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스포츠 이야기] 선수들 기록 경신 돕지만 때론 우승 차지하기도 해요
입력 : 2018.05.16 03:00
페이스 메이커
- ▲ 춘천마라톤에 참가한 페이스 메이커가 선수들과 함께 달리고 있어요. /이태경 기자
마라톤은 원래 42.195㎞ 거리를 달리는 종목인데 초보자들도 쉽게 참여할 수 있게 5㎞, 10㎞, 하프 코스(21.0975㎞), 풀 코스, 울트라 코스(100㎞)까지 다양한 종목으로 개최돼요. 그런데 대회에 참가한 선수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간혹 몸에 풍선을 달고 뛰는 사람을 찾아볼 수가 있답니다. 바로 '페이스 메이커(pace maker)'예요. 풍선에 목표 시간대를 적어놓고 선수들이 그 시간대에 맞게 뛸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자원봉사자들이지요.
마라톤은 긴 거리를 달려야 하기 때문에 오버 페이스(over pace·자기 실력 이상으로 힘을 너무 내는 것)를 하지 않고 자기 기량에 맞게 꾸준한 속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해요. 그래서 페이스 메이커는 ㎞당 일정 시간을 정해놓고(랩타임·일정한 구간을 달리는 데 걸리는 시간) 그를 유지하며 달리는데, 그만큼 마라톤 경험이 풍부하고 체력이 단련된 사람들만 할 수 있답니다. 대부분 페이스 메이커가 마라톤 경력이 최소 10년 이상이고 평균 50회 이상 풀 코스 완주자이지요. 1000번 이상 풀 코스를 완주한 사람도 있어요.
엘리트 선수들이 참가하는 국제 대회에도 페이스 메이커가 존재합니다. 이들은 최상위권 선수들이 최고 기록을 달성하도록 이끌어주는 역할을 하죠. 이때 페이스 메이커들은 풀 코스를 완주하기보다는 30~35㎞ 정도 구간까지만 일정한 페이스로 선두를 이끕니다. 이후 완주를 할지 말지는 페이스 메이커의 자유예요. 세계 수준급 선수들이 출전하는 대회에는 페이스 메이커가 25㎞ 구간까지 1㎞를 약 3분에 맞춰 뛸 수 있어야 하는데요. 이는 100m를 18초 속도로 끊임없이 뛰어야 하는 수준이라고 합니다.
2012년 개봉한 영화 '페이스 메이커'는 주인공이 페이스 메이커임에도 불구하고 42.195㎞를 완주하는데요. 실제 마라톤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낸 선수들이 있습니다. 2003년 베를린 마라톤대회에서 선두와 1초 차이로 2위를 차지한 페이스 메이커 새미 코리르(케냐), 2006년 서울 국제마라톤대회에서는 1위를 차지한 거트 타이스(남아프리카공화국), 2017년 군산새만금 국제마라톤대회에서 우승한 엘리샤 킵처처 로티치(케냐), 2017년 바르셀로나 국제마라톤대회에서 1위로 들어온 키프케모이 체슴(케냐)은 모두 페이스 메이커랍니다.