라 배당금(회사의 이익 분배금)과 일정한 의사 결정권을 갖습니다.

지난 2015년 서울에서 열린 제일모직 주주총회 모습이에요.
지난 2015년 서울에서 열린 제일모직 주주총회 모습이에요. /고운호 기자
그런데 우리나라에선 아무리 주식회사라 해도 회사를 설립한 창업자와 그 가족이 회사 주인이라는 인식이 강한 편이에요. 이런 상황에서 헤지펀드(hedge fund)인 엘리엇이 "주식회사의 진짜 주인은 주주이기 때문에 자기 권리를 주장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입니다. 헤지펀드는 투자자들에게 자금을 모은 뒤 특정한 기업에 투자해서 아주 높은 수익을 추구하는 펀드인데요. 엘리엇은 지난 2015년에 국내 1위 기업인 삼성이 계열사인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추진하자 '우리도 삼성물산 지분을 갖고 있다'며 반대 의견을 내 주목을 끈 바 있답니다.

일각에선 엘리엇을 "수익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벌처펀드'(vulture fund·대머리독수리 펀드)"라고 비판합니다. '벌처펀드'는 경영이 어려운 기업을 아주 싸게 사들여 구조조정한 뒤 비싸게 팔아 단기간에 큰 이익을 얻는 기업 사냥꾼을 말합니다. 반면 엘리엇은 스스로를 '행동주의 투자 펀드'라고 소개하고 있어요. 내가 투자한 회사의 경영 전략에 적극적으로 개입해 구조조정이나 지배 구조 개편, 인수·합병 등에 의견을 내는 펀드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어떻게 엘리엇은 1.4% 정도 지분을 갖고 현대차를 압박할 수 있을까요? 그 힘은 현대모비스 지분 49%를 갖고 있는 외국인 투자자입니다. 현재 현대모비스 주식은 그룹 측이 30.2%, 국민연금이 9.82%를 갖고 있는데요. 엘리엇은 상당수 외국인 투자자가 자기들을 지지하리라고 믿고 있습니다. 현대차가 내놓은 지배 구조 개편안이 주주총회(주주들의 회의)를 통과하려면 '주주 3분의 1 이상 참석, 3분의 2 이상 동의'가 필요한데, 만약 외국인 투자자들이 엘리엇 편에 설 경우 현대차로선 안심할 수 없기 때문이지요. 오는 29일 열릴 현대모비스 주주총회는 주주의 책임과 권한, 주식회사의 의미를 보여주는 의미 있는 주총으로 기록될 것입니다.


박원배 이코노아이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